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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4 05:01 수정 : 2019.07.24 14:09

‘철거업계 악명’ 이금열의 다원
특혜 논란 한류거점 사업에 등장
이미지 세탁·정치적 ‘끈’ 맞물린
토건-엔터-지자체 결합 개발 모델
“공적 행정이 창출한 사적 이익”
최근 시 감사서 ‘총체적 위법’ 규정

경남 창원에서 주상복합아파트들의 호위를 받으며 ‘한류의 메카’가 지어지고 있다. ‘국내 1위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창원에 유치해 케이(K)팝 거점을 만들되 필요한 자금은 부동산 개발로 조달한다’는 기획은 처음부터 특혜 논란을 불렀다. 주상복합아파트 성공이 사업의 선결 조건이 되면서 창원시는 걸림돌이 되는 절차나 규제를 군사작전 하듯 제거했다. 사주의 구속 뒤 절치부심해온 철거업체와 잇달아 실패한 사업을 성공시켜야 하는 한류 기업과 정치적 치적에 목마른 유력 정치인이 공생하는 ‘창원에스엠타운’ 건설을 추적했다.

경남 창원시 팔룡동에서 지어지고 있는 창원에스엠타운(창원문화복합타운). 주상복합아파트 4개동과 오피스텔(맨 왼쪽), 상가 등의 개발 수익으로 에스엠타운(파란색 낮은 건물)을 짓는 구조다. 권영진 피디 enough486@hani.co.kr

공사 중인 고층빌딩 아래에서 건설 노동자들이 담배를 피우며 7월의 뜨거운 햇볕을 피했다.

49층 주상복합아파트(경남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가 그들 뒤에서 깊은 그늘을 만들며 우뚝했다. 주변 풍경을 뚫고 송곳처럼 홀로 솟은 빌딩의 그늘 위로 그 이름, ‘철거왕’과 ‘다원’의 그림자가 겹쳐졌다. 그 이름들이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와 더불어 ‘창원’에서 이름을 합쳤다. ‘창원에스엠타운’.

■ ‘그 이름들’의 그림자

“지난 행정 행위의 위법, 부당한 부분에 대해 시민 여러분께….”

5월15일 창원시청(의창구 용호동) 프레스센터에서 김동수 시 감사관이 “용서를 구한다”며 입을 열었다.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을 기회는 지금뿐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감사관이 소속 기관의 행정을 ‘자아비판’ 하는 흔치 않은 장면이 펼쳐졌다.

“창원문화복합타운 조성 사업은….”

숱한 논란을 뿌리며 사업을 이끌어온 창원시가 추진 4년여 만에 그동안의 의혹들을 자체 점검한 결과를 내놨다. 창원시는 사업의 성격을 ‘공적 행정이 창출한 사적 이익’으로 규정했다.

“공익을 생각하기에 앞서 창원시가 개발업자의 마인드를 가지고 사업에 장애가 되는 행정 절차를 군사작전 하듯 하나하나 제거(▶3회에서 계속)해 나갔다.”

발표 2주 뒤(5월28일) 사업 시행사 창원아티움씨티가 창원시에 공문을 보내 물었다.

“(그동안의) 특혜 의혹은 (창원시청) 외부에서 제기됐다면 이번 기자회견은 당사자인 창원시청에 의해 제기됐다. 이는 매우 중차대한 사안이며 창원시청의 공식적인 입장인지 창원시 감사관의 입장인지 밝혀 달라.”

공문의 질문은 ‘두 개의 창원시’를 전제로 했다. 사업을 지원해온 창원시와 사업 과정을 사과한 창원시. ‘외부’에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반박했던 창원시와 스스로 의혹 규명을 시도한 창원시. 둘 사이엔 지방선거(2018년 6월)가 있었다. 전임 안상수 시장의 최대 역점 사업이었던 ‘그 행정 행위’가 지방정부 교체 뒤 감사 대상이 됐다. 후임 허성무 시장 취임 뒤 실시한 특별 검증(2018년 8월)과 특별 점검(2019년 2월)의 결론이 김동수 감사관의 입에서 한 문장으로 요약됐다.

“총체적으로 위법한 사업이다.”

시행사는 강하게 반발했다.

“(시장이 바뀌자 전임 시장의 성과를 부정하려는) 정치적 의도다.”

