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이지혜의 지혜로운 국회생활
렌터카 기반 실시간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 차량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정차한 택시 옆을 지나 운행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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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의 강력한 ‘혁신’ 간판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근원에는 타다가 ‘혁신’의 대표주자 격으로 떠오른 사회적 풍토가 있습니다. 타다는 사실 개인이 쓰지 않는 자산을 타인과 공유하는 형태가 아니라 사업자가 대규모로 차량을 구입해 영업을 하는 방식이라 정확히 ‘공유경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세상에 없던 소비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타다는 성장할수록 필연적으로 택시시장을 잠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타다는 기존 택시가 가지고 있던 승차거부·불친절·불청결 등의 문제가 해소된 ‘더 나은 택시’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타다는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데다 출시 1년 만에 이용자가 130만명에 이르는 등 큰 인기를 끌어모으며 대표적인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실제로 타다의 혁신성 논의는 ‘반 택시 여론’에 기대어 온 측면이 큽니다. 윤관석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은 7일 <한겨레>와 만나 “타다가 정말 혁신이냐고 물을 때 다른 판단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동안 택시업계에 쌓여온 국민들 불만이 상당하고 이를 해소하는 서비스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무작정 규제의 시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_______
신산업 불씨 꺼질까 노심초사
단순히 타다의 ‘인기’ 문제를 넘어 신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부담감도 상당합니다. 여당 내부에는 “새로운 산업에 대해 규제의 잣대를 엄격히 들이댄다면 우리 산업은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경쟁에서 뒤처진다”(최운열 민주당 제3정조위원장)는 식의 경제주의적 목소리도 상당합니다. 지난 31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의 ‘타다 기소’에 대한 글을 올리면서 “여타 분야 신산업 창출의 불씨가 줄어들까 우려스럽다”고 쓴 대목에서는 조바심마저 느껴집니다. 이렇다 보니 타다의 비즈니스 모델은 사업자 자격이나 노동권 측면에서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이를 강하게 비판하거나 압박하고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윤관석 부의장은 지난 5일 오전 회의에서 검찰의 ‘타다 기소’를 비판하며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보호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타다 기사들이 사실상 노동자처럼 일하지만 법적으로 개인사업자여서 4대 보험도 적용받지 못하는 문제를 겪고 있기에 나온 발언이지만, 타다의 위법적인 노무관리를 직접 비판하는 말은 단 한 구절도 없었습니다. 국토부가 낸 상생안을 바탕으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박홍근 민주당 의원도 지난 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소비자 입장에서 타다 서비스가 양질이고 완성도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것은 아니다. 기존 택시의 문제점을 파고든 서비스”라고 솔직한 평가를 내놨습니다. 그러면서도 박 의원은 “제도나 규제로 새로운 투자를 막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경제계로부터 있을 수 있어서 타다를 합법적 틀로 견인해야 한다고 보기에 공개적인 논쟁은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타다가 일으키는 여러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우회적으로 언급하는 모습인데, 일자리와 경제 상황으로 야당의 거센 공격을 받아온 상황에서 이해 못 할 바도 아닙니다. _______
문제 더 꼬아놓은 검찰 기소 엎친데 덮친 격으로 검찰이 타다를 기소하면서 타다를 합법적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려 오래간 노력을 들여온 정부·여당은 운신의 폭이 더 좁아졌습니다. 사회적 타협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를 검찰이 성급하게 사법적 영역으로 가져가면서, 마치 타다가 일방적으로 탄압당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진 셈입니다. 타다가 이런 국면을 이용해 여론전을 펴고 상생안에 대한 비협조적인 태도를 고수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옵니다. 아울러 검찰의 기소가 정부 부처 간 갈등으로 비치는 점도 민주당에게는 곤란스러운 지점입니다. 윤관석 부의장은 “이번 검찰의 (타다) 기소와 관련해 위법 여부는 향후 재판을 통해 가려지겠지만, 국회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입법의 과정이 진행되는 와중에 부처 간 불통과 엇박자인 듯한 모습을 국민에게 보인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검찰을 비판한 바 있습니다. 민주당은 검찰의 기소 등 사법절차와는 별도로 공은 국회가 쥐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국회 국토위원회는 예산심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법안소위를 열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말 택시기사의 분신 사망까지 터질 정도로 진통을 겪어온 택시와 모빌리티업계의 ‘극한 갈등’을 과연 20대 국회가 해결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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