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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6 05:00 수정 : 2019.07.26 11:00

창원에스엠타운(창원문화복합타운) 기공식이 2017년 5월24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사업부지에서 열렸다. 안상수 당시 창원시장(왼쪽에서 6번째)과 한지섭 에스엠타운플래너 대표(8번째) 등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며 축하하고 있다. 사진 창원시 제공

고양에서 출발해 문경·오산까지…
10년 넘게 ‘SM타운’ 잇따라 추진
부동산 개발·브랜드 앞세우다 표류
창원서 “전무후무 특혜” 힘입어 성공

창원에스엠타운(창원문화복합타운) 기공식이 2017년 5월24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사업부지에서 열렸다. 안상수 당시 창원시장(왼쪽에서 6번째)과 한지섭 에스엠타운플래너 대표(8번째) 등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며 축하하고 있다. 사진 창원시 제공
에스엠(SM)타운은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추진됐다. ‘이전 도시’에서 실패한 사업을 ‘다음 도시’가 경쟁적으로 끌어갔다. 그때마다 대형 개발 사업이 결합했고, ‘치적’에 목마른 자치단체장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으며, 예외 없이 특혜 논란이 일었다.

“문경관광문화단지, 똑같이 에스엠 사업입니다. 우리하고 비슷합니다.”

2016년 12월15일 창원시의회(제63회 본회의)에서 김석규 시의원이 발언했다.

“(사업 취소와 실패의 책임을 놓고 벌어진 문경시와 시행사 간의) 소송이 2015년 3월15일 최종 끝납니다. 그런데 우리 시 (2015년) 3월 업무보고서에 문경시와 (소송이) 최종 마무리되지 않은 사업인데도 ‘이미 리얼티플러스와 접촉을 하고 있고, 이 사업을 올해 진행할 것’이라고 올라옵니다. (우리 시 사업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멈춰버린 타운’과 ‘출발하는 타운’이 뒤엉켜 시의회에 소환됐다. 김충관 당시 창원 제2부시장에게 질문이 향했다.

“문경 사업을 주도했던 사람이 (리얼티플러스) 이세종 대표지요?”

김충관 “예.”

리얼티플러스(▶1회 기사)는 철거업을 기반으로 악명을 떨치던 다원의 계열사였다. 다원그룹 이금열 회장의 동생 이표열이 사주로 있었다. 이세종의 제안을 받아 창원에스엠타운 사업에 뛰어들었고, 이세종은 사업 논의가 시작되던 시기에 대표로 활동했다.

김석규 “문경시는 2조6천억원짜리 사업입니다. 왜 그것이 파탄 났는지 확인하고 점검해서 (우리 시의) 사업이 추진된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김충관 “그 부분을 정확하게 파악한 것은 없습니다.”

‘이 도시’에서 무산되고 ‘저 도시’에서 좌초되며 이름을 완성하지 못한 ‘타운’이 실패 10여년 만에 ‘창원에스엠타운’(창원문화복합타운)이 됐다. ‘과거 도시들’에서 가로막힌 장벽들을 창원시(전임 안상수 시장)가 행정력을 총동원해 신속하게 제거해준 덕(▶3회에서 계속)이었다. 지방정부 교체(후임 허성무 시장) 뒤 창원시 감사관실은 “향후 지속적으로 회자될 전무후무한 특혜”라고 ‘그 행정’을 총평(지난 5월15일)했다. 다원이 참여하면서 창원에선 ‘자본의 도덕성’ 논란까지 더해졌다. 그 논란 속에서 부동산 개발을 끼고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한류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다른 얼굴’이 보인다.

■ ‘타운’의 역사

“세계 속의 한류 붐 이세종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2012년 총선(평택을)에서 한나라당 공천 탈락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세종은 ‘한류 일꾼’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한국 문화예술 분야 최고의 인사와 함께하고 있다”는 선거공보물 문구 위에 이수만 에스엠 회장과 찍은 사진이 배치됐다. 2005년부터 시작된 에스엠의 문화복합타운 개발 여정엔 모두 이세종이 있었다.