그 사업, 창원문화복합타운 조성은 ‘창원에스엠타운 사업’으로도 불린다. 부동산 시행사(창원아티움씨티)-엔터테인먼트 기업(에스엠)-지방자치단체(창원시)가 결합한 개발 모델이다. 에스엠을 고리로 직접 연결될 일 없는 민간 개발자와 공적 행정 조직이 만났다. ‘①부동산 개발업체가 창원시로부터 시유지(의창구 팔룡동 땅 2만928㎡)를 매입해 ②그 땅에 주상복합아파트(2만406㎡에 지하 4층 지상 49층 4개동·1132가구)와 오피스텔(29층 1개동·54실), 상업 공간(단지 내 지하 1층 지상 1층·102실)을 건설·분양하고 ③분양 이익금 중 일부(1010억원)로 에스엠타운(3580㎡에 지하 4층 지상 8층)과 공영주차장(6920㎡에 주차대수 506대)을 지어 창원시에 기부채납한 뒤 ④에스엠과 시행사가 에스엠타운(공연·판매·숙박 등 문화복합시설)의 최대 20년간 무상 사용·운영 권리를 보장’받는 구조다. 한나라당 대표(2010년 7월~2011년 5월)를 지낸 안상수가 통합 창원시의 2대 시장으로 취임(2014년 7월)한 직후 추진했다. 6천억원대의 대형 개발사업으로 2020년 4월 완공 예정이다. 현재 공정률(주상복합아파트와 에스엠타운 각각 70%와 40%)은 ②와 ③의 중간쯤에 와 있다.

‘국내 1위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창원에 유치해 한류 거점 시설을 만들되 필요한 자금은 부동산 개발을 통해 조달한다’는 구상은 초기부터 특혜 논란을 불렀다. ‘문화시설 조성으로 포장된 부동산 개발’이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에스엠을 통해 저무는 기계산업 도시를 관광문화 도시로 도약시키려면 반드시 필요한 행정 지원’이란 논리로 안상수 시장은 비판에 맞섰다.

주상복합아파트 성공이 에스엠타운 건설의 선결 조건이 되면서 창원시의 행정력은 시행사의 부동산 사업을 뒷받침하는 데 집중됐다. 실무를 담당한 태스크포스(TF)를 두고 창원시 감사관실은 “민간 사업자의 수익 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행정대행서비스팀으로 여겨질 정도”라고 평했다. 공유재산 매각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시의회 의결을 건너뛰었고,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땅에 아파트를 심기 위해 창원시 역사상 최초로 미관지구 지정을 해제했다. 용적률도 687%(최근 건축되는 주변 공동주택은 210~255%)까지 끌어올려 창원권 최고 고밀도 아파트를 탄생시켰다. 안상수 시장 재임(2014년 7월~2018년 6월) 때인 2017년 10월 경상남도는 특정 감사를 벌여 사업비 12억원 감액 등을 처분(부적절한 행정 행위)하기도 했다.

‘그 시행사’ 창원아티움씨티에 ‘그 이름들’이 어른거렸다. 2013년 수원과 서울의 법정을 달군 이름들이었다. 불과 2년 만에 그 이름들이 사업제안서에 숨어 창원으로 내려왔다.

■ “잘못하면 창원에서도”

2015년 8월5일 창원에스엠타운 사업의 첫 제안서가 시에 접수됐다. 제안자는 주식회사 리얼티플러스였다. 2016년 6월16일 사업 시행사로 최종 선정됐다. 창원아티움씨티는 리얼티플러스가 씨지(CG)종합건설과 구성한 컨소시엄이었다. 리얼티플러스의 사주는 이표열이었다. 대표이사를 별도로 두고 그는 회장 직함을 썼다. 이표열은 이금열 다원 회장의 동생이었다.

이금열.

철거왕이라 불리며 업계를 평정했다. 수사기관은 그가 40대 초반일 때부터 ‘철거업계의 대부’라고 표현했다. 폭력조직(‘동대문호남파’)에서 활동하다 철거용역이 됐다. 현장관리 이사로 ‘실력’을 발휘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그가 직원으로 몸담았거나 직접 소유한 회사의 범죄를 다룬 보고서(1998년 12개 시민사회단체의 ‘다원건설 철거범죄 보고서’)가 나올 만큼 젊어서부터 악명을 떨쳤다. 보고서에 묘사된 ‘적준’(이금열은 적준에서 일을 시작해 1997년 다원을 세워 독립)과 다원의 폭력 사례는 끔찍했다. “임신 5개월 된 임신부를 때리”거나 “아주머니들에게 강제로 똥물을 먹이”고 “부녀자의 국부를 발로 밟는 성추행”을 저질렀다. “저항하는 60살 여성의 옷을 갈기갈기 찢어 알몸으로 실신”시키기도 했다. 2013년 7월 이금열은 검찰에 체포·구속(968억원 횡령, 150억원 배임, 168억원 편취 등 혐의)됐다. 대법원(2015년 1월 선고)까지 가는 재판 끝에 징역 5년을 확정받았다. 만기를 몇 개월 앞두고 지난해 봄 출소했다.

