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지바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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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맛기자 박미향, 와인집을 가다 / 라운지바 ‘153’
커다란 회색 깡통에 들어갔다. 서늘한 기운을 느끼고는 가던 길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그 속에서 어쩔 줄 모른다. 테이블에 놓인 칠레 와인, 몬테스 알파를 떨리는 손으로 한 모금 마신다. 처음 쓴맛이, 그 다음 단맛이, 마지막으로 신맛과 떫은맛이 전해져 온다. 그 작은 맛의 기쁨이 안도감을 준다. 광화문에 자리잡은 ‘153’은 커다란 상자 안에 들어간 느낌이다. 정신을 차리고 둘러본 그곳은 매우 현대적이고 세련된 얼굴을 하고 있다. 천장은 하늘에 닿을 듯 높고, 정면에는 화려한 뮤직비디오가 현대미술처럼 걸려 있다. 뉴요커들이 환호할 만한 빠른 박자의 음악이 곁을 지나간다. 어느 틈에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 캐리가 된다. 이곳은 헝가리 화이트 와인이 있을 정도로 와인의 종류가 다양하다. 약 320가지 있다. 샴페인이 다른 집보다 많은 편이다. 40가지가 넘는다. 레드와인은 프랑스 것이 가장 많은데, 260만원 가격의 와인이 있을 정도로 화려하다. 하지만 대부분 7만~10만원대다. 소믈리에(와인을 관리하고 추천하는 일을 하는 사람)로 유명한 김용희(35)씨의 섬세한 눈이 고른 것들이다. 그는 소펙사(Sopexa: 프랑스 농식품진흥공사)가 국내에서 개최한 소믈리에 대회에서 두 번이나 우승한 경력이 있다.
라운지바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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