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잘 먹지 않거나, 심장 소리가 나쁘거나, 항문에서 냄새가 난다는 등 온갖 이유로 경매장 강아지들은 반품된다. 유찰과 반품을 반복하면서 강아지는 자라고 몸집이 커지면 ‘상품가치’는 더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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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사지마 팔지마 버리지마: 반려산업의 슬픈 실체
2회. 폐견, 버려지는 강아지
밥을 잘 먹지 않거나, 심장 소리가 나쁘거나, 항문에서 냄새가 난다는 등 온갖 이유로 경매장 강아지들은 반품된다. 유찰과 반품을 반복하면서 강아지는 자라고 몸집이 커지면 ‘상품가치’는 더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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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경매장의 컨베이어벨트
경매장에서는 생후 40~50일의 강아지들이 플라스틱 상자를 타고 컨베이어벨트에 올라 전시됐다. 50~60평 규모의 경매장에는 100여명의 사람이 모여 두세 시간 동안 200여 마리의 강아지를 거래했다. 15초에 한 마리씩 경매대에 오른 강아지들은 대략 3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이상에 팔렸다. 최우선 기준은 외모였다. 경매 직전, 외모를 꾸미려 목욕하다 죽는 강아지도 있었다.
‘반품’ 사유는 너무 많았다 6월20일 경기도 광주 △△경매장, 100여 좌석의 맨 앞줄에는 ‘거상’들이 앉아 있었다. 강아지들이 잘 보이는 그곳은 경매장과 자주 거래하는 단골 구매자들의 자리였다. 3번 구매자 앞에는 100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개들이 종이 박스에 담겨 착착 쌓여 갔다. 그의 의자에는 △△△△라는 이름이 붙어있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만 10여개 지점을 가진 프랜차이즈 펫숍이었다. “말티 수컷입니다. 얼굴 너무 깜찍하네요. 50만부터 갈게요. 되게 귀여워요. 51, 52…, 58, 59, 60(만원). 3번!” 말티 수컷은 손잡이를 접어 휴대할 수 있는 종이상자에 담겨 3번 낙찰자에게 넘겨졌다.
6월20일 경기도 광주 △△경매장에서 한 낙찰자가 강아지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심장 소리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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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찰되고 반품당해도 강아지는 자랐다 한바탕 경매가 끝나면, 유찰되거나 반품된 개들이 재경매에 올랐다. 간혹 재경매가 없는 날에는 구매자가 경매 준비실에 들어가 유찰된 개들을 살펴보고 경매장과 직거래했다. 반품 과정에서 농장주, 경매사, 펫숍 사업자 사이에 언쟁도 일어난다. 6월25일 경기도 김포 □□경매장에서 반품당한 몰티즈가 재경매에 올랐다. “몰티즈, 이쁜데 부정교합이 약간 있네요. 20만원!” 경매사가 입을 떼자마자 바로 낙찰됐다. 뒤편에 앉아 있던 농장주는 고함을 질렀다. “25만원 받으라니까, 왜 20만원에 팔아?” 반품당한 강아지의 농장주를 달래려고 경매사가 애쓰는 경우도 있었다. “밥을 안 먹는다고 반품됐는데, 배가 빵빵하네요. 5만원!”
경매 전 강아지들의 배에는 농장번호와 개체번호가 적히고, 이후 경매사에게 넘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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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새끼를 ‘빼는’ 종·모견으로 경매장을 취재할수록 의문이 커졌다. 외모가 좋지 않거나 건강하지 않다는 이유로 5개월 이상 유찰만 거듭해 ‘상품가치’가 사라진 강아지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6월26일,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경기도 김포 ○○경매장에서 한 농장주가 철장에 갇힌 갈색 푸들 앞에 섰다. “얘는 얼마야? 5개월쯤 됐으려나.” 경매장 직원이 답했다. “15만원에 가져가요.” 곁에 서 있던 우리가 농장주에게 물었다. “모견으로 데려가시게요?” 농장주는 웃으며 말했다. “응.” 갈색 푸들이 마음에 드는 듯했다. 생후 5~7개월이 되도록 팔리지 못한 강아지 가운데 일부는 모견(암컷)이나 종견(수컷) 후보로 경매장에 돌아온다. 갈색 푸들도 그런 강아지 중 하나로 보였다. 원래 농장에서 다른 농장으로, 철장에서 태어나 다시 철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생후 1년이 되기 전부터 번식을 시작한 종·모견들은 보통 8~9년 또는 죽을 때까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며 새끼를 ‘빼는’ 일만 하게 된다. _______
‘하자’있는 개들만의 경매장 취재 과정에서 우리는 관련 업자들을 통해 경기도 고양 XX경매장에 대해 알게 됐다. 잘 팔리지 않는 개들을 거래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폐업하는 펫숍에서 ‘떨이’로 내놓은 개, 몸이 약하고 ‘하자’가 있는 개, 가정에 입양되지 못하고 농장에서 커버린 개들이 거래된다는 것이었다. XX경매장의 위치와 경매날짜를 알아내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어렵게 경매장 대표와 통화했지만, “우리는 모두 대형견이고, 강아지는 (경매에) 많이 나오지 않는다. (펫숍 하는 사람은) 와도 살 것이 없다”며 경매 정보를 주지 않았다.