다원.

적준을 이어받아 이금열이 창업했다. 그가 지배력을 행사하는 회사들이 다원그룹으로 통칭됐다. 이익을 극대화하는 범죄 기술들을 사업원리로 정착시키며 업계 1위(이금열 구속 뒤 순위 하락)를 일궈냈다. 다원은 “재개발·재건축 철거를 천하통일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급성장했다. 검찰 기소 당시 13개 계열사(철거 4개사, 건설시행 3개사, 시공 1개사, 재건축·재개발 3개사, 골프장 2개사)로 파악됐으나 검찰 수사망에 걸리지 않은 숨은 회사들이 더 있었다. 2013년 7월 이금열과 다원의 이름이 검찰 수사 결과 발표문에 등장했을 때 시민사회는 충격을 받았다. 1998년 보고서에서 적준 사주의 대리인처럼 묘사됐던 이금열이 15년 뒤 10개가 훌쩍 넘는 계열사(사업 확장을 위해 만들어낸 사실상 1인 회사들이 적지 않음)를 거느린 ‘회장’이 돼 나타났다. 옛 다원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새 다원은 커다란 의문을 안겼다. ‘대체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기에?’

다원의 행적을 따라가면 한국 토건자본주의의 생태계가 보였다. 다원의 성장·위기와 한국 부동산 산업의 부침은 동일 곡선에 있었다. 다원과 철거용역 업체들은 폭력조직이 건설과 만나 양성화한 경우였다. 1983년 합동재개발(가옥·토지 소유자가 조합을 결성해 사업을 추진하는 재개발·재건축 방식)이 시작되자 조합이 발주하는 철거 물량이 쏟아졌다. 다원은 1990년대 후반부터 철거, 폐기물 처리, 이주관리 분야의 회사들을 만들어 철거 시장을 휩쓸었다.

2003~2004년 부동산 광풍으로 전국의 땅이 들썩이자 다원도 따라 비상했다. 다원은 시행사를 잇따라 차리며 직접 건설에 뛰어들었다. 화성마도산업단지·김포신곡6지구·평택가재지구 개발 등의 사업자로 나섰다. 골프장(마론뉴데이CC·화순도곡CC)도 사업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아이엠에프(IMF) 사태’ 전까지 대구의 3대 건설사로 꼽혔던 청구를 2007년 인수해 시공으로도 진출했다. 거친 철거 현장에서 손에 피를 묻히며 부동산 공화국의 ‘하부’를 떠받쳤던 다원은 개발 광풍에 올라타며 스스로 ‘상부’가 되길 꿈꿨다.

무리한 사업 확장에 2009년 금융위기가 겹치며 다원의 날개도 휘청거렸다. 이금열은 2005년 경기 김포(신곡6지구·11개 금융기관에서 6500억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와 2006년 경기 평택(가재지구·군인공제회에서 3700억원 조달)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을 동시에 벌였다. 자금 압박이 심해지자 김포 쪽 시행사의 돈 150억원을 이사회 의결 없이 평택 쪽 회사에 대여(배임)했다. 워크아웃 8년 만에 빚을 청산한 건설사 청구를 사들여 인수 두 달 만에 자금(370억원 횡령)을 빼내기 시작했다. 청구는 2010년 최종 파산했고 3년 뒤 이금열은 구속됐다.

불법을 넘나드는 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도 있었다. 이금열의 돈(재건축 건축심의 조속 통과 청탁)을 받은 일로 김명수 서울시의장이 구속됐다. 유력 인사들의 이름이 로비 리스트의 존재 여부와 더불어 수사기관과 업계 안팎을 떠돌았다.

“잘못하면 창원시 공공재산이 부도덕한 기업의 자금원이 될 수도 있다.”

다원의 사업 방식이 창원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김동수 감사관의 말에 깔려 있었다.

2016년 6월 안상수 당시 창원시장이 창원에스엠타운 시행사로 리얼티플러스를 선정·발표하고 있다. 창원시 제공
■ 다원-에스엠-창원을 잇는 고리

이표열.

