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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04 19:58 수정 : 2019.09.04 20:27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커버스토리┃쓰레기

‘제로 웨이스트’는 세계적인 움직임
생활 속에서 쓰레기 줄이자는 운동
‘뽁뽁이’·비닐봉지·스티로폼 등 불필요
‘쓰덕’(쓰레기+덕후) 모임도 많아
‘必환경’ 외치는 소비자 대상 상품도 출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온라인 플랫폼 빠띠에 ‘쓰레기 덕후의 가상마을’이 있다. ‘덕질’(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의 대상이 쓰레기다. 줄여서 ‘쓰덕’이라 부른다. 쓰덕들은 쓰레기를 관찰해 기록하고, 쓰레기를 줄이는 팁을 공유한다. 마을 바깥으로 뛰쳐나가 ‘플라스틱 컵 어택’을 벌인다. 홍익대 인근에서 모은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각 매장에 돌려준 캠페인이다. 목적은 재활용률이 낮은 테이크아웃 컵 대신 재사용 컵 사용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실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포장을 줄이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하는 등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최소화하자는 세계적인 움직임이다. 올해 트렌드 키워드로 떠오른 ‘필(必)환경’(상품 생산과 구매에 있어 환경 오염을 최소화했는지를 필수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선택의 개념이었던 친환경에 ‘반드시’를 덧붙인다.

코에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바다거북을 보는 마음은 편치 않다. 한 사람이 일주일간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이 신용카드 한장 분량이라는 뉴스를 접하며 공포를 느낀다. 먼바다에 사는 거북이와 여기 있는 내가 플라스틱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죄책감은 회피로, 두려움은 무력감으로 치환되기 쉽다. 생각과 습관을 바꾸는 동력으로 삼기엔 한계가 있다. 나는 ‘귀차니스트’다. 귀차니스트답게 버리는 귀찮음에 집중하기로 했다. 상품을 구매하고 이용하는 ‘소비자’에서 ‘쓰레기 배출자’로 입장을 옮겨 따져봤다.

동네 슈퍼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면 오이나 가지를 포장한 랩을 벗기는 게 일이다. 귀찮은 일이다. 전통시장을 다녀오면 반찬, 젓갈, 떡을 담았던 스티로폼(발포합성수지) 포장재와 검은 비닐봉지가 쌓인다. 대형마트를 이용하면 팩에 담긴 두부처럼 식품을 밀봉 포장한 폴리프로필렌 용기들이 유독 많이 생긴다. 다섯개짜리 칫솔 묶음 중에는 플라스틱 포장재 뒷면에 종이가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것도 있다.

고양이 용품 택배가 도착하는 날은 낱개 상품마다 정성스럽게 두른 ‘뽁뽁이’(에어캡 완충재)를 뜯느라 한세월 간다. 10여년 전, 온라인 쇼핑몰에 고양이 용품 업체가 다수 입점하면서 구매자들이 택배 상자 개봉 사진과 사은품을 비교하는 후기를 올리는 게 대유행이었다. 업체들끼리 포장 경쟁이 벌어졌는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고양이용 캔을 둘둘 만 완충재를 풀어헤치니 버려야 할 비닐 ‘뽁뽁이’가 산처럼 쌓인다. ‘뽁뽁이’를 버리는 일도 매우 귀찮다. 이 스트레스는 뽁뽁이를 터뜨리는 것으로 풀리지 않는다. 이것은 플라스틱인가, 종이류인가!

다세대 주택가로 이사 온 뒤, 알루미늄, 철, 페트병, 유리병, 비닐을 각각 분리해서 길에 내놓았다가 환경미화원에게 잔소리를 들었다. “비닐봉지를 뺀 나머지는 파란색 큰 비닐봉지에 담아 한꺼번에 내놓으세요. 분리수거용 대용량 비닐 100장 사면 한장에 가격이 얼마 안 해요.” 주거지가 아파트가 아니거나 분리배출 거점 수거 시설이 없는 지역이라면, 자원 재활용을 하자고 새 비닐을 써야 한다. 폐비닐을 모아 새 비닐봉지에 구겨 넣으며 생각했다. ‘이 무슨 바보 같은 짓이지!’

철두철미한 환경론자가 아니어도,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의문이 있다. 삶의 질을 높여준다는 상품에 넋을 빼앗기다 문득, ‘정말 필요한가?’ 다시 생각한다. 미세플라스틱을 이용한 ‘향기 캡슐’로 향 지속력을 높인 섬유유연제 광고가 줄을 이을 때도 그랬다. ‘땀에 절어 자주 세탁하는 옷가지에 향기가 열흘씩 간다는 섬유유연제가 필요한가?’

이제 편리를 내세우던 공산품 제조업체들이 ‘불필요’를 외치는 소비자의 수요를 내다보기 시작했다. 엘지(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말 미세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은 섬유유연제를 출시했다. 유통업체들도 포장을 간소화하고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하는 추세다.

유용하다고 여겼던 포장들이 쓰레기 배출의 원인 중 하나라고 관점을 바꾸면 귀찮고 불편하게 여겨진다. 버리는 불편을 줄이고, 자원순환에 끼치는 번거로움을 거부하는 것.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가벼운 시작점으로 삼아보면 어떨까? 9월6일은 환경부가 지정한 제11회 자원순환의 날이다. 쓰레기에 마음을 빼앗긴 포항 엄마들을 만나고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의 대체품도 찾아봤다.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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