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책으로 집값 떨어진다는 건 낙천적 기대” “‘아파트로 재테크하면 큰일 난다’는 정책 나와야”
전국의 집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6일 정부가 고강도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습니다. 한 마디로 ‘비싼 집 살 땐 대출 금지’ ‘비싼 집 갖고 있으면 세금 부담 업’ 그리고 ‘분양가 상한제 확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정부가 나름의 고강도 대책을 내놨지만 이것이 제대로 효과를 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분석이 제각각입니다.
통계청의 ‘2018년 주택소유 통계 결과’를 보면 일반 가구의 주택 소유율은 56.2%입니다. 여전히 집 없는 가구가 절반을 차지한다는 뜻인데요. 이렇게 집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면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아직 집이 없는 이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40대 무주택자 김영신(가명·40)씨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에게 이번 정책의 평가와 함께 대안도 들었습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씨는 현재 부인, 두 아들과 함께 망원동에 살고 있습니다. 집은 전세입니다. “돈이 부족해 집을 못 샀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답했습니다. 작은 아파트 정도라면 절반 정도를 대출 받아 살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아파트의 주거 형태가 “매력적이지 않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굳이 아파트를 산다면 가족들끼리 안락하고 즐겁게 살기 위한 용도라기보다는 재테크의 용도일 텐데 “거기에 투자를 했다가 한 5천만원만 손해를 봐도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박탈감이 들 것 같다”고 했습니다. 김씨의 꿈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을 짓는 것입니다. 그는 “단독 주택을 혼자 짓기에는 돈이 모자라니 마음 맞는 두 세 집이 모여서 작은 공동 주택을 짓고 싶다”고 했습니다.
지난 16일 나온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보유세를 좀 강화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정책은) ‘앞으로의 변화를 막겠다’ 정도인 것 같은데 여지껏 시장경제에 따라 움직였던 변화를 반대쪽으로 놓는 변화가 더 필요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파트는 사람 사는 곳이지 이거 가지고 재테크하다가는 큰 일 날 수도 있어’라는 아주 확고하고 돌이킬 수 없는 정책이 있으면 많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김씨는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를 규제하는 방식의 정책이 자칫 집을 사려고 계획 중인 무주택자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는 “9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대출 받아 사고 싶은 사람들은 부동산을 재테크의 수단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난 벤츠를 사고 싶은데 벤츠가 너무 비싸!’ 하시는 분들은 벤츠 안 사고 다른 차를 사면 됩니다.”
그렇다면 김씨는 정부의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떨어질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런데 10년 전부터 진보적인 경제학자들이 ‘아파트값 곧 떨어진다’고 했지만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집값이 떨어질 거라고 기대하는 건 저처럼 약간 철없고 세상 물정 모르는 낙천적인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기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부동산 전문가인 김성달 국장도 김씨와 비슷한 평가를 내놨습니다. 김 국장은 “이번 대책도 역시나 집값 잡기에는 실패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진단을 잘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서울 강남의 고가 부동산 중심으로 특정 소수의 투기 세력에 의해서 집값이 오른다고 해석하고 있거든요. 근본 대책을 낼 필요성이 없는 것으로 보여질 수도 있는 것이죠.” 김 국장은 ‘대출 규제’라는 방향성은 틀리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다만 대출 규제를 특정 투기 과열 지구뿐 아니라 지방 대도시, 다주택자 전체에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근본적인 대책으로 ‘저렴한 주택 공급’을 꼽았습니다. “과거에는 (평당) 천만원대 아파트도 공급됐고 또는 건물만 분양하는 (평당) 500만원대 아파트도 공급이 됐습니다. 이러한 저렴한 주택을 한쪽에서 공급해줘야 무주택 서민에게도 기회가 되는 것이고요. 집이 있는 분들한테는 철저하게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도록 보유세나 임대소득세를 제대로 거둬들이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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