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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4 20:05 수정 : 2019.07.24 20:09

에버랜드 ‘호러메이즈’에서 공포 체험을 하는 이용객. 사진 에버랜드 블로그 제공

커버스토리/공포 체험

최근 더위 날리는 공포 체험 종류도 다양
수십종 귀신 등장한 ‘신비아파트’ 3년째 열풍
10~20대 즐기는 가상현실 방 탈출 공포 게임도
원시적 두려움 자극하는 놀이공원 공포 체험 가볼 만

에버랜드 ‘호러메이즈’에서 공포 체험을 하는 이용객. 사진 에버랜드 블로그 제공
귀신을 본 적도 없고, 없다고 믿었다. 그 얄팍한 믿음이 깨진 건 1996년 어느 날이었다. 고등학교 지하실 입구는 자주 형광등이 고장 났다. 지하 과학실로 가려면 어두운 입구를 지나야 했다. 그때마다 음산하고 오싹한 기운에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날도 지하로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갑자기 어둠 속에서 ‘머리가 없는 사람’이 팔을 흔들며 달려들었다. ‘으악!’ 넘어질 듯 비틀거리다가 막무가내로 달렸다. 그는 밝은 복도까진 따라오지 못했다. 체육복을 머리끝까지 올려 입고 달려든 같은 반 친구였다. 그는 오히려 머쓱해 했다. ‘머리 없는 귀신’은 지금 생각해도 참신한 연출이었다. 모든 게 친구의 장난으로 벌어진 소동이었지만 그 뒤로 ‘귀신’을 무서워했다.

요즘 어린이들 사이엔 귀신을 친근하게 여기는 풍조가 생겨나고 있다. 공포 만화 ‘신비아파트’ 열풍 때문이다. 신비아파트는 2016년 7월부터 지난 1월 사이에 티브이(TV) 투니버스 채널에서 시즌2까지 방영한 애니메이션이다. 오는 연말쯤 시즌3이 방영 예정이다. 신비아파트에선 어린이 주인공들이 도깨비 신비, 금비와 힘을 모아 악귀에 맞서 싸우거나 귀신의 원혼을 풀어 준다. 그동안 거의 매화마다 새로운 귀신이 등장했다. 얼굴 없는 귀신 ‘무면귀’, 머리카락 귀신 ‘흑진귀’, 나무귀신 ‘당목귀’ 등 지금까지 40여종이 등장했다. 시즌2에선 26분짜리 만화가 끝날 무렵 귀여운 도깨비 신비가 나와 귀신에게 개인기와 필살기 등을 묻는 짧은 토크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만화라고 귀엽기만 한 건 아니다. “너 내가 아직도 연지(등장인물 이름)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같은 대사나 시뻘건 눈이 달린 나무귀신이 어린이들을 삼키려는 장면이 나오면 섬뜩하다. 만화 속 어린이·귀신·도깨비 캐릭터들이 자연스레 인기를 끌면서 시청률은 고공 행진했다. <신비아파트 고스트볼 X의 탄생 : 두 번째 이야기> 제8화 ‘위험한 초대, 목조저택의 비밀’(2019년 1월10일 방영)은 4~13살 타깃 시청률 7.27%(전국·유료플랫폼·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해 투니버스 개국(1995년) 이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 열풍은 뮤지컬, 출판 등으로 이어졌다. 현재 ‘신비아파트 뮤지컬’은 지난 시즌 앙코르 공연 흥행에 이어 세 번째 시즌 공연이 한창이다. 지난 4월엔 ‘신비아파트 귀신’들을 소개하는 어린이용 ‘귀신 도감’이 출판되기도 했다. 심지어 귀신 캐릭터 마스크팩 한 개가 포함된 ‘신비아파트 마스크팩 5종 세트 엄마 아빠같이 해요’ 같은 생활용품도 나왔다. 신비아파트를 재밌게 봤다는, 지인의 7살 아이는 지난 20일 신비아파트 캐릭터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아이에게 “귀신이 무섭진 않냐”고 물었더니, 아이는 “귀신이 왜 무서우냐”라고 되물었다.

가상현실(VR) 놀이공원 ‘브이아르(VR)스퀘어 홍대점’의 방탈출 공포게임 ‘인형의 방’ 영상. 스코넥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10~20대들은 가상현실(VR) 공포체험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서울 한 대학가에 있는 가상현실(VR) 놀이공원에선 주말마다 이용자들이 몰려 30분~1시간을 기다렸다가 게임을 즐긴다고 한다. 주 이용자층인 10~20대가 즐겨 찾는 대표적인 게임 중 하나는 방 탈출 공포 게임. 고글과 무선 컨트롤러를 이용해 가상의 공간에서 가상의 움직임으로 공포를 느낀다. 이른바 ‘첨단 공포 체험’이다. 그 반대쪽에 전통적인 놀이공원 공포 체험시설이 있다. 야성의 ‘좀비’를 직접 마주치는 체험은 원시적인 공포심을 극단으로 끌어올린다. ‘공포도’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곳 또한 또 다른 첨단이다. ESC는 이번 주, 무더위를 식혀 줄 공포 체험의 첨단을 달리는 현장들을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귀신은 무서웠다. 다만 온몸의 신경을 쭈뼛 세우고 괴성을 지르고 나니 자꾸 웃음이 났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공포 두렵고 무서움. 원시적인 공포에 덜 노출되는 현대인들은 ‘공포 체험’을 만들어냈다. 국내에선 여름에 공포 체험이 유행하는 전통이 있다. 오싹한 공포가 더위를 식혀준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가상현실(VR) 기술을 통해 공포를 체험하는 시설들이 늘고 있다. 전통적인 놀이공원 공포 체험시설은 공포를 즐길 줄 아는 이들에게도 극단적인 공포심을 일깨우며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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