7월14일 찾은 경기도 고양 XX경매장의 외관은 버섯재배를 위한 비닐하우스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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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시장 바둑이의 운명 7월19일,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에서 그 연결고리를 볼 수 있었다. 상설시장의 한 골목에 ‘육견’ 판매점포가 있었다. 예전에 비해선 축소됐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개고기 있어요.” 호객하는 상인 앞에 놓인 냉장고 옆면에는 붉은 글씨로 ‘똥개’라 적혀 있었다. 육견 점포들이 늘어선 도로의 건너편 주차장에 반려용 강아지를 파는 상인들의 좌판이 있었다. 드문드문 늘어선 6곳의 좌판마다 평균 10여 마리의 강아지를 팔고 있었다. 두어 곳은 어린 품종견들이 주류를 이뤘고, 나머지는 도사견 또는 진돗개 믹스견의 새끼들이었다.
폐장 시간이 다가오자, 모란시장의 상인들은 믹스견 강아지 두어 마리를 묶어 2만~3만원에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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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는 모란시장에서 만난 유일한 성견이었다. 바둑이는 이전 반려인이 파양한 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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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견, 국물용, 유기견 ‘돈의 논리’에 따라, 아무도 원치 않는 개들의 다수는 식용견 시장으로 흘러간다고 동물권 단체들은 주장한다. 오래전 개 번식업에 종사했다가 이제 동물보호단체를 운영하는 ‘행복한 강아지들이 사는 집’(이하 행강집) 박운선 대표는 “10여년 전만 해도 ‘폐견’들을 수거해 건강원으로 납품하는 업자들이 있었다. 이른바 ‘나까마’라고 불리는 중간 상인들이 번식농장을 돌아다니며 마리당 1만원 또는 5천원에 매입해 개소주집이나 개고깃집에 판매했다”고 말했다. 펫숍으로 팔려나가지 않는 강아지는 모견 또는 종견으로 농장에 팔리고, 교배 능력이 떨어져 그 역할까지 다하면 또다시 경매장에 매물로 돌아온다. 이 개를 ‘폐견’으로 부른다는 것을 우리는 처음 알았다. 경매장에 나온 폐견들은 마리가 아니라 상자 단위로 거래된다. 몇 마리씩 한 상자에 넣고 헐값에 파는 것이다. 이런 폐견을 낙찰받아 가는 사람들은 육견 판매업자라고 동물단체들은 추정한다.
7월19일 낮 찾은 모란시장의 한 골목에 ‘육견’ 판매점포와 건강원들이 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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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거나, 버려지거나, 먹히거나 XX경매장에서 육견을 목적으로 개가 거래되는지 아닌지, 우리는 확인하지 못했다. 현장 접근이 어려웠고, 경매 시간을 공개하지 않아 실태를 목격할 수 없었으며, 다시 취재를 시도하기에도 장벽이 높았다. 나중에 농식품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서 확인한 결과, XX경매장은 동물판매업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무허가 상태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등록된 전국 반려동물 경매장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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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장, 경매장, 펫숍은 한국 반려동물 산업의 ‘블랙 트라이앵글’입니다. 국내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애니멀피플>이 그 현장을 직접 취재했습니다. 한 달 동안 사전 취재와 자료 조사를 벌였고, 두 달 동안 전국의 강아지 번식장 4곳, 반려동물 경매장 6곳, 펫숍 2곳 등을 잠입 취재했습니다.
반려견 산업은 외부자의 접근을 철저히 막고 있습니다. 강아지 번식장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들은 경기도의 한 상가를 임대해 관청으로부터 동물판매업 허가를 받았습니다. 엄격한 회원제로 운영되는 반려동물 경매장에 접근하기 위해 펫숍 사업자로도 등록했습니다. 펫숍에서 보름간 ‘알바’로 일하며 개가 물건처럼 사고 팔리는 현장도 기록했습니다.
돈의 논리로 굴러가는 한국 반려견 산업의 실체를 이제 영상과 글로 보여드립니다. 물건처럼, 때로 물건보다 못한 존재로 거래되는 생명을 구출하기 위한 텀블벅 펀딩도 준비했습니다. 동물의 친구, <애니멀피플> 친구들의 참여와 도움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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