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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09 21:15 수정 : 2019.09.01 21:42

현대의 디지털 기술과 사회의 변화에 대해 기술결정론 입장을 따르는 사람은 앞으로의 디지털 세상이 유토피아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반면, 사회구조론을 따르는 사람은 기술의 발전이 디스토피아를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기술이 가져올 유토피아적 미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이 부를 창출하고 자유를 강화하며 정치에 활력을 주고 공동체와 개인의 필요를 충족시켜 줄 것이라고 믿는다.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예상하는 사람들은 기술발전이 가져오는 여러 가지 편익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무엇보다도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고용을 매우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디지털 기술이 가져올 미래사회를 예측한 <인에비터블>의 저자인 케빈 켈리는 디지털 세상이 꾸준히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하면서 프로토피아(Protopia)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기술과 사회가 서로 영향을 끼치면서 공진화하고 있다고 보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솔깃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정치인과 정책결정자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이러한 견해에 가깝다.

우리가 예상하고 기대하는 미래의 디지털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아직은 그 전모를 잘 알 수 없지만, 중세의 과학혁명과 근대의 산업혁명이 오늘 우리의 일상의 형태를 규정하고 있듯이, 현대의 디지털 혁명이 우리의 일상생활의 모습을 상상 그 이상으로 변화시켜 나갈 것임에는 분명하다. 이미 컴퓨터와 인터넷, 인공지능과 로봇을 소재로 하는 수많은 영화들이 이러한 예상들을 가까운 미래의 현실로 그려내고 있다. 그 중에는 새로운 시대의 희망을 노래하는 것도 많지만, 암울하고 파괴적인 미래를 섬뜩하게 보여주는 영화들도 적지 않다.

어떤 세상이 되느냐의 핵심은 사람에게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술발전이 사회의 진보를 위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디지털 기술 또한 그것을 사용하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술발전을 경제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 정치인, 기업가, 교육자, 예술가 등이 새로운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 삶의 터전인 정치, 경제, 사회, 문화와 교육 시스템에 어떻게 스며들게 하는지에 따라 다가올 미래 디지털 사회의 명암이 좌우될 것이다.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프로토피아일까.

서병조 전 한국정보화진흥원 원장

※ 이번주부터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인 서병조 전 한국정보화진흥원장이 4주에 한번씩 `서병조의 디지털톺아보기'를 통해 독자를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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