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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07 20:08 수정 : 2019.08.09 02:22

한국 와인 시음에 나선 최성순 <와인21닷컴> 대표(사진 왼쪽)과 두나무 대표 이석우씨. 이들은 20여년 넘는 경력의 와인 애호가다. 박미향 기자

커버스토리한국 와인

양조용 포도 생산 어려운 한국도
질좋은 와인 생산 점차 늘어나
최성순 이석우 전문가 시음해보니
“짧은 시간 성장, 질 우수해···선입견 깨져”

한국 와인 시음에 나선 최성순 <와인21닷컴> 대표(사진 왼쪽)과 두나무 대표 이석우씨. 이들은 20여년 넘는 경력의 와인 애호가다. 박미향 기자
한때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 열풍이 분 적이 있다. 서점가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고, 와인 마니아치곤 그 책 몇 권 소유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 만화의 화려한 표현을 차용해 자신의 블로그 등에 글을 남기는 사람도 많았다. 와인 맛을 가보지도 않은 스위스 언덕 자락에서 부는 바람에 빗대 표현했다. 지금 그런 글을 쓰는 이들은 거의 없다. 한국 와인 애호가들은 더는 타인의 시선에 기대지 않는다. 와인 자존감이 높아졌다.

최근 한국 와인이 쑥쑥 자라고 있다. 2019년 기준, ‘카카오선물하기’를 통해 팔리는 전통주 상위 6개 중 4개가 한국 와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애호가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한국은 양조용 포도 재배가 어려운 지형인 데다가 어릴 때 어머니가 설탕 가득 넣어 만든 과실주가 생각나서다. 그래서 ESC가 나섰다. 지난 1일,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더 플라자 지하 1층에 있는 펍 ‘르 캬바레 시떼’에서 와인 애호가 경력 20년인 전문가 두 명이 한국 와인 13종을 시음했다. 전 세계 와인을 현지에서 두루 섭렵한 아이티기업 두나무 이석우 대표와 와인 콘텐츠 플랫폼 <와인21닷컴> 최성순 대표를 모셨다. ‘르 캬바레 시떼’의 최정원 소믈리에와 광명동굴 와인연구소 최정욱 소장이 진행했다.

최정원(이하 원) 처음 시음은 ‘너브내 스파클링’(소비자가 3만5000원·홍천), ‘샤토 미소 로제’(1만8000원·영동), ‘추사 로제’(2만원·예산)다. 와인과 어울릴 음식도 준비했다. 퀴노아, 아보카도 등을 섞은 샐러드다.

최정욱(이하 욱) 너브내는 홍천의 한글 이름이다. 강원도 농업기술센터에서 개발한 포도 품종 청향으로 만든다. 샤토 미소 로제는 캠벨얼리, 산머루, 청수 등 다양한 품종으로 제조한다. 사과 와인인 추사 로제는 스위스 품종 레드러브로 양조한다. 속살이 빨간 사과다.

최성순(이하 최) 너브내 청향은 매력적이다. 샤토 미소 로제는 캠벨 얼리 단점을 잘 보완했지만 ‘과당’ 된 거 같다. 캠벨 얼리는 1970년대 부모세대가 설탕 넣고 만드는 포도주 재료였다. 캠벨 얼리 와인을 마셔보면 화학적인 향이 난다. 향기롭다고 할 수도 있지만, 개인에 따라서는 거슬릴 수도 있다. 색은 아름답고 맛은 있다.

일조량이 부족한 우리는 양조용 포도 생산이 쉽지 않다. 그래서 발효 전에 설탕 넣는 ‘보당’ 작업을 한다. 과당과 보당은 다르다. 알코올 도수를 뽑기 위해 계산한다. 17g당 1도씩 올라간다. 소믈리에들은 흔히 캠벨 얼리 와인의 향을 아세톤 향이라고 한다.

추사 로제에서는 독특한 향이 나는데, 신선한 굴 향과 비슷하다. 굴과 마시면 좋을 듯하다. 단맛이 살짝 빠져 좋다.

