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스마트폰 1위’ 목표 원년 직원 19만4천 중 9만6천이 기술자 작년 20조 투자·5G 특허선언 1위 ‘뉴 ICT 전시관’ 기술력 뽐내 미국 제재에도 매출은 되레 증가
AI·클라우드 기술개발 ‘올인’ 200여 협력업체와 공동 연구개발 스마트 스피커·변기…AI 일상으로 14억 내수시장 국외 압박수단 미국 제재 맞서 유럽시장 공들여
지난해 10월 선전에서 처음 문을 연 화웨이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중국 광둥성 선전시 난산구의 완샹톈디. 테슬라의 전기차 전시장과 샤넬의 팝업 스토어, 샤오미의 대형 매장이 들어선 이곳은 선전에서 가장 인기있는 상권으로 꼽힌다. 최근 중국에서 스타벅스를 위협하는 브랜드로 급부상한 중국의 헤이티(시차)도 지점을 냈다. 매장은 20대 고객들로 가득 차 있었고 헤이티 모바일 앱은 ‘주문 뒤 음료 픽업까지 30분이 걸린다’고 알렸다. 선전에 본사를 둔 화웨이는 이곳 완샹톈디 한복판에 스마트폰 등 소비재를 판매하고 5세대(5G) 기술을 소개하기 위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처음 열었다. 2년의 준비를 거쳐 지난해 9월 1300㎡ 규모로 개장했다.
지난달 19일 저녁 방문한 매장에선 회색 유니폼을 입은 화웨이 직원들이 고사양 스마트폰 ‘메이트30’의 카메라 기능을 소개하느라 분주했다. 방금 찍은 사진을 대형 스크린에 띄우며 방문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모습은 애플스토어에서 보던 풍경과 흡사했다. 스마트워치부터 스마트스피커, 가상현실(VR) 글라스에 티브이까지 다양한 기기들이 방문객들을 맞았는데, 계산대는 없었다. 위챗페이 등으로 계산하면 진열대 밑에서 영수증이 나온다. 매장의 온도와 습도, 적당한 조명은 자동으로 조절된다. 밖엔 스마트폰 자판기가 설치돼 있다. 매장은 밤 10시에 문을 닫지만 24시간 쇼핑이 가능하다.
미국 제재 ‘1호’ 타깃 화웨이는 인공지능(AI) 등 기술 개발에 ‘올인’하는 한편 소비자를 향한 보폭을 넓히며 ‘마이 웨이’를 찾고 있었다.
지난달 19일 선전시 화웨이 본사의 ‘뉴 아이시티(ICT) 전시관’에서 화웨이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는 방문자들 모습.
선전시 본사에 위치한 ‘뉴 아이시티(ICT) 전시관’은 화웨이가 주목하는 최신 기술을 잘 보여준다. 전시관에 들어서자마자 화웨이 관계자는 ‘19만4천명의 임직원 중 절반가량인 9만6천명이 연구개발(R&D) 엔지니어’라고 적힌 화면을 띄웠다. 그다음은 ‘2009년 143억위안(약 2조3739억원)의 연구개발 투자 금액이 2019년 1200억위안(약 19조9128억원)으로 늘었다’는 것이었다. 미국발 위기 속에서 매출의 15% 가까이를 기술 연구에 쏟아붓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라왔다. 그 결과 지난해 6월 기준 중국은 미국과 한국을 제치고 5G 표준특허를 가장 많이 선언한 나라가 됐고, 화웨이는 전세계 기업 중 1위였다.
통신설비에서 시작된 화웨이의 사업은 인공지능과 클라우드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날 화웨이 관계자는 중국 최대 쇼핑축제인 광군절(11월11일) 때 화웨이의 기술이 활약했다고 소개하며 실제 영상을 보여줬다. 배송 물품이 훼손됐을 경우 인공지능이 원인을 추적하는데, 카메라에 찍힌 배달원의 몸동작을 자동 인식해 물건을 던졌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땅이 넓은 중국에서 배송은 1~3일이면 되는데 인공지능이 가장 빠른 최적 루트를 실시간으로 연산해 택배사에 알려준다. 중국의 택배사 ‘더방’과 디에이치엘(DHL) 등이 화웨이의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 물론 여러 나라에서 온 정부 관계자들과 기업인들이 이 전시관을 찾았다. 하루 300팀가량이 본사를 방문한다고 한다.
