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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29 17:56 수정 : 2007.08.29 17:56

맛기자 박미향, 와인집을 가다 / 뚜르뒤뱅

[매거진 Esc] 맛기자 박미향, 와인집을 가다/ 뚜르뒤뱅

내 앞에 중요한 링 세 개가 있다. 은색으로 빛나고 흠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한없이 사랑스러운 이 링들은 교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하나라도 부서지거나 부러지면 나머지는 쓸모가 없어진다. 맥을 못 춘다. 어떤 상황이든 이 세 개를 함께 잘 굴려야만 한다. 그래야만 그럭저럭 ‘인생을 잘 살았다’는 소리를 듣는다. 누구나 인생에서 잘 굴려야 할 자신만의 소중한 링이 있다.

방배동 서래마을에 있는 와인집, ‘뚜르뒤뱅’의 주인장 최훈(71)씨에게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세 가지 링이 있다. ‘보르도와인아카데미’, ‘와인 리뷰’, ‘뚜르뒤뱅’이다. 그는 2000년에 만든 ‘보르도와인아카데미’에서 와인을 가르친다. 그 내용을 잡지, <와인 리뷰>에 실어 사람들에게 와인을 알린다. 2001년부터는 ‘뚜르뒤뱅’에서 누구든 직접 와인의 맛을 볼 수 있다.


맛기자 박미향, 와인집을 가다 / 뚜르뒤뱅
‘뚜르뒤뱅’은 소박한 우아함이 배어 나오는 곳이다. 들어가는 들머리에 총 400여 가지의 와인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마시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 9천원짜리 와인도 있다. 하지만 ‘뚜르뒤뱅’에서 마시고 싶다면 2만원 이상의 와인을 골라야 하고 1만5천원의 서비스 비용을 내야 한다. 3만∼8만원대 와인이 가장 많지만 2백만원짜리 와인도 곧잘 팔린단다.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곳답게 다섯 가지 프랑스 1등급 와인부터 대중적인 것까지 골고루 있다. 다달이 와인리스트에 있는 것들 중에서 계절에 맞는 와인을 ‘이달의 와인’으로 선정해서 10∼15% 낮은 값으로 판다.

안주는 ‘프랑스 전통 치즈 모둠’이 최고로 맛있다. 서래마을에 살고 있는 프랑스인들의 입맛에 맞춘 것들이다. 피자와 스파게티는 이곳에서 조리하지 않고 주인장의 아들이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공수해 온다.

곳곳에 유럽풍의 문짝들이 천장을 떠받들고 서 있다. 넓은 곳에서 아늑한 느낌이 든다. 소곤소곤 이야기꽃이 핀다. 하얀 와이셔츠와 까만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잔을 부딪친다. 이곳은 비즈니스맨들이 소박하면서도 우아한 대접을 하기에 적합하다. 한 두 잔 와인이 목을 타고 넘어가면 하얀 와이셔츠가 붉게 물든다. 각자의 힘겨운 링을 굴리는 피로감을 이곳에서 털어버린다. ‘빨간 기름’은 세 가지 링의 윤활유가 된다. 02)533-1846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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