이석우(이하 이) 세 와인 다 과일 향이 도드라진다. 너브내 스파클링은 복숭아 향이 많이 난다. 많이 달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산도가 잘 받쳐주기 때문이다. 또 마시고 싶어진다. 달기만 하면 계속 마시기 어렵다. 여운도 오래 간다. 피니시(잔향)가 좋다.

외국 와인 향과 가장 유사한 것은 너브내다. 샤토 미소 로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한국적인 특징이 강한 잘 만든 와인이다.

샤토 미소 로제는 아세톤 향보다는 민트 향이 강하다. 기분 좋게 느껴진다. 딸기 풍선껌 느낌도 난다. 질감은 오일리(기름기)하고, 끈적끈적하다. 품질을 칭찬할 만하다. 기분 좋은 과일 향이 올라오면서 가벼운 바디감(한 모금 머금었을 때 드는 느낌)이라서 편하게 마시기 좋다.

한국 와인은 한식과 페어링 하기 좋다. 드라이한 와인보다는 살짝 달콤한 와인 어울린다.

이 음식과는 추사 로제가 잘 어울린다. 샤토 미소 로제는 다소 무거운 느낌이다. 캠벨 얼리 숙성은 궁금하고 가능성 있어 보인다.

‘오미로제 결 스파클링’(9만8000원·문경), ‘7004S 화이트’(1만8000원·사천), ‘그랑티그르 M1988 레드’(4만5000원·영동) 차례다. 토마토, 파프리카, 고수 등을 섞어 끓인 수프를 준비했다.

이른바 ‘돌아이 와인’들이다. 결은 양조장인 이종기 선생이 만든 거다. 오미자 발효 와인이다. 7004S 화이트는 키위로 만든 와인이다. ‘7004’인 이유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등장한 얘기 ’사천은 4000’과 ’삼천포는 3004’을 합쳐 지은 거다. 폐갱도에서 3년 숙성했다. 그랑티그르 M1988 레드는 캠벨 얼리와 오미자를 섞어 만든 와인이다. 특이하다. 포도끼리 섞는 건 흔하지만.

지난 1일 열린 와인 시음회에 등장한 한국 와인 13종. 박미향 기자
오미로제 프리미엄 스틸을 마신 적 있는데 그것보다 결이 단맛 강하다. 향은 좋다. 오미로제 브랜드는 워낙 좋은 술이다.

오미자를 좋아한다. 즙 내서 막걸리와 타서도 마신다. 그냥 마셔도 좋다. 하지만 왜 굳이 오미자로 와인을 만드는지 모르겠다. 기포도 약한 편이다. 오미자 향이 강하다. 그냥 스파클링이 아닌 스틸 와인으로 만드는 게 나을 듯하다.

오미로제 스틸 와인은 오미차 차에 알코올 들어간 느낌이다. 스파클링이 난 좋다. 기포도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마음에 든다.

양조 장인 이종기 선생이 외국에서 인삼주로 망신을 당한 후 선택한 게 오미자다.

7004S 화이트는 고수와 먹으니 맛있다. 향이 잡내처럼 느껴져 거슬린다. 그 외는 좋다.

황도 복숭아 향이 난다. 기분 좋은 향이다. 단순한 느낌이 매력적이다. 산도는 좀 약하다.

그랑티그르 M1988 레드 색은 고급스러운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을 닮았다. 캠벨 얼리 맛이 강하고 오미자 향은 어색하다. 오미자 쓴맛이 느껴진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거다. 캠벨 얼리와 오미자의 장점을 승화시킨 게 아니라 단점이 드러나는 듯하다. 오미자 신맛이 강하다. 하지만 스토리가 있고 음식과는 잘 맞을 듯하다.

크라테 레드 세미스위트(4만원·김천)는 100% 소고기 패티와 각종 치즈가 들어간 버거를 같이 준비했다.

한국에 알프스라는 수도산(1317m) 중턱에서 산머루로 만든 와인이다.

모르고 마시면 스페인 와인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외국 생산자들에게 소개해주고 싶다. 산머루 품종에 호기심이 생긴다.

