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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22 13:29 수정 : 2019.08.22 18:39

동물단체들은 전국에 1천~2천여 개의 번식장이 무허가로 운영되고 있다고 추정한다. 사진은 지난 1월 경기도 평택 불법 번식장에서 발견된 60여 마리의 치와와. 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애니멀피플] 사지마 팔지마 버리지마: 반려산업의 슬픈 실체
7회. ‘20번 농장 1번 치와와’를 구하는 길
한해 12만 마리 넘은 유기동물이 반려인 탓이라는 정부
규제 소극적…뜬장과 번식장, 이를 ‘세탁’하는 경매장 성행
개인의 유기동물 입양만으로 한계, 법제도 개정 갈 길 멀어

동물단체들은 전국에 1천~2천여 개의 번식장이 무허가로 운영되고 있다고 추정한다. 사진은 지난 1월 경기도 평택 불법 번식장에서 발견된 60여 마리의 치와와. 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1~6회 이야기: 번식농장에서 태어난 강아지들은 생후 45일 경이면 긴 여행을 시작한다. 경매장에 도착한 강아지들은 외모에 따라 30만원에서 100만원 이상에 팔려나갔다. 경매장에서 낙찰된 개는 펫숍으로 가거나 종·모견으로 쓰이기 위해 다른 농장에 팔려갔다. 농장으로 돌아간 개들은 8~9년 혹은 평생 종·모견으로 살다 폐견으로 버려졌다. 펫숍으로 가도 굶주림과 낙상, 질병을 견디며 가족을 기다린다. 하지만 반려견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개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방식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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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장 현실 알린 ‘루시’

2013년 3월 영국 웨일스의 강아지 번식장에서 중형견인 ‘카발리어 킹 찰스 스패니얼’ 종이 구조됐다. 사람들은 그 개에 이름을 붙였다. ‘루시’.

발견 당시 루시는 6년간 반복된 출산으로 처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털은 군데군데 빠지고, 척추는 휘어 있었다. 몸무게는 3.6kg에 불과했다. 루시를 입양한 리사 가르너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루시의 상황과 공장식 번식의 심각함을 알렸다.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것을 영국 사람들은 깨달았다. 공장식 번식장, 그리고 번식장의 열악한 환경을 은폐하며 강아지를 판매하는 펫숍 때문에 루시 같은 개가 생겨났다고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영국 시민들은 강아지 번식장과 펫숍의 폐쇄를 위해 자신이 직접 번식시키지 않은 동물의 판매를 금지하도록 요구했다. 2018년 2월, 영국 정부의 국민 의견 수렴 조사에서 법 개정에 찬성하는 국민은 96.5%였다.

2018년 8월 영국 정부는 6개월령 이하 강아지·고양이를 제3자(펫숍)가 판매하는 행위를 원천 금지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사람들은 이를 ‘루시 법’이라 부른다. 이제 강아지나 고양이를 기르고 싶은 영국인은 상업적 거래가 아닌 방식으로 지인을 통해 분양받거나 브리더(전문 번식업자)와 직접 거래해야 한다.

2013년 영국 웨일스의 강아지 번식장에서 구조된 개 ‘루시’는 영국의 6개월령 이하 강아지·고양이 펫숍 판매 금지 법안을 이끄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사진 @lucytherescuecavalier
법 시행은 내년 4월부터지만 지난해 유기동물은 급감했다. 영국 최대 반려견 보호단체인 ‘독스 트러스트’의 조사자료를 보면, 지난해 발생한 영국 유기견은 5만6천여 마리였다. 2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고 2017년보다 15% 줄어들었다.(Dogs Trust, )

지난해 영국의 반려견은 890만 마리였다. 한국의 반려견 660만 마리보다 많다. 유기된 개의 숫자는 정반대다. 영국 유기견이 5만6천여 마리인데 비해, 한국에서 발생한 유기견은 9만1천여 마리였다. 번식장-경매장-펫숍의 산업구조에 대한 문제 인식이 두 나라의 차이를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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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루시 법’이 실패한 이유

한국에서도 열악한 번식농장의 실태가 폭로된 적이 있다. 2016년 동물자유연대가 폭로한 ‘강아지 공장’의 참혹한 모습은 이듬해 동물보호법 개정을 촉발시켰다. 개정안에는 동물학대 처벌 강화 등 여러 내용이 담겼지만, 핵심은 번식업 규제에 있었다.