창원시가 보장해준 부동산 개발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냐는 물음의 끝에 그의 이름이 있었다. 이표열은 2013년 검찰 수사가 좁혀오자 1년 가까이 수배 생활을 하다 형의 구속 직후 자수했다. 형의 첫 공판을 이틀 앞둔 날이었다.

그는 다원의 여러 회사에서 등기이사로 활동했다. 형 이금열과 함께 일하거나 형의 역할을 물려받아 사업을 지휘했다. 본인이 대표로 이름을 올린 회사를 만들어 형과 협업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에서 이표열은 이금열과 구분되는 개별 사업자가 아니라 한 사업조직 안에 있는 ‘공범’이었다.

이금열의 주요 혐의 중 하나는 다원 계열사 ‘새날씨앤피’의 자금 횡령이었다. 청구 인수를 위해 빌린 사채를 갚을 돈이 없자 하지도 않은 용역비를 지급했다고 꾸며 새날씨앤피에서 134억원을 끌어다 썼다. 이때 허위 용역 상대로 내세운 회사가 이표열이 대표로 있던 ‘프라나’였다. 당시 검찰은 프라나를 골프장 사업을 관장하는 업체로 ‘이금열 지배회사’에 포함시켰다. 이표열은 “형님이 힘들다고 해서 도와주지 않을 수 없었다”(7월16일 인터뷰)고 했다. 그도 철거 쪽 계열사들의 자금 25억원을 프라나 계좌로 입금받아 골프장 운영 비용과 개인 용도로 사용(횡령)했다. 이 일들로 이표열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그 이표열이 리얼티플러스 회장으로 창원을 오갔다. 리얼티플러스의 옛 이름은 ‘프라나스프링스’였다. “시행 사업을 하려고”(이표열) 2007년 설립했다. 2014년 하반기(이금열 2심 판결 열흘 뒤인 9월22일)에 이름을 바꿨다. 업체명 변경은 명예롭지 못한 사건에 얽혀 회사 이름이 부각될 때마다 다원이 써오던 ‘이미지 세탁’ 방식이었다. “기존 회사명으론 사업하기 쉽지 않은”(이표열) 탓이었다.

이금열 체포(2013년 7월22일) 이틀 뒤 막내 동생 이중열(철거 쪽 계열사 대표)은 다원이 참여하고 있던 전국의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공문을 보냈다. 공문은 “(구속된 이금열) 회장 및 (그와 함께 언급된) 회사 등은 당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사업 현장의 동요를 달랬다. 이후 다원은 계열사들의 이름을 하나둘씩 변경 등기했다. 구속 6개월 뒤 이금열의 횡령에 동원됐던 ‘이와소종합건설’은 ‘씨지종합건설’이 됐다. 이 씨지종합건설이 리얼티플러스와 컨소시엄을 꾸려 창원에 왔다.

이금열 구속으로 타격을 입은 다원이 에스엠과 결합한 대형 사업을 창원에서 수주한 데는 다원-에스엠-창원시를 잇는 인맥이 작용했다. 이세종 창원문화복합타운(창원아티움씨티와 에스엠이 공동 출자한 창원에스엠타운 운영사) 대표가 다리가 됐다.

이세종은 리얼티플러스 명의의 사업 제안서를 써 2015년 8월(이금열 수감 중) 창원시에 접수했다. 그는 리얼티플러스 대표(2016년 1월9일~2017년 4월10일)를 시작으로→ 컨소시엄 창원아티움씨티 대표(2016년 6월17일~2017년 4월11일)를 거쳐→ 창원문화복합타운 대표(2018년 3월20일~현재)로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

그는 정치와 사업을 오가며 활동해왔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평택을에 공천을 신청했고, 2012년 19대 총선 땐 공천 탈락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다. 2012년 김문수 대선 캠프에 합류한 뒤 경기지사 문화예술특별보좌관으로 일했다. 2014년에도 새누리당 평택을 재보궐선거 경선에 나섰다가 떨어졌다. 2012년 선거공보물에서 그는 약력 중 하나를 ‘에스엠 계열사 대표’라고 적었다.

이세종은 1999년 5월부터 2001년 4월까지 뉴욕한인회장을 지냈다. 1999년 그룹 에스이에스(SES)를 데리고 미국을 찾은 이수만 에스엠 회장을 돕다 인연을 맺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2006년부터 에스엠과 문화복합공간 사업을 진행했다. 경기 고양(2005년), 경북 문경(2007년), 경기 오산(2011년)에서 모두 실패한 에스엠이 2015년 초부터 그를 통해 창원 사업을 추진(▶2회에서 계속)했다.