이세종은 미국에서 한인방송 앵커와 광고기획사 대표 등으로 일했다. 1999년 38살의 나이에 뉴욕한인회장이 됐다. “한미 정치인들을 연결해주다 보니 한국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정계 입문을 권유받았”다. 미국을 찾은 이수만 회장과 에스엠타운 구상을 시작한 것도 그때였다. 그는 “내가 회장님께 제안을 드렸다”고 했다.

“공연장이나 제작 스튜디오 같은 하드웨어가 있어야 한류가 지속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관광과 연계시킨 거점 시설을 한국에 최소 5~6개 만들자는 계획이었다.”(7월3일 인터뷰)

2000년대 중반 한국으로 돌아온 이세종은 에스엠타운 사업과 정치를 오갔다. 에스엠타운은 그의 정계 진출에 홍보 수단이 됐고 그의 정치 인맥은 에스엠타운 사업을 추진하는 동력이 됐다.

2006년 5월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류우드1구역 조성사업 본계약 체결식에 손학규 경기도지사와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 등 150여명의 인사가 참석했다. 식후행사로 핸드프린팅을 하는 모습. 한겨레 DB
에스엠타운이 처음 시도된 도시는 2005년 경기도 고양이었다. 장항동 일대에서 추진된 ‘한류우드’(고양문화관광단지·현 한류월드) 조성의 일환이었다. 주상복합단지 분양 등 부동산 개발 이익으로 테마파크와 한류영화기념관, 드라마·영화 스튜디오 건설을 계획했다. 사업자인 민간 합작사는 ‘테크노마트’(서울 광진구 구의동) 개발로 이름을 알린 프라임산업이 주도했다. 에스엠은 콘텐츠 개발사로 참여했다. 그해 8월 이수만 회장이 손학규 지사,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과 손을 맞잡으며 본계약을 체결했다. 2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였으나 사업은 표류했다. 프라임그룹의 형편이 어려워진 탓이 컸다. 지자체가 한류우드 부지를 헐값에 제공했다는 특혜 의혹도 불거졌다. 에스엠은 시행사와 사업 방식을 두고 갈등을 빚다 참여를 철회했다.

사업엔 이수만·이세종뿐 아니라 영화감독 강제규와 드라마 제작자 고 김종학 감독이 동참했다. 두 사람도 이세종이 만나 사업 참여를 설득했다. 고양에서 함께했던 그들은 이듬해 경북 문경에서도 한배를 탔다.

이세종과 에스엠이 문경시에 제안한 사업은 ‘영상문화관광복합단지 조성’(문경·가은읍 일대)이었다. 에스엠이 추진하는 영상단지(사업부지 1200만㎡)에 부동산 개발사들이 관광·레저시설·리조트 등을 짓고 그 개발 이익으로 영상문화시설에 투자한다는 구상이었다. 에스엠이 일부 자금을 대며 컨소시엄을 이끌었다. 에스엠은 문경 사업을 위해 계열사 ‘엠스튜디오씨티’를 만들어 25.9%의 지분(14억5천만원)을 출자했다. 이수만·이세종·강제규·김종학은 별도로 이 회사의 개인 투자자가 됐다. 대표는 이세종이 맡았다.

부동산 개발을 낀 문경 사업 구상은 기대 속에서 팽창했다. 2007년 10월 협약 조인식과 함께 “동북아 최대 규모”에 “2조6천억원짜리 사업”이란 홍보가 뒤따랐다. 신현국 당시 문경시장이 ‘역점 사업’으로 밀었고 김관용 경북지사도 이수만 회장을 만나 지원을 약속했다.

대규모 개발 계획-대대적 홍보-특혜 의혹으로 이어지는 ‘경로’는 창원으로 오기 전 문경에서 먼저 닦였다. 2009년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며 자금 유치에 실패했다. 2조6천억원짜리 사업이 2009년 5천억원, 2011년 480억원 규모로 줄었다. 사업 참여자들이 빠져나가고 에스엠·이수만·이세종 등만 컨소시엄에 남았다.

문경시가 약속한 시유지 현물 출자도 시의회가 부결시켰다. “영상산업과 거리가 먼 워터파크·숙박시설 등이 대부분으로 사업자의 이익만 보장한다”(한 문경시의원)는 시각이 컸다. 환경단체도 “영상문화복합단지가 생기면 문경새재 협곡을 막아 경관이 훼손된다”(문경시민환경연대 정우섭 활동가)며 반대했다. 결국 문경시는 부지를 20년간 유상임대 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감사원은 문경시가 자금 조달 계획을 마련하지 않았고 시민 공청회를 열지 않은 채 사업을 강행했다며 2012년 ‘주의’ 조처를 내렸다.