진짜 맛있다. 좀 전까지 마신 것은 ‘한국와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것은 아니다. 과일 향과 부케(발효 과정에서 나는 향)가 느껴진다. 균형감도 좋고 떼루아(토양) 특징도 느껴진다. 맛있는 프랑스 론 지방 코트뒤론에서 생산하는 와인 같다.

버거와 잘 맞는다.

양고기와도 매칭해도 좋을 듯하다. 당도가 민트소스 대신하는 듯하다.

와인 시음회의 진행에 나선 최정원(사진 왼쪽)·최정욱 소믈리에. 박미향 기자

여포의 꿈 화이트(3만8000원·영동), 그랑꼬또 청수(6만원·안산), 비노 페스티바 화이트(2만원·경산), 오놀로그 로제(2만5000원·화성)를 맛보자. 현미죽과 오리 콩피(시럽이나 기름 등에 식재료를 오래 끊이는 조리법) 등을 준비했다.

여포의 꿈 화이트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방한 시 장녀 이방카를 위한 상춘재 만찬 식탁에 올라 유명해졌다. 그랑꼬또 청수는 가장 현대화된 와인 농장이다. 30여개 농가가 뭉쳤다. 낮엔 덥고 해풍도 분다. 경산 청수, 영동 청수와 또 맛이 다르다. 비노 페스티바 화이트는 현재 100여 병밖에 없다. 청수 등으로 만든다.

비노 페스티바 화이트는 미네랄이 풍부하고 꿀 같은 단맛이 있다.

동감이다. 정말 훌륭하다. 잘 만든 독일 리슬링 와인 같다. 향은 달콤한 거 같은데, 산도가 확 느껴진다. 여포의 꿈 화이트는 잘 만든 슈냉블랑(포도 품종 중 하나) 와인 같다. 밀랍 향이 나고 오일리(기름기)도 느껴진다.

그랑꼬또 청수는 ‘뉴월드’(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와인 느낌이다. 다소 허무한 단맛이 느껴지고, 텅 빈 느낌이다. 가격도 다소 높다.

그랑꼬또 청수는 내추럴하고 거친, 남성적인 느낌이다. 산도 강하다. 아침에 먹는 비타민C 생각난다. 비노 페스티바 화이트와 같이 시음해서 슬픈 와인이다.(웃음) 오놀로그 로제도 맛있다. 향을 맡으면 침이 고인다.

그랑꼬또 청수는 한국 와인이 많이 생산되지 않았던 때 돋보였다. 라벨은 현대적이면서 한국 스타일을 담았다. 오놀로그 로제는 캠벨 얼리 향이 좋다. 준비한 오리고기 요리와 잘 어울린다.

오리고기 요리는 여포의 꿈 화이트와 가장 잘 어울린다.

우아미 레드(2만5000원·영천)과 위 레드(3만3000원·영천)가 마지막이다. 오리가슴살 스테이크와 맞는 지도 시식해보자.

영천 와인들은 주로 엠비에이 품종으로 만든다. 다양한 실험을 많이 하는 영동이 한국의 보르도라면 영천은 부르고뉴다. 농민들이 단일 품종으로 고집스럽게 양조한다.

무난하다.

괜찮은 보졸레 누보인데 뒷맛은 씁쓸하고 여운이 짧다. 위 레드는 상대적으로 마시기 편하다.

기자 총평 부탁한다. 가장 마음에 든 와인도 말해 달라.

개인적으로 놀라운 발견이다. 와인을 좋아하는 이유는 선입견을 깨게 하기 때문이다. ‘한국 와인은 안 돼’라고 생각했던 선입견이 여지없이 깨졌다. 질 좋은 와인을 짧은 기간에 만들었다. 성장 가능성을 봤다는 데 의미가 있다. 비노 페스티바 화이트가 훌륭하고 가성비 최고다.

한국 와인은 진짜 짧은 기간에 성장했다. 청수 품종을 발견한 게 뿌듯하다. 아쉬운 점은 생산량이 적다는 것이다. 품질이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그러면 국제무대에 서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비노 페스티바 화이트와 샤토 미소 로제는 미소 짓게 했고, 크라테 레드 세미스위트는 앞으로가 기대 된다.

정리·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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