에스엠의 ‘창원행’은 이세종이 땋아온 정치적 끈을 타고 시작됐다. 안상수 시장의 측근(한나라당 대표 시절 당 상근 부대변인)이자 “정당 활동을 하며 알고 지냈던 창원시 서울사업소 정무특별보좌관이 거듭 찾아와 에스엠과 창원으로 오라고 제안”(이세종·7월3일 인터뷰)했다. 에스엠과 창원을 연결한 이세종을 사이에 두고 다른 쪽에선 에스엠과 다원이 이어졌다.

창원에스엠타운 조감도
■ 다원과 에스엠의 만남

“내가 아는 이금열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청년 사업가였다.”

이세종은 2000년대 후반 이금열을 알게 됐다. 이금열이 청구를 인수해 자금을 횡령하던 시기였다. 고려대학교 부동산·금융 최고위 과정에서 만난 ㅅ이 소개했다. ㅅ은 에스엠과 이세종이 문경에서 벌인 사업(영상문화관광복합단지 조성)에도 등장(▶2회에서 계속)한다. 이세종은 이금열을 통해 이표열과 만났다. “이금열이 암에 걸린 동생을 수술할 미국 병원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하면서”였다.

창원에스엠타운 논의가 본격화되던 2015년 초 이세종은 이표열에게 사업 참여를 요청했다. “문경과 오산에서의 실패가 업계에 알려지는 바람에 투자자를 찾기 힘들어 이표열을 찾아갔다”고 했다. “공적인 문화사업에 동참하면 그간의 안 좋은 이미지도 좋아질 수 있지 않겠냐”며 이표열을 설득했다. 이세종은 그 대가로 “제주 사업 지분 30%를 제안”했다. 당시 이세종과 에스엠은 중국 녹지그룹이 개발하던 헬스케어타운에 ‘스타빌리지’를 짓는 사업을 동시에 진행(현재 중단)하고 있었다. 이표열도 제주도로 건너가 부지를 살펴봤고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실무 회의에 동석하기도 했다. 이표열은 “문화사업 하면서 수익도 내는 구조라고 판단해 참여를 결정했다”고 했다. “창원 사업을 시작으로 문화와 부동산 개발을 결합한 수익 모델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창원아티움씨티 부사장)가 그들에겐 있었다. 이표열은 초기 비용 100여억원(“사업부지인 창원시 시유지 매입 계약금 51억원 등을 합쳐”)을 제공하며 창원에스엠타운의 시행사가 됐다. 사업자로 선정됐을 때 리얼티플러스는 시행 실적이 전무했다. 2017년 5월24일 창원에스엠타운은 착공했다.

“신속한 수사로 사업 위법성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창원시 감사관실 발표 50여일 뒤(7월2일) 노창섭 창원시의원(정의당)과 마창진환경운동연합·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그들은 2018년 2월 도 감사 결과를 토대로 에스엠타운 사업을 검찰에 고발(책임 공무원과 시행사 대표의 배임·직무유기 등 혐의)한 ‘시민고발단’의 일원이었다. 고발 1년5개월이 지나도록 검찰 수사는 진전이 없었다. 그사이 재개발·재건축 업계에선 소문 하나가 돌고 있었다.

“자금난을 겪던 다원이 창원에서 돌파구를 찾았다고 하더라.”

시행사는 주상복합아파트·오피스텔·상가 개발 이익을 “386억원”으로, 감사관실은 “1209억원”으로 추산했다. 감사관실은 사업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며 개발 이익 재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 2회에선 문화복합타운 사업에 잇달아 실패한 에스엠이 다원과 함께 창원에 오는 과정이 이어집니다.

☞ 창원문화복합타운(창원에스엠타운)

창원시 시유지에 지어지는 지하 4층 지상 8층의 한류 문화복합공간. ‘케이팝 테마파크’를 표방한다. 콘텐츠 플랫폼(홀로그램 공연과 쇼케이스 등), 마켓(소속 연예인 관련 상품 판매와 외식 공간), 체험 스튜디오(노래·춤·연기 교육 등), 컨벤션 시설(세미나·워크숍·문화강좌 등), 테마형 숙박시설(한류 스타 이미지 활용) 등으로 운영된다. 2015년 1월 서울 삼성동에서 개관한 코엑스에스엠타운(에스엠이 임차료 등 230억원 투자)과 달리 창원에스엠타운은 에스엠의 자금 투입 없이 부동산 개발 수익을 통해 조성된다.

이문영 박준용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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