2011년 8월23일 김문수 경기지사와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프로듀서가 경기도 오산에 SM엔터테인먼트의 K팝 스타 양성을 위한 아카데미 조성 양해각서 체결 후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곽상욱 오산시장, 김 지사, 이 프로듀서, 김영민 SM엔터테인먼트 대표. 연합뉴스
‘한류’ 숟가락만 들고, 부동산 개발 이익에 무임승차

2005년 고양 ‘한류우드’서 시작된
‘주상복합 등 분양→타운 조성 자금’
이세종 “내가 이수만 회장에게 제안”
그가 끌어온 자본·정치 인맥 바탕
수조원대 규모로 ‘판’ 커진 뒤엔
헐값 부지 등 특혜 의혹 뒤따르고
자금난·사업방식 갈등 겹쳐 ‘좌초’

■ 문경에서도 만날 뻔한 다원

“문경 사업에서 자금난을 겪으면서 이금열 회장을 찾아갔다.”

엠스튜디오씨티에서 문경 사업 실무를 책임졌던 ㅂ은 말했다.

다원과 에스엠의 만남은 10여년 전 문경에서 먼저 이뤄질 수도 있었다. 참여 시공사와 투자자들을 구하지 못하자 ㅂ은 이금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금열이 건설사 청구를 인수해 시공으로 발을 넓히고 있을 때였다. 투자를 부탁하자 이금열은 “소도시에서 사업을 하면 안 된다며 거절했다”고 ㅂ은 기억했다.

ㅂ에게 이금열을 소개한 인물은 ㅅ이었다. ㅅ은 미국에서 귀국한 이세종이 고려대 부동산·금융 최고위 과정(CRO)에 다닐 때 만났다. 향후 에스엠타운 사업에 관여한 주요 인물들은 고려대 최고위 과정에서 인맥이 형성됐다. 이세종도 ㅅ을 통해 이금열과 알게 됐고, 이금열을 통해 연결된 이표열의 회사(리얼티플러스)가 창원에스엠타운의 시행사가 됐다.

ㅅ은 이세종을 통해 문경으로 왔다. 엠스튜디오씨티는 자금 조달(프로젝트파이낸싱)을 위해 별도로 회사 ‘엠시티피에프브이’를 설립했다. 이세종은 이 회사 대표로 ㅅ을 추천했다. ㅅ은 이금열 구속 당시 그의 ‘자금 창구’로도 거명됐다. 이금열 소유인 이와소종합건설이 ㅅ의 회사로 송금한 돈(허위용역 계약금)을 법원은 이금열의 횡령액으로 판단했다. 이와소는 창원에스엠타운 사업에서 리얼티플러스와 컨소시엄을 맺은 씨지(CG)종합건설의 옛 이름이다.

문경 사업이 수렁에 빠져들던 2011년 8월 ‘또 하나의 에스엠타운’ 추진 소식이 경기도 오산에서 들려왔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이수만 회장이 협약서에 서명한 뒤 활짝 웃으며 박수를 쳤다. 아파트·호텔·업무시설·쇼핑몰 등에서 나는 수익으로 에스엠이 운영하는 ‘아이돌 국제학교’와 공연시설을 건립한다는 계획이었다.

