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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4 18:08 수정 : 2020.01.16 13:59

노은주·임형남 ㅣ 가온건축 공동대표

2010년 350억원을 들여 조성한 ‘광화문광장’을 1천억원을 들여 새롭게 만든다는 뉴스를 봤다. 그 순간 나는 너무나도 소시민답게 1천억원이라는 돈으로 할 수 있는 수많은 좋은 일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생각은 ‘근로소득자의 연평균 급여가 3647만원이라는데, 3천년 가까이 벌어야 모을 수 있는 돈이겠군’으로까지 흘러갔다. 1천억원이라는 돈이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살림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분명 작은 돈은 아니다. 그런 돈을 들여야 할 만큼 지금 그 광장에 무슨 문제가 생겼나 궁금해졌다.

“기존의 교통섬 같은 광화문광장을 일상성을 회복한 시민의 광장과 역사도시 서울을 새롭게 인식시킬 역사광장으로 바꾸는 일”이라는 설명은, 무언가 거창하고 무언가 타당한 듯했다. 그래서 10년 전 광장을 구상한 사람의 이야기도 찾아봤다. 광화문의 잠재력을 살려내고 과거를 재해석하여 광장을 만들었다며 “이는 바로 우리의 정체성 회복이 시작됨을 의미한다”고 되어 있다.

10년 전엔 주로 정체성을 회복하고 이번엔 주로 우리의 일상성을 회복시키겠다는 말인데, 한편으론 우리에게 이다지도 회복할 것이 많았던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래전에는 민족정기를 회복하자며 우리를 여의도광장으로 그렇게 불러내더니… 그렇다면 10년 후엔 또 다른 무언가를 회복하기 위해 서울시 예산을 써야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아무리 들어도 잘 모르겠다. 예전에 자동차 엔진오일을 교환할 때가 되어 동네의 정비 업소에 간 적이 있다. 정비사가 차를 둘러보더니, 갑자기 나에게 큰일이 날 뻔했다고 했다. 어떤 부품에 문제가 있어 그대로 두면 조만간 차가 운행 중에 서버릴 것이라고 해서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말하자면 감기 나으러 갔다가 암수술 받은 격이었는데, 문제는 고친 차가 며칠 만에 길에서 완전히 주저앉아서 정말 큰일을 만났다는 것이다. 다시 정비 업소에 가서 어떻게 된 거냐고 따지자, 그는 약간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알아듣기 힘든 전문용어가 나열된 ‘방언’을 토해냈고, 나의 울분과 억울함은 갈 길을 잃었다.

광장을 다시 만드는 일 또한 좀 친절히 알아듣게 설명을 하든가 사용자의 입장에서 계획하면 안 되는 걸까? 광장이 어떠한 형식을 꼭 갖추어야만 제대로 된다는 생각은 누구의 것일까? 그동안 우리가 모여 많은 일을 이룬 광장은 무엇이었을까?

도시는 연습장이 아니다.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그리고 지우고 다시 그리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시간이 쌓이고 수많은 경험이 녹아든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도록 천천히 다듬고 쓸며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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