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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06 15:41 수정 : 2019.10.06 16:09

그래픽_김승미

정치BAR_이지혜의 지혜로운 국회생활

국회의원 평가 ‘단순 잣대’ 개혁안에
입시생 된 의원들 “본말전도” “자괴감”

그래픽_김승미

정치권에는 또다시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2019년 국회를 내내 마비시켰던 ‘선거제 개혁’, 연일 정치권 공방에 오르내리는 ‘검찰개혁’은 물론이고요. 국가사회기관 신뢰도가 고작 2.4%인 국회도 개혁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국회혁신특별위원회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며 국회개혁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의정활동 기간에 무단으로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 하루당 세비를 20%씩 삭감하고 특별활동비·입법활동비·수당도 깎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지난 2일 표창원 민주당 의원도 국회의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회의에 빠질 경우 징계를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것이 국회법인지 학칙인지, 이곳이 국회인지 학교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지난 수개월 동안의 국회를 보면 회의에 빠진 국회의원에게 페널티를 주자는 발상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20대 국회는 지난 4월 선거제 개혁안과 공수처법·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하는 와중에 물리적 충돌을 빚으며 ‘동물국회’를 보여주기도 했고요. 임기를 6개월 남긴 현시점 법안처리율은 29.4%로 민주화 이후 최악이지요.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마저도 여야의 회의 일정 줄다리기로 3주나 늦게 시작했습니다. 국회 출입 경력이 긴 기자들도 “여야가 회의 일정 잡는데 이렇게 많은 시간을 쓰는 건 살다 살다 처음 본다”며 답답해하기도 합니다.

국회의사당. <한겨레> 자료사진
국회는 분명 절실한 개혁의 대상입니다. 의사일정 합의를 번번이 거부해온 자유한국당을 비판하다 못해 국회개혁안까지 들고 나서는 민주당 심정도 백번 이해가 됩니다. 그럼에도 개혁의 방향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국회의원에게 페널티를 주는 식의 ‘단순 잣대’는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하면서 도리어 국회의원을 ‘직업 정치인’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민주당 정책의원총회에서 박주민 국회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이 국회혁신방안을 발표했을 때 당내에서는 상당한 비판이 나왔습니다. 다음은 민주당의 한 수도권 3선 의원 의견입니다.

민주당 3선 의원

“‘국회의원 숫자 줄이자’, ‘국회의원 세비 줄이자’는 주장은 대표적인 포퓰리즘이다. 국회의원들이 돈 때문에 정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도 아니다. 돈 벌려고 국회의원 하는 것이 아닌데, 돈으로 컨트롤하겠다는 발상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스스로의 소명을 폄하하는 반정치 논리다. 당이 정치불신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우리는 ‘국정감사’를 통해 이러한 단순한 잣대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각 당은 소속 의원의 국정감사 실적을 평가하기 위해 ‘국정감사 기간 중 언론 보도 건수’를 셉니다. ‘국정감사를 열심히 하는 의원일수록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을 것’이라는 추론이 작동하는 것입니다. 지상파 방송·종편 방송·지면 매체·인터넷 매체 등에 따라 점수가 달리 매겨지고 이 점수는 21대 총선 공천에 반영됩니다.

이렇다 보니 국정감사가 돌아오는 가을마다 의원과 보좌진들은 내실 있는 정책 질의보다는 기사화하기 좋은 자극적인 아이템을 찾기에 바쁩니다. 촘촘한 평가 항목에 맞춰 보도자료를 준비하는 보좌진들을 보고 있자면 입시준비생처럼 보입니다. 물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유치원 비리’처럼 국민 삶에 중요한 이슈면서 동시에 좋은 기삿거리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런 ‘대박’ 아이템은 흔치 않습니다. 의원들 입에서 “본말전도” “자괴감” 등 씁쓸한 의견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의원들을 학생 다루듯 징계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되살리는 것입니다. 국회의원 수를 줄이거나 국회의원 세비를 삭감하는 방안은 순간 유권자의 속을 시원하게 할 ‘사이다’가 될 수는 있지만 결국 여의도에서만 요란한 ‘찻잔 속 태풍’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난 26일 ‘조국 이슈’가 대정부질문을 휩쓸었던 가운데 유일하게 정치를 되살릴 방법에 관해 이야기했던 원혜영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원 의원은 이 자리에서 △개헌 △선거제 개혁을 통한 협치 정착 △교섭단체 전권주의 폐지 △의사일정 자동화 △국회 윤리특위 부활 △국회의원 세비산정위원회 별도 구성 등을 제안했습니다. 이 가운데 국회 의사일정 관련 부분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존경하는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 일하는 정치의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는 국회 개혁입니다. 진영논리와 사생 결단의 투쟁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의 일하는 정치로 나아가려면 현행 국회선진화법을 업그레이드시켜야 합니다. (…) 임기 게시 후 7일에 개헌국회 집회, 짝수달 임시회 개회, 법안 소위 월 2회 이상 개의 등 이런 규정은 별도 합의 절차가 필요 없습니다. 그대로 지키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 정파 간 갈등을 심화시켜 식물국회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교섭단체 전권주의와 이제는 결별해야 합니다. 훈시적 규정으로 돼 있는 의사일정 조항을 효력조항으로 바꾸기만 하면 국회운영의 기초는 확립됩니다. (…) 딱 두 가지만 합의하면 됩니다. 우리가 결정만 하면 되는 일입니다. 국회 회의 개최와 참석문제는 여야 간 정쟁의 소재가 아니라는 것, 그 결정의 주체는 교섭단체나 교섭단체의 대표가 아니라 우리 국회를 구성하는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라는 것만 확인하면 됩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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