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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16 20:47 수정 : 2008.01.18 09:43

12주기 맞아 그와의 인연을 되살리며 미공개 사진전 연 사진가 임종진

[매거진 Esc] 도대체 누구야?

12주기 맞아 그와의 인연을 되살리며 미공개 사진전 연 사진가 임종진

요즘 대학로 이음아트서점을 가면 입구에서 손님을 반기는 건 김광석의 웃는 얼굴이다. 서점에 들어가면 책들과 나직이 흐르는 김광석의 노래 사이 그의 모습이 곳곳에 붙어 있다. 무의식적으로 ‘옛날 사진만 있네’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지난 6일이 김광석의 12주기였다는 생각에 미친다. 라디오에서도 노래방에서도 끝나지 않는 그의 노래는 종종 그가 이제 곁에 없다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까지 잊게 만든다.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라는 제목으로 열리고 있는 이 전시에서는 사진가 임종진(40)이 1992년부터 95년까지 찍었던 ‘광석이형’의 미공개 사진 42장을 볼 수 있다. 임씨는 “굉장히 친했던 걸로 많이들 오해하는데, 그냥 나 혼자 열렬한 팬이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대학생 때 사진에 미치고 김광석에 빠져서 누르기 시작한 셔터의 흔적들이다. 김광석이 죽고 난 직후 벽장 속에 내던져졌던 필름을 10년 만에 꺼내 전시로, 책으로(이달 말 같은 제목으로 포토에세이가 출간된다) 그를 다시 기억해내는 임씨와 김광석의 오랜 인연을 들어봤다.

은박지 싸인 초콜릿 선물의 추억


# 91년쯤 김광석의 노래를 처음 듣고 그냥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샘터파랑새극장의 콘서트를 본 다음 바로 김광석 교주가 됐다.(웃음) 내가 지나치게 좋아했던 것도 같다. 디자인을 전공하던 대학 때였는데 그때 마침 사진에 막 빠지기 시작할 때여서 공연할 때마다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진만큼 마음이 가는 대상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도구도 드물지 않나. 그때는 지금처럼 사진을 많이 찍을 때가 아니라 공연장에서 촬영을 막지도 않았다. 사진을 보면 흔들린 게 많은데 일부러 그런 게 아니다. 그때는 노출이니 셔터스피드니 하는 걸 모를 때라 초점을 못 맞춘 거다.

# 김광석을 서너번 우연히 만났다. 처음 본 게 홍대 앞 발전소라는 클럽이었는데 기분 좋게 취해서 혼자 춤을 추고 있는 걸 보고 가슴이 쿵쿵 뛰었다. 어떻게든 말을 걸고 싶어 주머니에 있던 은박지 싸인 키세스 초콜릿 하나를 주섬주섬 꺼내면서 “저 팬입니다” 그랬더니 환히 웃으며 내 손을 잡아끌어 자리에 앉히고 맥주를 하나 꺼내 주더라. 첫선을 보는 것처럼 떨렸다. 나중에 우연히 또 길거리 커피숍에서 만나 제대로 인사를 하고 사진도 보내주게 됐다. 그러고 나중에 대전 공연장을 찾아가서 또 큰맘 먹고 스태프를 찾아가 “전에 사진 보내드렸던 임종진인데 인사드리고 싶다”고 전하니 나를 기억하고 있더라. 그때 자신이 만들고 있는 시디롬이 완성되면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약속 못 지키고 세상을 떠났다.


임종진이 찍은 김광석의 생전 공연 모습.(사진 위) 김광석과 찍은 한 컷.
임종진의 작업실에는 김광석과 찍은 사진이 한 장 걸려 있다. 아니 두 장. 같은 장소에서 같은 포즈로 찍혔는데 한 컷은 뻘쭘하게, 한 컷은 활짝 웃는 게 찍혔다. “같이 사진을 찍고 싶어서 공연 전에 인사를 꾸벅 하고 허락을 받아 지나가던 학생에게 부탁해” 찍은 두 장의 사진이다. 자신이 키가 더 큰 게 왠지 미안해 다리를 굽히고 나란히 서서 김광석의 손을 슬쩍 만졌던 촉감, 그게 떨려서 또 슬쩍 뺐던 마음의 떨림이 그에게는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 보통 울적할 때 김광석 노래를 많이 듣는다고들 하는데 광석이형은 공연장에서도 늘 “행복하세요”라고 이야기했고 평범한 사람들의 희망과 행복을 노래했다. 벽장에서 엉망으로 먼지 쌓인 필름을 10주기 때 처음 꺼내고 책을 내보자고 생각이 든 것도 쓸쓸함보다는 따뜻하고 행복한 김광석을 다시 기억해내고 싶어서다. 오랫동안 좋은 사람들과 일했지만 사진기자를 그만두고(그는 2002년부터 4년간 <한겨레>에서 일했다) 뉴스 밸류와는 거리가 있는 사람들과 주변 풍경들을 중심으로 내 작업을 하게 된 것도 아마 광석이형의 영향이 있을 것 같다. 그는 언제나 가장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는 사람들이나 관계를 응시하고 보듬었으니까.

곧 출간될 새 책은 완전히 사랑 타령?

어리석은 질문이지만 김광석이 지금까지 살아 있다면 어떨까 물으니 “여전히 동네 형 같은 모습으로 소극장에서 공연하면서 사람들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주지 않을까” 답한다. 지금도 그가 노래하고 있지 않을까 싶은 학전블루 소극장 앞에는 12주기를 맞아 노래비가 세워졌고 양쪽에 임종진의 사진들이 걸려 있다. 출간되는 책을 소개해 달라고 하자 “완전히 사랑 타령이다”라며 쑥스러운 듯 손사래를 친다. 김광석 사진전은 2월9일까지 열리며 매주 토요일 오후 6시에는 임종진 작가의 ‘광석이형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다. (문의 02-745-9758)

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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