오산 사업도 고양과 문경에서처럼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시행사가 경영위기로 휘청댔고 경기도교육청은 국제학교 설립에 부정적이었다. 오산시도 에스엠타운과 함께 개발되는 쇼핑몰 건립에 반대했다. 직접 투자는 하지 않은 채 운영에만 관여하려는 에스엠에 시는 우려를 표했다. 오산시 고위 관계자는 “에스엠은 자금 부족을 이유로 (직접) 투자하지 않았다. 에스엠타운 계획은 결국 말뿐이었다. 오산시가 에스엠에 이용당한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오산 사업이 무산되는 사이에 문경 사업도 끝을 향하고 있었다. 이세종은 2012년 9월 김문수 경기도지사 특별보좌관으로 임명돼 문경을 떠났다. 이세종이 문경 사업을 위해 만든 엠스튜디오씨티는 계속 적자를 내다 영업을 멈췄다. 회사의 임금체불도 뒤늦게 문제가 됐다. ㅂ이 제기한 소송에서 이세종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2016년 초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문경시는 에스엠타운이 약속한 자금을 조달하지 않고 참여 건설사도 찾지 못하자 2013년 협약을 취소했다. ㅅ이 반발하며 시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문경 사업의 마침표를 찍는 행정소송이 채 끝나지 않았을 때 에스엠타운은 다시 창원으로 운전대를 돌리고 있었다. ‘두 개의 타운’이 접촉사고를 내며 2016년 12월 창원시의회에 불려 나왔다. ‘타운’이 창원에 도착했을 땐 사업 실패를 거듭해온 ‘3전4기’ 에스엠과 이금열 구속 뒤 절치부심해온 다원이 사업 파트너로 동승해 있었다.

■ 해소되지 않은 문제

2017년 초 ‘시행사의 과거’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씨지종합건설이 이금열의 회사란 사실(지역 언론 보도와 시의회의 문제제기)이 뒤늦게 알려지면서였다. 시 공유재산으로 문화시설을 짓는 사업이 ‘부도덕한 전력을 가진 회사’의 수익원이 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일었다. 이미 사업자 선정(2016년 6월16일)을 거쳐 실시협약 체결(2016년 8월26일)까지 끝난 뒤였다. 에스엠과 창원시는 “논란이 되고서야 다원과 이금열을 알게 됐다”며 “의혹 해소를 시행사에 요구했다”고 했다.

시행사 창원아티움씨티가 취한 조처는 씨지의 컨소시엄 제외였다. 씨지가 가지고 있던 지분 10%(5억1천만원) 전부를 리얼티플러스가 매입(2017년 10월31일)했다. 창원아티움씨티는 “깨끗하게 해결했다”고 발표했다.

발표는 실제와 달랐다. 2년 뒤인 지금까지 이금열의 다원은 여전히 창원에스엠타운과 얽혀 있다. 창원아티움씨티에서 일한 씨지 몫의 이사(감사)는 이금열의 6촌 형(‘이금열 사건’ 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선고)이었다. 그가 2016년 10월 사임한 이튿날부터 지금까지 그의 막내 동생의 처남이 창원아티움씨티의 감사로 있다. 두 사람은 이금열이 수배 중이던 2013년 원룸을 얻어 “범죄 사실에 대한 회계자료를 분석하고 정리”(당시 검찰 진술)했다. 현 창원아티움씨티 감사는 다원 계열사인 새날씨앤피의 감사도 겸하고 있다. 이금열이 이 회사의 자금 134억원을 횡령했고 그 일에 ‘공모’한 이표열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았다.

씨지만 빼면 다원과의 관계가 끊긴다는 주장도 현실과 멀었다. 다원그룹은 ‘가족 기업’의 성격이 강했다. 이금열·이표열·이중열이 사업을 나눠 맡았다. 이금열이 시행·시공으로 사업을 확장하면 동생 이표열과 이중열이 형이 하던 역할을 물려받았다. 삼형제가 주도하는 분야별 회사들이 한 사업현장에 ‘패키지’(철거-폐기물 처리-시행-시공)로 들어가 이익을 증식했다. 자금이 오갔고, 인력이 공유됐으며, 사무실도 같이 썼다. 친가·외가 쪽 형·동생, 고종사촌과 6촌 형·동생, 다시 그들의 친인척과 고향 친구·선후배들이 주요 보직을 맡아 형제들의 지휘를 받았다. 씨지의 컨소시엄 배제는 다원과의 관계 정리가 아니라 두 개의 다원 계열사에서 한 개의 다원 회사로 지분을 합쳤다는 의미였다. 이표열은 “엄격하게는 (형제들) 각자의 회사지만 밖에선 한 회사로 볼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다원이 여전히 창원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사업 파트너들은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세종(에스엠타운 운영법인 ‘창원문화복합타운’ 대표)은 “다원이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았다면 에스엠은 사업에서 이름을 빼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한지섭 에스엠타운플래너(에스엠타운 사업을 주관하는 에스엠 자회사) 대표는 “(<한겨레> 취재로)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돼 머리가 복잡하다”고 했다.

