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15 04:59
수정 : 2019.08.15 07:19
[광복절 74돌] 동북아 지각변동
② 한-일 관계 재정립과 각국의 셈법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에 균열 판단 이익 극대화 모색
일본과 관계 개선하고 북한·러시아와 협력 강화
미국과 대립 최전선 ‘홍콩 시위’ 문제 대응에 집중
갈등의 격랑에 빠진 한-일 관계가 중국에는 전략적으로 유리한 요소라는 점을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고 있다. 한-미-일 공조로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큰 틈이 생기기 때문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는 중국에는 전략적 타격이기 때문에, 중국은 최근 한-일 갈등을 호재로 판단하고 지켜보고 있다”며 “중국이 중-러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러시아를 앞세워 한-일 간 민감한 지역인 독도 영공을 침범한 것은 한-일 관계 악화 속에서 자국의 이익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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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국가주석이 연설하고 있다. 신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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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식민지배·침략과 관련된 역사 이슈가 부상할 때마다 한-중이 공조하던 구도도 이번에는 사라졌다. 관세 인상과 화웨이를 겨냥한 수출규제 등의 방법으로 중국 때리기에 나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법을,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그대로 한국에 쓰는 상황에서, ‘자유무역 수호’라는 구호 아래 한-중의 공조도 가능할 법하지만, 그런 움직임은 뚜렷하지 않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중국은 미-중 갈등에 집중하기 위해 전선 확대를 원하지 않는다”며 “중국은 일본이 단독으로 한국을 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미국의 묵인하에 움직였다고 판단하고, 중국이 나섰다가 일본 배후에 있는 미국과의 대립이 더 악화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짚었다.
전세계적으로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무역전쟁을 넘어 금융·기술패권 등에서 전방위 압박을 가하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듯하지만,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이 한발 한발 영향력을 강화해가는 측면도 있다. 중국은 미국과 갈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전략적 우군이 될 수 있는 러시아와의 협력, 북한과의 관계도 강화하며 ‘합종’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구도에서 중국 정부가 21일께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 개최를 추진하며, 한-일 갈등과 관련해 지역 강대국으로서 ‘중재자’ 역할도 보여주려 하지만, 실제로 한-일 화해를 추진할 동인은 없어 보인다. 지난 9일 러위청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도쿄를 방문해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을 만나 “중국과 일본은 세계 2위와 3위 경제 대국으로서 협력을 강화하고 도전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며 중-일 협력을 강조했다. 미국에 맞서는 데는 중-일 관계 개선이 더 이익이 된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미-중 패권전쟁이 전방위로 번진 가운데 현재 중국은 홍콩 문제를 미-중 대립의 최전선으로 여기며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당국과 관영언론들은 홍콩 시위대를 폭도로 비난하는 대대적인 선전전에 이어 미국 배후설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미국은 홍콩 사태가 장기화되고 격화될수록, ‘반중’ 성향이 강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지지율이 높아져 내년 1월 대만 대선 결과가 중국에 불리하게 전개될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악화된 한-중 관계가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고 있거나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 참가,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 동북아에서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는 한-중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위험이 크다. 여기에 더해 홍콩 시위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강제수용소 문제도 한-중 간에 민감한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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