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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한옥마을 ‘백세청풍’ 내부. 사진 <한옥월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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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감각적인 문화 공간이 된 한옥
카페 등 상업시설도 있지만
거주 목적 신축도 많아져
지원금 1억원, 저금리 융자 활용하기도
2층 한옥·아파트 내 한옥 인테리어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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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한옥마을 ‘백세청풍’ 내부. 사진 <한옥월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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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을 기억하는 세대에게 한옥은 춥고 불편한 일상생활 공간이다. 불과 몇십 년 사이, 아파트로 변해버린 동네 풍경에서 한옥은 빛바랜 흑백사진 속 모습으로만 기억되는 존재다.
아파트에서 태어난 세대는 궁궐 등의 문화재와 한옥 호텔, 한옥 카페 그리고 이미지를 통한 간접경험만을 갖고 있다. 이들에게 한옥은 감각적이고 새로운 문화공간이다. 최근 새롭게 조명받은 한옥은 그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 좁은 골목과 어둡던 미로 같은 길에 있던 ‘익선동 한옥’은 카페와 젊은이들로 들썩이고, 최신 핸드폰 전시 공간으로 쓰이기도 한다.
한옥은 오래전 우리의 생활에서 한순간 사라졌다가 다시금 일상의 한곳으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으며, 젊은 눈과 가치 기준의 변화 속에서 새롭게 발견되고 있다.
서울의 북촌한옥마을을 비롯한 서촌, 익선동 그리고 전주의 한옥마을과 같은 지방 곳곳의 한옥 밀집 지역은 어느 순간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이런 밀집된 한옥 공간은 상업지역, 주거지역 등 다양한 형태로 변하고 있다. 많은 사람의 관심과 더불어 각 지자체의 지원금까지 더해져 그 주가를 높이고 있다.
실제 서울시는 한옥으로 건물을 신축할 경우 세대별로 1억원의 지원금과 별도의 저리 융자까지 지원해 한옥 신축을 장려하고 있다. 대수선을 통해 건물을 유지 할 때도 별도의 지원을 하고 있다. 지자체별 지원하는 제도는 조금씩 다르지만, 지역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지원한다. 또 보존가치가 높은 일부의 한옥 밀집지역은 일반 건물의 신축을 불허하는 지구단위 계획을 세워 그 모습을 유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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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익선동 한옥카페 ‘살라댕방콕’. 사진 <월간한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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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선동 한옥마을 전경. 사진 <월간한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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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한옥은 신축 방식과 기존의 구조물을 활용한 형식으로 나뉜다. 주거공간과 상업공간이 비슷한 비율로 나타나고 있다. 새롭게 짓는 한옥은 과거와 다른 형태와 실내 공간을 구성하고 있으나 초석(기둥을 받치는 큰 돌)과 소나무를 활용한 구조 그리고 기와를 얻는 큰 틀은 같다. 주거공간으로 신축하는 한옥은 도시의 높은 땅값과 생활방식의 변화 그리고 가족 수의 감소로 과거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첫 번째, 높은 땅값으로 인해 전체 건물의 면적을 축소하고 마당을 최소화하며 지붕의 서까래가 길게 뻗지 못한 건물의 외형을 만들었다. 우리가 상상하는 마당이 넓고 시원스럽게 뻗은 지붕이 있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도심 속 한옥의 현실이다. 두 번째, 생활방식의 변화로 화장실과 욕실이 실내로 들어왔기 때문에 공간 구조가 바뀌었다. 작아진 집의 면적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기단부(터보다 높게 쌓은 단이 되는 부분)에 지하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일반 주택에서는 흔치 않던 2층 한옥으로 설계하는 방법으로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세 번째, 가족구성원의 감소는 일상 공간을 작게 만들었고, 대청과 안방의 구조는 소형 아파트의 평면 모습과 흡사한 형태로 변화했다.
지하실과 2층 공간으로 확장된 현대 한옥은 다양한 용도가 건물 내부로 들어왔고, 확장된 공간에서 적은 수의 가족구성원이 합리적으로 생활하기 위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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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구조의 한옥. 사진 <월간한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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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한옥마을 ‘백세청풍’. 사진 <월간한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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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건물을 활용해 새롭게 수선하는 한옥은 주거공간보다 상업공간으로 사용하는 비율이 좀 더 높다. 이는 생활공간의 필요성보다 일상에서 오래된 문화적 공간을 향유하고 싶어 하는 소비심리에 따른 것이다.
대수선 한옥의 특징은 첫 번째, 오래된 건물의 구조적 보강에 있어 섬세한 노력을 기울인다. 보강 재료가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기존 형태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수선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오래된 흔적의 결정체들은 이 집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신축 한옥의 특징이 지하와 2층의 수직적 확장이라면, 대수선 한옥은 그것에 견줘 기존 면적의 수평적 활용성을 높이는 게 특징이다. 마당에 투명한 지붕을 설치해 활용함으로 부족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게 대표적이다. 특히 상업공간에서는 마당 대부분에 테이블을 놓아 고객이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을 높이는 것이 매출과 직결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확장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렇게 마당에 설치한 지붕 대부분은 불법 가설물이지만, 한옥의 확대를 위해 기초단체 대부분은 모른 척하거나 약간의 벌금을 부과하는 선에서 그치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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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분위기를 살린 카페. 사진 <월간한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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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것이 한옥이야?”라는 의문이 들 만큼 파격적인 변화를 줘 구조물을 재해석한 한옥도 있다. 반쯤 부서진 담벼락 조형물과 벽체를 뚫어 만든 통로와 창호가 있다. 통념적으로 그려졌던 한옥은 다양한 문화의 실험대상이 되고 있다. 종로구 익선동의 한옥 밀집지구는 이런 실험적 재해석과 가치의 재평가로 논쟁이 되고 있다. 새로운 세대의 한옥이라는 문화는 조형적 작품과 상업적 실험 등으로 기성세대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신축 한옥과 대수선 한옥은 지구 단위에서도 여러 가지 형태를 보인다. 기존의 오래된 공간에서 그 형태를 유지하며 변형시킨 종로구 북촌과 익선동의 한옥이 있고, 은평구 한옥마을처럼 새롭게 계획 조성된 공간이 있다.
오래된 공간에서 변화된 한옥마을은 단층과 기존 건물을 활용한 모습이 특징이고, 새롭게 조영된 한옥 단지는 2층으로 구성된 한옥이 대부분이다. 전주 한옥마을과 같이 오래된 공간에 새롭게 조성한 한옥마을은 기존 건물과 2층 한옥이 다양한 형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옥은 어느 순간 우리 일상의 곳곳에서 새롭게 싹트고 있으며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선망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아파트의 실내를 한옥 인테리어로 바꾸기도 한다. 또 다른 형태로 나타난 우리 시대의 한옥인 것이다. 10년 후, 일상의 한옥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상상만 해도 즐겁다. 한옥은 다양한 형태와 용도로 변화하고 있다.
박경철 (<월간한옥>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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