개정안에서 동물생산업은 기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됐다. 인력 기준과 시설기준도 강화했다. 관리인력 1명당 사육 가능한 마릿수는 100마리에서 75마리로 줄고, 열악한 사육환경으로 손꼽혔던 ‘뜬장’의 신규 설치도 금지됐다.

하지만 동물단체들이 주장했던 몇몇 핵심 내용은 반영되지 못했다. 당시 동물단체, 수의사회 등 24개 단체가 4차례 회의를 거쳐 정리한 내용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안에 담겼다.

2016년 동물자유연대가 폭로한 ‘강아지 공장’의 참혹한 모습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최종 법률에 담기지 못한 그 주요 내용은 △부모견과 자견 모두 전자적 개체 등록 △관리 인원 1인당 동물 30마리로 제한 △영업장 당 동물 총수 100마리로 제한 △마리당 출산횟수는 연 1회 내로 제한 등이다. 번식장과 펫숍 단계부터 성견과 강아지를 모두 등록하여 투명하게 관리하되, 기를 수 있는 개체를 제한하여 산업적 확대를 막고, 무리한 출산으로 인한 동물권 학대도 방지하자는 구상이 두루 반영돼 있다.

이런 내용이 법률에 담기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다. 법 개정을 앞두고 2016년 6월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농림부가 주최한 간담회에선 매번 치열한 논쟁이 오갔다고 한다. 간담회에는 동물보호단체, 생산자단체,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전진경 이사는 “생산판매업자들과 동물단체들 의견이 너무 다르니 매일 싸우는 게 일이었다. 번식업을 하는 50~60대 종사자들이 찾아와 고함을 쳐서 회의가 진행이 안 되는 날도 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동물보호단체 ‘행복한 강아지들이 사는 집’(이하 행강) 박운선 대표는 “당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 의원들과도 함께 간담회를 열어 ‘한정애 의원 안’을 검토했으나, 농림부는 생산업 (폐지가 아닌) 허가제 외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생산판매 관련 협회에서 무수한 압력이 있었던 거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림부 관계자는 “당시 논의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정확히 말씀드리긴 어렵다”면서 “당시 생산업자들이 동물단체 제안을 현실적으로 못 따라올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현재 형태의 ‘절충안’이 나왔다.

영국 정부가 ‘관련 산업 허가의 강화’가 아니라 ‘판매 및 거래의 원천 금지’를 결정한 것과 비교하자면, 한국 정부는 제도 안에서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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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장’은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의 루시법’ 제정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박운선 행강 대표는 개정안이 한국 반려동물의 복지 수준을 웅변한다고 지적한다. 박 대표는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받아들여진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새로 허가를 받는 사람만 뜬장 설치가 불가할 뿐, 이전에 허가를 받은 농장들은 계속 교체해서 쓸 수 있다. 한국에서 반려동물 산업이 사라지기 전까지 번식농장 개들은 영원히 철장 안에서 고통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6월 반려동물 생산판매업자들로 이뤄진 한국반려동물총연합회(현 반려동물협회)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편파방송 및 동물보호법 개악 규탄대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최근까지도 동물단체들은 생산농장에서부터 유통 경로를 전산화하여, 부견과 모견이 어떠한 개인지, 어디서 태어나 어느 경로를 거쳐 판매에 이르게 되었는지 등을 기록하는 ‘반려동물생산이력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번식장에서부터 ‘출생 신고’를 한 강아지만 판매가 가능하도록 만들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농림축산식품부의 반응이 7월4일 발표한 ‘동물복지 5개년 계획’에 담겨 있다. 동물등록제 활성화를 위해 생산·판매 때부터 동물을 등록해 분양하도록 하는 개선 방안을 포함했다. 20일 애니멀피플과 통화한 농림부 동물보호정책팀 관계자는 “동물등록제 대상 월령이 3개월이고, 경매장·펫숍 등에서 거래되는 월령이 2개월이라 시스템이 통합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지난 3월 동물보호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동물등록제 대상 월령을 2개월로 조정했고, 내년 3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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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번식장과 이를 ‘세탁’하는 경매장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법이 어떻게 바뀌건 법의 바깥에서 꿈쩍 않는 ‘불법 번식장’들이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등록된 동물생산업체는 2019년 8월 현재 1477곳이다. 동물단체들은 전국의 번식장이 3천~4천여 곳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1천~2천여 번식장이 무허가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농림부가 지자체 합동으로 1년에 두 차례 적발에 나서지만, 산속 깊은 곳의 번식장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올해 4~5월 단속에서 적발된 무허가 번식장은 9곳에 불과했다. 무허가 업체가 적발되더라도 그에 대한 처벌은 500만원의 벌금이 끝이다.

