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12.21 13:37 수정 : 2019.12.22 10:32

지난 11월26일 애피 팀원들이 함께 갔던 서울 마포구 합정동 ‘무대륙’에서 열린 마르쉐 채소시장. 박현철 기자가 여느 셰프 못지않게 꼼꼼하게 채소를 살피고 있다.

[애니멀피플] 혼자가 아니야: 나, 우리, 지구 그리고 비건
김지숙의 마지막 비거니즘 일기

지난 11월26일 애피 팀원들이 함께 갔던 서울 마포구 합정동 ‘무대륙’에서 열린 마르쉐 채소시장. 박현철 기자가 여느 셰프 못지않게 꼼꼼하게 채소를 살피고 있다.

애피의 ‘저탄소 비건 식당’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2020년 1월16일 하루 동안 서울 해방촌에서 아주 특별한 비건 식당이 열립니다. 혼자가 아니라 다 함께 실천하는 비거니즘을 위해, 여러 비건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체험하는 식당입니다.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텀블벅 펀딩 바로가기: https://tumblbug.com/animalpeople_vegan

“너 언제 돌아와?”

‘비건 프로젝트’가 끝나가는 현재,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말뜻은 ‘너는 언제부터 다시 고기를 먹을 거냐’는 말이다. 나의 비건 지향 두 달 반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친구도 언젠가는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답했다. “아마 다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 같아.” 비록 나는 멸치육수를 먹고, 제철 생굴과 가리비의 유혹에 무릎을 꿇었고, 아직 비건 치즈보다 소젖 치즈를 더 맛있다고 느끼지만 더는 이 음식들을 먹으며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다.

‘해피 비건’ 직장인 양다솔씨의 말마따나 고기는 ‘구남친’ 같은 느낌이다. 한때 정말 사랑했고, 너무 좋은 추억이지만 “다시 돌아가라고 한다면 그러진 않을” 시절. 그러나 반성하건대, 나는 새 애인이 주는 신선함과 자극에 휩쓸려 종종 덜 익은 태도로 쓸데없는 불화를 일으켰다.

지난 10월 초부터 애피는 석달간 ‘혼자가 아니야: 나, 우리, 지구 그리고 비건’을 취재하며 30여 명의 비건을 만났고, 그 가운데 14명의 비건을 인터뷰 하며 그들만의 ‘라이프 레시피’를 압축적으로 습득할 기회를 얻었다.

뒤돌아보니 하지 말란 것은 죄다 했다. “아무리 좋아도 남에게 무턱대고 권하지 말라”(강하라, 심채윤 부부)는 말도, “무엇보다 자신을 향한 비건을 하라”(유튜버 단지앙)는 말도, “건강한 채식이 아니면 비건을 지속할 수 없다”(베지닥터 이의철 사무국장)는 말도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실천이 참으로 어려웠다.

‘비건이 정말 좋은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라고 들이대다가 좁혀지지 않는 견해차로 절친과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고, 좀 더 완벽하지 못한 자신에게 심통이 나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예민하게 반응했으며, 비건을 하면 양껏 먹어도 좋다는 말에 ‘정크 비건’의 늪에 빠지기도 했다.

사람의 일이란 알 수 없기에, 언젠가 지금의 새 애인이 구남친처럼 느껴질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깨어난 몇몇 감각들은 절대 되돌리지 못할 것들이 있다.

쑥갓이 그 어떤 허브보다 독특한 맛을 낸다든가, 내 몸에 감긴 동물의 털이 고통과 비명을 품고 있다는 것, 직접 싼 도시락을 펼치며 ‘부심’이 떠오르던 순간과 먹을 것을 함께 구매하며 즐거웠던 경험들처럼 말이다.

12월17일 애피의 ‘동물기자방’은 다시 한 번 ‘비건 공구방’이 됐다. “[공구] 비건빵 같이 사실 분. 황윤 감독님이 슬쩍 알려준 빵집이에요”. 신소윤 기자의 ‘벙개’에 박현철 팀장이 대량 주문으로 응답했다. 그 와중에 “몇몇 개는 완전 비건은 아니군요”라는 꼼꼼한 체크까지 곁들였다.

바로 어제(19일) 애피의 송년 회식이 있었다. 비건 ‘포틀럭 파티’(참가자들이 각자 먹을 음식을 싸오는 파티 문화)로 열 계획이었으나, 기사 마감에 쫓기다 현실적 대안으로 차리기로 했다. 장소는 사내 카페테리아였다. 와인잔은 각자 지참하기로 했다. 제철 과일 많이, ‘정크 비건’의 최애템 김말이 많이, 채식인이 아닌 이웃팀의 참가자와 함께 먹을 생선 초밥과 유부초밥을 넉넉히 준비했다.

10월7일 ‘비건 기획회의’를 마치고 삼겹살 회식을 하던 우리였다. 최대한 비건 지향을 해보자며 급조해 차린 회식 상이었지만 만족감은 3개월 전 회식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이른 저녁에 시작한 회식은 11시가 넘어까지 이어졌다. 먹는 것 하나만으로도 나눌 이야기가 너무도 많았기 때문에!

suoop@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비건, 혼자가 아니야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