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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30 19:02 수정 : 2007.05.31 10:25

박해미의 오케이클리닉 / 박미향 기자

[매거진 Esc] 박해미의 오케이클리닉
멋진 곳 초대해 마음 툭 터놓으세요

Q 결혼 1년차인 서른세살의 주부입니다. 프리랜서 일을 하는 맞벌이 부부죠. 저의 고민은 신랑의 작은누나입니다.

어릴적 신랑이 작은누나 집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고, 누나의 도움은 결혼 전까지 계속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결혼 뒤에도 이어지는 형님의 사소한 간섭이 신랑과의 다툼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형님이 전화하는 날은 으레 싸우기 마련이고요. 무슨 사건이 터져도 터진답니다. 우애가 남다른 남매 사이를 갈라놓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결혼했으니, 신랑을 챙겨도 제가 챙기는 게 마땅한 거 아닌가요? 이젠 형님 생각만 해도 머리부터 아픕니다. 형님은 제가 이렇게까지 생각하는지 모르시는 거 같긴 한데, 우리집 일을 사사건건 챙기고 또 챙기는 형님이 이젠 질립니다.

제 맘이 이런데, 가식적으로 대하는것도 이젠 한계입니다. 어찌하면 좋을까요?

A 남편의 작은누나가 시부모 구실을 해 온 것 같군요. 어떤 이유에서 그리해야 했는지, 시누이가 결혼은 했는지, 묻는 분의 글에선 드러나 있진 않지만 물심양면으로 남동생을 돌봐주었던 것은 정말 고맙고 대단한 일입니다. 아무리 형제자매 사이라 해도 누군가를 거두어준다는 것은 결코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죠. 그것은 오랜 인내와 변치 않는 마음이 요구되며 동시에 만만치 않은 희생도 따릅니다. 그런 면에서 시누이는 확실히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두어준 건 인정받아야 하지만 품에 안고있는 건 아쉬움

아쉬운 점은 시누이가 이미 성인이 되어 한 가정을 꾸린 남동생을 아직 품에서 내보내지 못한 것 같아 보인다는 것입니다. 남편 또한 누나에게 독립된 성인으로서의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만일 그랬더라면 시누이의 소소한 간섭도, 그로 말미암은 걱정도 없었을 텐데 말이죠. 상당기간 누나의 보살핌을 받아온 남편으로선 누나의 그런 행동이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것으로, 오히려 부인의 반응이 과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으나 이는 결혼을 통해 새로운 가정을 꾸린 성인의 태도는 아닌 듯합니다.

독립 못한 남편에 평생 반려자 인식시키길

이제 남편은 평생의 반려자인 부인의 존재를 확실히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그게 안 되면 직접 남편에게 인식시키세요. ‘당신이 호호백발에 쭈그렁 탱이가 돼도, 병으로 쓰러져 수족을 못 쓰게 될지라도 당신 곁에 끝까지 남아서 눈을 마주쳐 줄 사람은 작은 시누이도 그 누구도 아닌 나’라고.

결혼으로 생겨난 가족관계인 고부, 시누이, 동서지간 등 어느 가정이든 갈등이 생기면 서로 터놓고 이야기하여 본질적인 해결을 하려하기보단 비록 뒤에서 욕할지라도 일단 덮고 넘어가 주는 게 미덕인 양 생각합니다. 그게 더 문제를 키우지요. 또 뭔가 생활이 예전 같지 않으면 여자가 잘못 들어왔다는 둥 ‘시’자가 들어간 사람들은 어떻다는 둥 편견을 가지고 대하기 일쑤인데, 부인도 시누이와의 대화가 부족해 어려움이 있어 보입니다.

색깔 다르지만 내 남편 아끼려는 마음에서 결국 내 편

시누이도 색깔은 다르지만 결국 내 남편을 아끼려 하는 마음에선 내 편입니다. 그러니 어느 하루 날씨 좋은 날 멋진 곳에 작은시누이를 초대해보세요. 성의가 엿보이는 작은 선물과 함께라면 더 좋겠죠. 차분히 가슴 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 풀어내시고 시누이의 이야기도 끝까지 경청해보세요. 그 분도 그랬던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니 먼저 시누이의 속마음을 아셔야 할 것입니다.

간과했던 잘못 지적받을 땐 기분 나빠하지 말길

“시누이의 간섭 때문에 못 살겠어요” / 일러스트레이션 최수연
혹시 부인이 간과했던 부분이나 잘못을 지적받을 수도 있는데 이는 기분 나빠해야 할 일이 아니라 작은시누이와의 관계가 개선되고 있고 부인이 이 삼각구도의 중심에 설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충분히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다면 시누이도 부인의 입장을 이해해 줄 것입니다. 부인이 원래 있던 가족 사이에 낀 게 아니라 동생이 부인과 새로운 가족을 만들었으며 둘이 새로운 세상을 개척하려 한다는 걸 말이죠. 대화가 잘 이루어졌다면 아랫사람으로서 부인이 먼저 인정할건 인정하고 부탁드릴 건 부탁드리세요. 가식 없이 솔직하면 본인이 자유로워질 뿐 아니라 긍정적 에너지가 뿜어져 나와 주위 사람들까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어찌 보면 아주 쉽고 간단한 것을 우리는 편견에 휩싸이거나 혼자 속단해 놓고 고민하는 때가 많은데 이렇게 화려한 봄날엔 밖으로 나가 파란 하늘 쳐다보며 그저 ‘오케이’ 라고 소리만 쳐도 다 풀릴 것 같습니다. 부인의 고민도 그 외침처럼 시원하게 풀리시길.

배우·뮤지컬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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