이런 가운데 불법 번식장은 여전히 곳곳에서 생명을 찍어내고 있다. 지난 1월 경기도 평택의 한 주택 창고에서 장모치와와 60여 마리가 구조됐다. 발견 당시 치와와들은 오물로 가득한 창고에서 사육되고 있었다. 대부분 피부병에 걸려 있었고, 일부 개들은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살아있는 개 바로 곁에 죽은 개의 사체가 방치된 채 발견되기도 했다. 장모 치와와는 2015년 한 예능 방송을 통해 유명해진 견종이었다.

지난 1월 경기도 평택 불법 번식장에서 발견된 장모 치와와 60여 마리는 오물이 가득한 창고에서 사육되고 있었다.
불법 번식장이건 아니건, 가리지 않고 유통하는 일부 경매장에도 문제가 있다고 동물단체들은 지적한다. 경매장은 그동안 불법 번식장 강아지를 유통하더라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2014년 <반려동물 대량생산과 경매 그리고 식용도살 실태 보고서>를 통해 반려견 경매장의 실체를 고발한 동물권 행동 카라는 “경매업은 사라져야 할 업종”이라고 주장했다. 전진경 카라 이사는 “경매장은 개의 출처를 세탁하는 일을 한다. 불법 번식장의 상태를 교묘하게 가리는 역할을 하고, 한편으로는 관리 잘된 번식장을 홍보해 열악한 곳의 모습도 지워버린다”고 지적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또 다른 위법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 했다. “(경매에 나온 강아지가 자란) 불법농장의 이름을 합법적인 다른 곳으로 바꿔 유통해주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불법 번식장의 강아지를 ‘허가 번식장’ 이름으로 둔갑시켜 펫숍에 넘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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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유기동물 12만마리, 운영비 200억원 이상

반려동물 산업이 생산과 유통을 멈추지 않는 가운데 지난해 버려진 개와 고양이 등 유기동물은 12만 마리를 넘어섰다. 지난해 유기동물 운영비용에 쓴 비용도 200억원이 넘는다. 2015년 97억원과 비교하면 4년 동안 무려 1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이는 정부 비용만을 추산한 것이다. 사설보호시설이나 동물보호단체의 보호소까지 포함하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현행 제도상, 버려진 동물에 대한 보호책임은 지자체에 있다. 구조된 유기동물은 각 지자체(시, 군)가 직접 운영하거나, 지자체가 민간에 위탁한 전국 298곳 동물보호센터로 가게 된다. 이곳에서 주인을 찾거나 입양되지 않으면, 보호소는 의무보호기간 10일 뒤에 동물을 안락사할 수 있다. 지난해 전국 지자체 보호소에서 개들은 평균 30일 동안 머물렀다. 안락사 된 개는 모두 2만2635마리였다.