화웨이는 최근 소비재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통신장비 매출 비중이 40.8%, 소비재가 48.4%였는데 올해엔 상반기까지 각각 36.5%와 55%가 됐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스마트폰이다. 지난해 5월 미국 제재가 본격화한 뒤 13억명의 중국인들은 ‘애국 소비’로 화웨이에 힘을 실어줬다. 그 결과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18.2%로 올라, 2011년 이후 부동의 세계 1위 삼성전자(21.3%)와 3%포인트가량으로 격차를 확 좁혔다. 2위였던 애플은 3위로 밀려났다. 화웨이는 기세를 몰아 2020년을 ‘스마트폰 1위’ 목표의 원년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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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엔 티브이도 처음 출시했다. 티브이 기술 자체에 공을 들인다기보단 5G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물인터넷(IoT) 시장에서 스마트스피커 등과 함께 중심 단말기로 삼기 위한 취지가 크다. 사물인터넷용 스마트스피커는 지난해 11월 내놨다. 이날 선전 본사의 ‘스마트 홈 아크 랩’에선 관련 기술 연구가 한창이었다. 석달 전 기자가 방문했을 때보다 선보이는 기술이 더 늘었다. 예컨대 침대 위에 스마트밴드를 깐 채 자고 일어나면 화장실 거울에 수면의 질과 심장박동 등 생체 정보를 자동으로 띄워준다. 1만위안(약 167만원)에 판매되는 스마트변기는 변을 통해 건강 상태를 체크해준다.
모든 기기를 화웨이가 다 만드는 것은 아니다. 화웨이는 ‘하이링크’라는 생태계를 만들어 200여곳의 협력업체와 손을 잡고 있다. 화웨이에 선발된 중소기업은 하이링크 이름 아래 연구개발과 마케팅을 공동으로 진행하게 된다. 이날 스마트 홈 아크 랩의 한 실험실에서는 화웨이 기술자가 협력업체가 만든 공기청정기의 기술 적합성을 테스트하느라 분주했다. ‘하이링크’ 업체는 화웨이의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을 이용하며 화웨이 생태계에 편입된다. 통신장비와 클라우드 등 비투비(B2B·기업 사이 비즈니스)부터 일상의 비투시(B2C·기업과 소비자 거래)까지 5G를 기반으로 ‘화웨이 월드’를 만들려는 구상이 본사 곳곳에 녹아 있다.
화웨이가 자사 생태계 ‘하이링크’를 통해 협력업체와 공동 연구개발을 하기 위해 마련한 본사의 ‘스마트 홈 아크 랩’ 모습.
미국 제재는 화웨이에 얼마나 타격을 주고 있을까. 실적으로 보면 당장 크게 눈에 띄진 않는다. 지난해 3분기까지 화웨이 매출은 6108억위안(약 101조4477억원)으로 미국 제재가 본격화하기 전인 2018년 동기 대비 24.4% 증가했다. 순이익률은 8.7%였다. 특히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26% 증가한 영향이 컸다. 화웨이는 지난해 9월 출시한 스마트폰 메이트30에 세계 처음으로 5G 통신 모뎀과 모바일 에이피(AP)를 합한 5G통합칩 ‘기린990’을 만들어 탑재시키며 ‘자력 기술’을 내세웠지만 구글의 유튜브 등 미국 기업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없어 시장 확대엔 한계가 뚜렷하다. 미국이 문제 삼은 ‘백도어’에 대한 의심이나 ‘중국 정부가 사실상 지배하는 것 아니냐’는 지배구조 이슈 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화웨이는 통신장비와 스마트폰이 ‘만리장성 안에 갇혔다’는 평가를 벗어나기 위해 미국의 대안으로 유럽 시장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영국 런던에 ‘5G 이노베이션·익스피리언스 센터’를 열었고 플래그십 스토어는 선전에 이어 오스트리아 빈에도 설립하겠다는 계획이다. ‘14억 인구’는 정부 차원의 압박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우컨 독일 주재 중국대사는 지난달 독일에서 “2018년 중국에서 판매된 차 2800만대 중 4분의 1가량이 독일차였다”고 언급하며 “독일이 (5G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면 뒷감당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독일 정부를 협박하기도 했다.
선전/글·사진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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