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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3 05:00 수정 : 2020.01.13 14:23

게티이미지뱅크

청소년부모 최초 실태보고서 (상)

‘경제적 어려움’에 앞길 캄캄
4명 중 1명 “월수입 50만원 이하”
10명 중 6명은 “현재 무직 상태”
기초수급·한부모가족 정부 지원
입증 어려워 대상서 제외 일쑤

‘주거 환경’도 불안불안
절반은 월세·가족집 거주 15%뿐
모텔·찜질방·고시원 전전하기도
“빌라 같은 평범한 집 부러워요”

‘사회적 편견’ 정보마저 소외
절반은 포털에서 임신·육아 정보
가족·사회 냉담한 반응도 큰 상처
40% “낙태나 입양 권유 받았다”

게티이미지뱅크

경제적 어려움과 주거 불안, 사회적 편견. 막막한 가운데서도 아이를 낳고 키우려는 청소년부모들이 처한 삼중고다. 청소년부모 네 명 중 한 명은 한달 50만원을 벌지 못했고, 일부는 임신 중에도 지낼 곳이 마땅치 않아 찜질방과 모텔 등 임시 거처를 전전한다. 10명 중 5명은 ‘임신중절 또는 입양을 권유받거나 방치됐다’고 밝힐 정도로 가족을 비롯한 사회의 편견에도 상처받고 있다. 12일 <한겨레>가 입수한 ‘청소년부모 실태조사 연구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생생히 담겨 있다. 이번 연구보고서는 아름다운재단과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등이 청소년부모 315명(만 24살 이하, 평균 나이 18.7살)을 상대로 면접·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 경제적 어려움

청소년부모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절반 이상(53%)의 월평균 수입은 본인·부부의 급여와 정부에서 받는 보조금과 가족의 도움 등을 모두 합쳐도 100만원을 넘기지 못했다. ‘50만원 이하’라고 답한 이도 26%(82명)나 됐다. 지난해 1~3분기 1인 도시근로자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63만원이었다.

청소년부모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대부분 단순 노무직이나 임시 판매직 등 불안정 노동에 내몰려 있기 때문이다. 315명에게 과거 노동 활동 경력에 대해 복수 응답을 받아보니, 56.5%는 식당 서빙·카페 아르바이트· 등 단순 노무직으로 일했다. 다섯 살 아이를 키우는 안아무개(24)씨는 면접 조사에서 “패스트푸드점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정시퇴근이 어렵다 보니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시간이) 아예 안 맞는다”고 말했다.

불안정한 단기 일자리마저 육아를 떠맡아야 하는 청소년부모에겐 버거운 일이다. 315명 가운데 61%(193명)는 현재 무직 상태였다. 그 이유로 32.6%(63명)는 ‘자녀를 직접 양육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고, 30.6%(59명)는 ‘자녀를 맡길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원가족(부모)의 경제상황과 관련해서도 응답자의 64.8%는 “경제적으로 약간 어렵다”(24.8%), “기초생활수급 대상이다”(20%),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기초생활수급대상은 아니다”(20%)라고 답해 부모에게조차 손벌리가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누구보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지만 정부 보조금의 문턱도 높다. ‘청소년부모’는 별도 지원을 받을 제도가 없어, 정부 보조금을 받으려면 기초생활수급 또는 한부모가족 지원 대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생계급여를 받으려면 중위소득의 30% 이하를 벌어야 하는데, 1인가구의 기준은 월 52만원이고 2인가구는 월 89만여원이다. 게다가 미성년자인 청소년부모가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려면, 부양의무자인 부모가 부양능력이 없음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청소년부모는 부모로부터 외면당하는 경우가 많아 동주민센터 등에 부모의 부양능력 부재를 입증하기도 힘들다.

한부모가족의 경우 아이 1명당 월 35만원의 양육비와 월 10만원의 자립촉진수당 등이 나온다. 한부모가족 거주 시설에도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부모가 사실혼 관계로 지내면 법적으로 한부모 지위를 인정받을 수 없다. 많은 청소년부모들이 부모 동의없이 결혼할 수 있는 나이(만 19살)가 되어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는 데엔 이런 배경이 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불안정한 주거

생계가 불안정하니 자연스레 주거 역시 위태로웠다.

청소년부모의 51.1%(161명)는 현재 월세로 살고 있다. 18.7%(59명)는 전세였고, 가족 집에서 사는 경우가 15.2%(48명)로 뒤를 이었다. 6.3%(20명)는 찜질방이나 모텔 등 임시 거처를 전전하고 있다. 임신과 출산 기간 거주 경험을 묻는 말에 여관이나 모텔(26명), 찜질방(9명), 고시원(1명) 등에서 지냈다고 답한 청소년부모가 적지 않았다. 일상생활을 할 때보다 더 철저한 위생 상태가 요구되는 임신이나 출산 기간에 다중이용시설에서 살면, 산모뿐만 아니라 영유아 자녀까지도 해로울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이들은 주거 문제마저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 출산 직후 자신 또는 배우자 부모의 집에서 살았던 경우는 31.4%(99명), 미혼모 시설에서 살았던 이는 13.3%(42명)로 합쳐서 44.7% 정도였다. 이러한 경향은 임신 초기나 출산 직전에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 때문에 청소년부모들은 면접 조사에서 안정된 주거에 대한 열망을 털어놨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콜센터에서 일하면서 4살 아이를 키우는 감아무개(22)씨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월세 살았는데, 내 집도 아니었고 좁은 지하였다. 그냥 빌라 같은 평범한 집에 사는 게 부러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소년부모를 위한 별도의 주거 대책은 없다. 소득 기준을 충족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 임대주택을 신청할 수 있지만, 대출금의 5% 상당의 임대보증금을 내야 한다. 1억2천만원을 대출한다면, 600만원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성인 노동자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있지만, 청소년부모에겐 버거운 짐이다.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팀장은 “청소년부모에겐 전세보증금을 대폭 낮추거나 없애는 방향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사회적 편견의 벽

무엇보다 청소년부모를 힘겹게 하는 건 사회적 편견이다. 부모 등 가족과 사회로부터 외면당하면서, 임신과 육아에 대한 정보에서도 소외되어 있다.

청소년부모의 54.3%(171명)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의존해 임신과 양육 정보를 얻었다. 가족이나 주민센터를 통해 정보를 얻은 경우는 18.7%에 불과했고, 보건복지부나 여성가족부 누리집에서 얻는 경우는 3.2%(10명)에 그쳤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간호조무사로 일하면서 6살 아이를 키우는 임아무개(23)씨는 “아이가 거의 매달 한두 번은 응급실에 갔는데, 응급 상황이 생기면 내가 애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고 어려웠다”고 말했다.

가족과 사회의 냉담한 반응도 큰 상처였다. 청소년부모가 가족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을 때 22.9%(72명)는 낙태, 15.2%(48명)는 입양을 권유받았다. 알아서 해결하라고 방관한 경우도 16.2%(51명)나 됐다. 17살 때 아이를 낳은 강아무개(21)씨는 “아이를 데리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할머니들이 ‘젊은데 아이가 있다. 요즘 시대 참 불손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럴 때마다 정말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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