지난 1월 경기도 평택 불법번식장에서 구조된 60여 마리 치와와 중 한 마리. 동물자유연대는 8월24일 경기 남양주 반려동물복지센터에서 구조된 치와와들과 12마리 유기견들의 새 가족을 찾는 입양행사를 갖는다.
구조하고, 먹이며 보살피고, 병을 치료하고, 끝내 입양되지 못한 동물을 안락사하느라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연간 수백억원의 비용은 세금으로 충당된다. 여기에 이르러 유기동물 문제는 관련 산업이나 동물단체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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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부 ‘유기견은 소유자 책임’

동물복지 선진국에서는 버려지는 동물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은 책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에서 펫산업과 유기견의 상관관계에 관해 이야기 한다. 유기견 입양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브리더(전문 번식업자)를 통한 분양이 까다로운 노르웨이에는 유기견이 한 마리도 없다면서, 노르웨이에서 만난 이의 말을 전했다. “유기견이 많은 나라의 특징은 팻 팩토리가 있다는 거야.”

이 때문에 동물해방물결은 <반려동물 판매 금지-해외 사례와 대안적 방향> 보고서에서 공급자에 대한 획기적 규제를 주장했다. 보고서는 “(동물을 버리거나 학대하는) 소유자에 대한 처벌만으로는 이미 과포화 상태에 이른 동물 생산-판매-유기의 사이클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유기견 등에 대한 정부의 현실 인식은 조금 달랐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농림부 관계자는 유기견 문제를 해결하려면 반려인의 인식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보호정책팀 관계자는 “동물을 쉽게 사고파는 구조의 문제점은 충분히 공감된다. 하지만 불법 번식장에서 많이 생산되기 때문에 많이 버려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맞지 않다. 유기유실은 어디까지나 소유자의 인식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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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찾는 ‘윤리적인’ 방법들

정부의 인식이 전환되고, 관련 법 제도가 개선되기 전에도 시민들이 행동을 시작할 수는 있다. ‘번식장-경매장-펫숍’ 경로를 통하지 않고 반려동물을 키우면 된다. 동물단체들이 권하는 방법은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것이다. 지난해 구조된 유기동물 가운데 새 가정을 만나 분양된 비율은 27.6%다. 2015년 32%였던 입양률은 2016년 30.4%, 2017년 30.1%로 매해 줄어들고 있다.

유기동물을 분양받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을 살펴보면, 각 지자체가 운영하는 직영·위탁 보호소의 유기동물들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최대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 포 인 핸드’에서는 유기동물의 입양 공고나 임시보호 요청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카라,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보호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입양센터를 통해도 된다. 이들 단체는 직접 구조한 동물들을 보호하며 꾸준히 입양을 홍보하고 있다.

굳이 특정한 품종견을 키우고 싶다면, 전문 브리더가 운영하는 윤리적 켄넬(Kennel?전문견사)을 찾으라고 동물단체와 전문가들은 추천한다. 2016년 강아지 공장 문제 해결을 위해 전국 200여 곳 번식장을 직접 찾았던 프로젝트팀 ‘굿보이토토’의 권혁호 수의사는 “윤리적인 의식을 바탕으로 한 신중한 강아지 입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굿보이토토는 바람직한 반려문화 지식을 담은 소책자 <올바른 반려견 문화를 위한 최소한의 지식서>도 발간했다.

〈올바른 반려견 문화를 위한 최소한의 지식서〉에서 제시한 윤리적 켄넬 체크 리스트. 굿보이토토 제공
이 책은 인도적 기준에 부합하는 켄넬을 운영하는 브리더 8명도 소개했다. ‘인도적 기준’은 미국 연방법과 영국 동물보호법이 정하는 브리딩 시설과 브리더 기준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강아지를 낳아 기르면서 분양하는 번식장이 △강아지들에게 개별 공간을 제공하는지 △성별, 나이별로 분리하여 기르는지 △주거환경과 위생을 제대로 관리하는지 △어미를 통해 사회화된 뒤에 분양하는지 △강아지들을 운동시키는지 등을 살펴보라는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애피〉가 찾은 번식장들은 간신히 두어 가지 조건에 부합하거나 아예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곳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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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번 농장 1번 치와와’를 대신할 이름

독일 동물보호법 1조는 ‘동물과 인간은 이 세상의 동등한 창조물’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난 두 달간 취재과정에서 우리가 만난 대부분의 개에게 그것은 다른 세상 또는 먼 미래의 일이다. 그들에겐 이름조차 없었다. 경매장의 강아지들, 번식장의 종모견, 보호소의 유기견들은 아직 이름을 못 얻었거나, 버림받는 과정에서 잃어버렸거나, 영원히 이름을 갖지 못할 운명에 처해 있었다.

