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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13 18:47 수정 : 2019.10.13 19:44

[제 10회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미리 만나보는 주요 연사
① 제러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
“문명·경제·사회 근본변화 시점
기존의 탄소 기반 시장경제
디지털 네트워크 자본주의로”

제러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이 지난 9월26일 미국 워싱턴 인근 베세즈다에서 제10회 아시아미래포럼 특별강연 사전 녹화에 이어 이뤄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열정적으로 발언하고 있다. 양영웅 <뉴스데이> 기자
지난 9월26일 오후 미국 워싱턴 인근의 도시, 베세즈다에서 만난 제러미 리프킨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은 스스로 생각하는 정체성이 뭐냐는 물음에 “나는 활동가”라고 답했다. 실제 그는 과학과 기술의 변화가 경제와 사회, 환경 등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의 여러 현장에 적용하고 실험하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한다.

그는 이날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지금은 문명, 경제, 사회의 근본적 변화가 있어야 하는 시점”이라며 “역사상 이처럼 좁은 길은 없었지만 더는 지연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 그는 “커뮤니케이션과 재생에너지, 그리고 운송 및 이동 등 디지털화한 세 기술의 융합에 따른 인프라 혁명이 절실하며, 이는 일자리 창출은 물론 한계비용이 낮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일으켜 궁극에는 공유경제와 협력적 공유사회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주창해온 3차 산업혁명과 공유경제에 대한 비전을 되풀이한 것이다. 그는 이런 움직임은 “인류를 국내총생산(GDP)에서 삶의 질로 (패러다임을) 이동”하게 하며 이 전환에 “한국이 리더가 될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리프킨 이사장은 오는 23일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주관하는 제10회 아시아미래포럼 첫날 영상 특별강연을 한다. 베세즈다 현지에서 이뤄진 이를 위한 사전 녹화 촬영에서 그는 인류가 겪고 있는 두 개의 핵심 위기인 생산성의 몰락과 불평등 증대 등 경제·사회적 위기와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의 생태적 위협을 거듭 경고하는 한편, 구시대적인 탄소 문명과 성장지상주의 덫에 갇힌 시장 자본주의의 대전환을 다시금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소득 격차를 줄이고 글로벌 경제를 민주화하면서도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창출하는 탄소 후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자 경제비전으로의 대전환은 가능”하며, 이 전환은 “거래와 시장경제에 따른 기존의 시장 자본주의를 ‘디지털 네트워크 자본주의’로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 지금 인류는 불평등이란 경제·사회적 위기와 기후변화 같은 생태적 위기를 동시에 겪고 있다. 이 두 위기는 어디서 오나?

“인류가 구축해온 인프라를 보라. 그 특성을 보면 어떻게 힘이 (우리 사회에서) 분배되는지를 알 수 있다. 평등과 불평등에 대해서도 많이 알아낼 수 있다. 1차와 2차에 걸쳐 이뤄진 산업혁명이 구축한 인프라는 비싼 화석연료 및 원자력의 ‘규모의 경제’를 창출하기 위해 수직으로 통합해야 했다. 그리하여 결국 500개의 글로벌 회사들이 세계 6600만명의 노동자를 고용하면서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상황이다. 이는 불평등에 대해 많은 걸 알려주기에 충분하다. 이런 플랫폼, 이런 인프라는 정치적 권력이 분배되는 데서도 기회의 측면에서 제약을 준다.”

리프킨은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1~2차 산업혁명이 근대적 국민국가와 글로벌 시장을 낳았지만, 그 궤적을 보면 소수의 거대기업과 소수의 강대국이 화석연료를 확보하고 제품과 서비스 제공을 독점하는 등 모든 곳에서 불평등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이는 또한 각 나라의 무기화를 수반해 인류 사회를 대량파괴의 틀로 만들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탄소 문명이 오늘날 기후변화 등을 일으켜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를 이런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탄소 후 시대’를 안내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3차 산업혁명’이란 게 그동안 그의 핵심 주장이었다.

“4차 산업혁명은 픽션이자 마케팅 도구일 뿐”

“3차 산업혁명은 인프라가 분산되고 수평적으로 확장되도록 설계된다. 모든 사람이 블록체인 플랫폼 및 네트워크에 참여하며, (에너지 자원은) 화석연료와 원자력에서 태양과 바람으로 이동한다. 이는 평화로운 지구를 만든다. 태양은 어디에나 빛나고 바람은 어디에나 있다. 누구든지 자신의 잉여 에너지를 공유할 수 있다. 이는 허구였던 ‘진보의 시대’에서 우리가 지구와 조화를 이루는 법을 배우는 ‘회복력과 적응의 시대’로 간다는 걸 의미한다.”