경남 창원시 팔용동에서 지어지고 있는 창원에스엠타운(창원문화복합타운). 주상복합아파트 4개동과 오피스텔, 상가 등의 개발 수익으로 에스엠타운(파란색 낮은 건물)을 짓는 구조다. 권영진 피디 enough486@hani.co.kr
SM이 띄우고 창원시가 밀어준…‘특혜의 합주곡’
치적 목마른 지자체장은 ‘속도 행정’
“SM 브랜드로 투자 없이 운영 이익
개발 이슈 띄워야 진행되는 구조”

■ 투자 없는 개발

에스엠타운 개발은 그 자체로 에스엠의 사업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전담 회사 에스엠타운플래너(주요 업종 부동산 임대·투자·개발)를 만들어 국내외 도시로 사업 무대를 넓혔다. 한지섭 대표는 “외국까지 합쳐 현재 40여개 도시에서 제안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고양에서 창원까지 에스엠타운이 걸어온 길엔 공통점이 있었다. 문화시설 조성을 명분으로 대규모 부동산 개발을 물리는 방식이 반복됐다. “에스엠타운을 주상복합아파트 등과 연계하는 아이디어”는 이세종이 냈다. “문화시설이 들어가면 시행사와 건설사 입장에서도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사업의 판을 키우면서 이해관계자는 늘어났고 처리하고 지원해야 할 행정은 복잡해졌다. 정치적 성과를 원하는 자치단체장의 바람과 묶이면서 어김없이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사업 실패가 되풀이돼도 사업 방식은 변함없이 고수됐고 결국 창원에서 성공 스토리를 썼다.

에스엠은 “부동산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50여개 계열사에서 생산한 콘텐츠를 구현해 낼 문화공간 확보다.”(한지섭)

에스엠은 창원시와 사업을 협의할 때 ‘보안 유지’를 조건으로 내세웠다. “에스엠이 연예인들의 인지도를 배경으로 부동산 사업 영역까지 진출한다는 오해 때문”(창원시 내부 문건)이었다. 에스엠은 부동산 개발에 나섰다는 시선을 경계했으나 ‘외부’는 그렇게 봐주지 않았다. 창원시 감사관실은 “(에스엠타운플래너가 창원 사업의 운영에 참여한 것은) 에스엠타운의 수익 구조를 ‘부동산 임대와 쇼핑몰 운영’으로 만들려는 시도”로 봤다. 에스엠타운플래너는 창원아티움씨티와 공동 출자 회사(창원문화복합타운)를 만들어 최대 20년간 ‘타운’을 무상 사용·운영한다.

문경 사업과 창원 사업엔 차이점도 있었다. 창원의 6천억원대 개발 사업에서 에스엠은 자금 투자를 하지 않았다. 에스엠·이수만·이세종이 직접 투자자로 나서 수십억원을 잃은 ‘문경의 경험’도 작용했다.

“문화타운 프로젝트는 우리 힘만으로 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적자를 감수하며 혼자 감당할 수는 없다. 사업 제안이 들어오면 검토해서 응할 뿐이다.”(한지섭)

문경 사업에 참여했던 ㅍ사의 전 임원은 “에스엠은 브랜드 이미지로 운영 이익을 얻겠다는 생각이지만 자금을 투자하지 않으니 개발 이슈를 띄워야 사업이 진행되는 구조”라고 짚었다. 에스엠타운 추진 14년 동안 잡음 없이 완료된 사업은 2015년 1월 서울 강남구에서 개관한 ‘코엑스아티움’뿐이다. 부동산 개발을 끼지 않았고 임차료 등 사업비(230억원)도 에스엠이 직접 투자했다.

다른 도시들에서 시도된 에스엠타운에 비해 창원에서 두드러진 차이점은 또 있었다. 감사관실이 “군사작전”이라고 표현한 창원시의 ‘속도 행정’이었다.

※ 3회에선 창원시가 “총체적 위법” 논란을 일으키며 에스엠타운을 추진하는 과정이 이어집니다.

박준용 이문영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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