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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3 05:59 수정 : 2020.01.17 09:49

[한겨레-책읽는사회문화재단 공동기획]
우리 독서 동아리를 소개합니다
④ 안산 다다다새싹 다문화독서동아리

“맞아요, 어떤 모습이어도 민들레는 민들레예요.”

중국에서 온 진밍화씨가 말한다. 이 말에 캄보디아에서 온 렉가나씨는 이렇게 말한다. “있는 그대로 보아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자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빅토리아씨도 말한다. “민들레처럼 우리도 자연스럽게 우리 모습대로 어우러져 살아요.” ‘다다다새싹’이 <민들레는 민들레>(김장성 글, 오현경 그림)를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다.

‘다다다새싹’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로 만나는 다문화 독서동아리다. 안산다문화작은도서관에서 튼튼한 ‘새싹’으로 크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다. 우리 동아리는 캄보디아(속파오시다), 우즈베키스탄(율리아), 베트남(안소희), 인도네시아(수산티), 러시아(올가), 몽골(나랑토야), 필리핀(마주라), 중국(진밍화), 일본(쿠미코), 한국(정은주) 등 열 개 나라에서 온 스무여 명의 결혼이주민과 한국 엄마들의 모임이다. 동아리를 시작한 지 벌써 6년째가 되었다.

우리 동아리는 그림책 표지를 아름다운 색실로 수를 놓는 활동을 하고 있다. 회원으로 모인 열 개 나라에 모두 색실로 수를 놓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들 공통적으로 어릴 때 할머니가 수놓던 모습, 엄마를 따라 바늘을 쥐어보던 추억이 있었다. 우리는 마음을 모았다. 온 나라의 그림책 표지를 색실로 수놓아서 도서관에서 전시를 하자.

우리는 책표지를 수놓으며 어릴 때의 추억을 꺼내고 그동안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함께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자수를 하면서 서로 책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림책보다 더 다채로운 우리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가 더욱 좋았다. 책이 귀하던 어린 시절, 할머니께서 들려주던 옛이야기로 상상의 나래를 펴던 어린 소녀들이 어떻게 하여 한국에 왔으며, 또 이렇게 모여 책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지, 그런 이야기를 나눌 때, 때로는 웃음이 터졌고, 때로는 눈물이 났다.

책표지 자수 활동은 2015년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손끝에서 탄생한 그림책 책표지는 안산 지역의 도서관을 거쳐, 성남, 대구, 용인, 인천 등지에서 다른 도서관 이용자들과 만났다. 자신이 만든 책표지 자수와 그림책에 대해 이야기할 때 회원들의 표정은 빛이 났다.

우리는 책을 통해 이웃과 만났다. 떠나온 나라가 다르고, 나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지만, 우리는 그림책을 함께 읽고, 책표지를 색실로 수를 놓으면서, 마음과 마음을 모았다. 이웃과 함께 책을 읽는 것이 혼자 읽는 것보다 훨씬 좋다. 혼자 읽어서는 기억할 수 없던 것도 새롭게 기억하게 되고, 혼자서는 지나쳐버릴 수 있는 것도 다시금 발견하게 된다. 이웃과 함께 책을 읽으며 우리는 서로 삶의 힘겨움을 견디는 힘이 된다.

대표 박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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