― 당신이 말하는 3차 산업혁명은 클라우스 슈바프가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제시한 4차 산업혁명과 어떻게 다른가?

“4차 산업혁명은 없다. 이것은 픽션이다. 슈바프는 인프라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 펌프, 2차는 아날로그 전기, 3차는 디지털이다. 슈바프는 로봇공학, 인공지능 및 유전학이 너무 빠르게 움직인다고 보고 이를 혁명이라고 말했지만, 마케팅 도구였을 뿐이다. 세계경제포럼은 혼란을 일으켰다.”

― 당신은 기술변화의 미래가 ‘한계비용 제로 사회’를 낳고, 궁극엔 ‘협력적 공유사회’와 ‘공유경제’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너무 낙관적인 것 같다.

“나는 낙관도 비관도 않는다. 희망적이다. 우리는 20만년 동안의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에 있다. 내가 젊은이들에게 말하고 싶은 건 우리가 (기후변화를 가져오는) 탄소 기반 문명을 빠르게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20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3차 산업혁명은 (기존) 경제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에너지, 운송 등의 (세가지) 디지털 기술이 사물인터넷 플랫폼으로 연결된 세상에서는 거래와 시장은 흐름(flow)과 네트워크로 움직이게 된다. 재산의 소유권에서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으로, 생산성에서 재생성으로, 마침내 국내총생산(GDP)에서 삶의 질로 (패러다임이) 바뀐다. 이것이 공유경제다.”

리프킨은 이런 움직임을 ‘거래와 시장경제’에서 ‘디지털 네트워크 자본주의로의 이동’이라고 규정한다. 그는 이런 현상을 우리는 이미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 수억명의 사람들이 음악을 공유하고, 유튜브로 비디오를 공유하고, 소셜 블로그를 통해 뉴스를 공유한다. 이 중 어느 것도 지디피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삶의 질을 높여준다.”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과 제러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이 인터뷰를 마친 뒤 못다 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양영웅 <뉴스데이> 기자
“한국이 변화를 이끄는 리더가 되기를 희망”

그는 특히 “공유경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와는 다른 새로운 경제 시스템으로, 그것은 놀라운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밀레니얼 세대와 제트(Z)세대가 향후 이 시스템을 사용할 것이며, 우리 모두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무엇보다 “지금은 문명, 경제,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역사상 이처럼 좁은 길은 없었지만 더는 지연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그는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와야 한다”며 변화를 위한 청년의 직접 행동을 요구하기도 했다.

― 지난 9월 뉴욕에서 열린 기후정상회의를 봤는가? 현실에서는 세계 지도자들이 그런 ‘좋은 선택’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 혼자서는 할 수가 없다. 시민사회 및 종교단체, 학생(조직) 및 상공회의소, 노동조합 등은 재난 중에는 모인다. 기후변화 세계에서 모든 공동체는 항상 재난 모드에 있어야 한다. 커뮤니티 전체가 수행해야 한다.”

― 그래도 핵심은 정치가 작동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요즘 아이들은 지정학이 아닌 생물권 정치를 배운다. 그들은 우리 삶의 모든 순간, 일상생활에서 하는 모든 일이 다른 인간, 다른 생물, 생태계 및 지구의 영역에 극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걸 배운다. 이것이 희망이다. 우리는 앞으로 지구의 소리를 들어 미래 세대의 인간과 다른 생물들이 그들의 순간을 갖도록, 삶이 새로운 방식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는 한국이 (이런 변화를 이끄는) 리더가 되기를 희망한다. 한국도 이제 생각을 빨리 바꾸어야 한다.”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goni@hani.co.kr

제러미 리프킨은 누구?

세계적인 문명비평가이자 경제사회 사상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경제, 사회, 환경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예측해온 미래학자이자 문명비평가. <엔트로피>(1980) 이래 논쟁적인 저서를 잇따라 펴내면서 탁월한 사상가이자 활동가로 추앙받지만 일부에선 선동가로 엇갈린 평가를 받기도 한다.

1945년 미국 콜로라도 덴버 출생. 1977년 비영리단체인 경제동향연구재단을 설립해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1994년부터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경영대학원)의 최고경영자 과정 교수로 재직하면서 세계적인 지도자 및 기업들의 자문에 응하고 있다.

단호함과 온화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그는 특히 비전과 서사(내러티브)를 강조한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2014) 이후 저서를 내지 않았던 그는 최근인 지난 9월 미국 대선의 뜨거운 이슈인 ‘그린뉴딜’에 관한 책을 펴냈으며, 이 책의 국내판은 ‘글로벌 그린뉴딜’(민음사)이란 이름으로 내년 초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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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2019 아시아미래포럼] 지속가능한 미래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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