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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07 08:08 수정 : 2020.01.07 08:25

지난달 17일 공치 징동X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가 자신이 2017년 개발한 무인배송로봇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다은기자

중국 기술전쟁 현장을 가다
② AI 기업 산실 베이징
중국의 ‘아마존’ 징둥의 선택

배송업 10만명이 쌓은 데이터
500명 기술자·엔지니어·마케터…
미국 아마존·페덱스보다 먼저
무인배송 로봇 시제품·상용화

자율주행 최고기술자 쿵치
“배송로봇 수천가지 시나리오 필요
가상 시뮬레이션 기술 완성도 높여”

지난달 17일 공치 징동X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가 자신이 2017년 개발한 무인배송로봇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다은기자

“10만명이 중국 전역으로 배송을 나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들이 맞닥뜨리는 변수가 얼마나 많겠어요?” 지난달 17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징둥 본사에서 <한겨레>와 만난 쿵치 징둥X사업부 자율주행 최고기술자는 징둥의 무인배송로봇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공부하다 2016년 징둥에 합류한 그는 징둥의 자율주행기술 전반을 총괄해 왔다. 징둥 배달로봇이 탄생하는 데는 쿵치 기술자 외에도 500명이 넘는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마케터가 투입됐다.

온라인쇼핑몰 징둥이 배송로봇에 뛰어들기 전까지만 해도 배송·물류 시장은 자율주행과 거리가 멀었다. 지난해 초 미국 물류기업 아마존과 페덱스가 각각 무인배송로봇 시제품을 잇달아 선보였고 한국도 자율주행 배달로봇을 시범운행했지만 징둥은 이보다 3년 앞선 2016년 시제품을 먼저 공개했고 2018년 상용화를 시작했다. 한번에 1건만 처리하는 단거리 배송이 아니라 여러 건을, 아파트 단지와 대학 캠퍼스를 오가며 배송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쿵치 기술자는 “2016년 배송로봇 연구가 시작될 무렵 다른 유통기업들은 운전자 있는 차량을 이용해 자동화 효율을 높이려 했는데 징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고 설명했다. 징둥은 무인 자율주행 기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동시에 이를 적용할 하드웨어(로봇)를 함께 만들었다. 소프트웨어만 단독 개발하는 방식보다 실증 사례가 많아 발전이 빨랐다.

징둥의 광범위한 물류 데이터는 배송로봇을 설계할 수 있는 밑그림 구실을 했다. 징둥은 650개 물류창고와 3억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전국에 깔아 둔 물류 네트워크만으로도 중국 인구 99%에 닿을 수 있다고 한다. 쿵치는 “중국은 도로 상황이 아주 복잡하고 대도시와 농촌 주행 환경도 차이가 크다”며 “배송로봇이 그런 변수를 인공지능으로 학습하는 게 관건이었고 거기에 징둥 데이터가 활용됐다”고 했다. 그는 “징둥에서 배송업을 담당하는 직원만 10만명이 넘는다. 그들이 일일이 부딪히고 컴플레인을 받는 사례들이 배송로봇을 훈련하는 기초 데이터가 됐다”고 했다. 정보를 쌓는 방법에 대해선 “얼굴정보 등 고객 민감 데이터는 정부 소유여서 징둥이 관리하지 않는다.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생기는 자체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했다. 정부가 제공하는 빅데이터를 활용하기보다 징둥이 필요한 빅데이터를 직접 모은다는 뜻이다.

중국은 2017년 인터넷안전법과 네트워크안전법을 시행하기 전까지 빅데이터 관련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 빅데이터 활용 흐름은 빅데이터를 사고파는 중국 구이양시 빅데이터거래센터가 주로 관리했다. 중앙정부 차원의 개인정보 보호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데이터 구축·거래가 먼저 트인 셈이다. 지난해 중국이 각종 개인정보 보호규정을 잇따라 강화했지만 상당수 아이티기업들은 규제 공백이 있었던 지난 10년 동안 이미 자체 빅데이터 처리 플랫폼을 갖췄다.

사례집에 다 담기지 않은 특이사항은 가상 시뮬레이션 기술을 이용해 훈련했다. 대용량 클라우드를 이용해 다양한 기상 조건과 돌발상황을 설정한 뒤 그 안에서 주행을 연습한 것이다. 쿵치 기술자는 “배송로봇이 사고 없이 자율주행을 하려면 수천가지 시나리오가 필요하다”며 “가상 시뮬레이션 덕에 짧은 시간에 기술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가상공간에서 1시간 시험한 게 실제로는 3개월 시험한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고 했다.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에서, 쇼핑몰을 운영하는 기업이 무인기술에 투자하는 건 언뜻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듯 보인다. 더구나 징둥은 알리바바 티몰, 핀둬둬와 경쟁하느라 수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징둥은 무인기술이 매출을 위한 도구이자 매출을 내는 상품 자체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징둥은 배송물류를 통해 자체 업무 효율을 올리는 한편으로, 2017년부터 무인편의점 기술 응용프로그램을 만들어 자영업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징둥은 지난해 로봇이 음식을 나르고 조리하는 식당 ‘징둥X미래 레스토랑’도 선보였다.

징둥은 현재 베이징에서 400㎞ 이상 떨어진 창사와 후허하오터 두 산업단지 안에서만 배달로봇을 제한적으로 실험하고 있다. 베이징을 비롯한 주요 도시가 배달로봇의 도로 주행을 법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어서다. 쿵치 기술자는 “기술발전에도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규제도 변화에 시간이 필요하다. 그 사이를 메우는 건 자율주행 개발 기업들과 정부가 함께 협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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