경매장을 취재하던 6월27일, 우리가 잠시 품에 안은 강아지에게도 이름이 없었다. 그때 우리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강아지 한 마리를 낙찰받았다. 경매에 아예 참여하지 않으면 잠입취재 중인 것을 들킬까 봐 종종 버튼을 누르던 터였다. 경매사가 ‘20번 농장의 1번 치와와’를 치켜들고 “30만원”이라고 외쳤다. 우리는 의자에 붙은 경매 버튼을 무심코 눌렀다. 검정 치와와 한 마리가 종이 상자에 담긴 채 우리에게 왔다.

작은 강아지는 두 손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고 따뜻했다. 조명 아래서 인형처럼 한 손에 쥐어 전시되던 강아지는 심장이 뛰고, 꼬리를 흔들 줄 아는 살아있는 개였다. 배의 왼쪽에는 농장 번호 20, 오른쪽에는 개체 번호 1이 쓰여 있었다.

지난 두 달 취재 기간 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경매장에서 낙찰을 받았던 강아지, ‘20번 농장 1번 치와와’.
찰나의 순간, 마음이 흔들리고 복잡한 생각이 스쳤다. 그 강아지만이라도 구출하고 싶었지만, 데려온다 해도 누가 어디서 키울지 막막했다. 취재 도중에 이래도 되는지 혼란스럽기도 했다.

결국 우리는 강아지를 반품했다. 우리 손을 떠나는 강아지와 눈이 마주쳤다. 이후로도 오랫동안 검게 젖은 그 눈빛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20번 농장 1번 치와와’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다른 경매장에서 누군가에게 낙찰됐을까. 펫숍을 거쳐 어느 가족을 만났을까. 이제는 숫자가 아닌 이름을 얻었을까. 혹시 거리에 버려지진 않았을까.

12만1077마리. 지난해 한국에서 버려지거나 집을 잃은 동물의 수다. 이 가운데 44%는 새 보호자를 만나지 못하고 안락사당하거나 자연사했다.

<유기견을 입양할 수 있는 곳>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 http://animal.go.kr/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 http://pawinhand.kr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https://cafe.naver.com/seoulanimalcare
서울시 강동구 리본센터 http://reborncenter.org/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물사랑센터 http://www.seocho.go.kr/site/animal/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 https://www.animals.or.kr/center/intro
동물권행동 카라 아름품 https://www.ekara.org/activity/cafe
유기견보호소 행복한 강아지들이 사는 집 https://www.facebook.com/Heanggang/
팅커벨 입양센터 http://cafe468.daum.net/_c21_/home?grpid=1S4u9
행동하는 동물사랑 입양뜰 https://www.instagram.com/hdsppl
유기동물의 엄마 아빠 https://www.instagram.com/youumbba_adopt/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 https://www.instagram.com/beaglerescuenetwork
한국웰시구조협회 허그코기 http://hugcorgi.com/

김지숙 신소윤 기자 suoop@hani.co.kr

#‘에필로그’ 편에서는 이번 보도와 펀딩을 지지하고 응원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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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마 팔지마 버리지마: 반려산업의 슬픈 실체

1회: “A급 비숑, 18만원!”…15초만에 생명은 상품이 되었다
2회: 버려지거나 먹히거나…선택받지 못한 개들의 운명
3회: 하루 두 스푼, 펫숍 강아지의 목숨 건 기다림
4회: ‘상근이’들은 왜 유기견이 되었나…수요·공급의 비극
5회: 번식의 굴레…어미 개는 새끼 귀를 물어뜯었다
6회: “강아지들 상할까봐”…그들도 개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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