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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12 19:55 수정 : 2019.06.12 19:59

제주 금능해변에서 카이트 서핑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사진 팀블랙카이트 제공

커버스토리/더위 탈출

여름 레저로 뜨는 카이트 서핑
연과 파도, 바람 힘 이용한 보드 레저
스쿠버다이빙 등과는 다른 매력 가득
버락 오바마가 마니아로 알려져 더 유명
제주엔 카이트 서핑 가능한 해변 많아

제주 금능해변에서 카이트 서핑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사진 팀블랙카이트 제공

“카이트를 가로지르는 튜브를 블래더(공기 주머니)라고 해요. 유사시에는 공기가 채워진 튜브를 타고 육지로 헤엄쳐 나올 수도 있도록 설계돼 있어요.”

지난 9일 찾은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의 표선해수욕장에는 초속 6~7m가량의 바람이 꾸준히 불어오고 있었다. 장비의 구조와 기능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카이트 서핑 강사 김도연(36)씨의 머리카락이 싱그러운 제주의 여름 하늘에 흩날렸다. 제주 유일의 카이트 서핑 전문 숍인 ‘서프포인트제주’ 소속 강사인 김씨는 6년 전 처음 카이트 서핑의 매력에 빠진 뒤 2년 전부터는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카이트 서핑은 띄운 연과 바람의 힘을 이용해 바다에서 보드를 타는 새로운 레저 스포츠다. 파도를 타는 서핑과 하늘을 나는 패러글라이딩이 결합된 형태다. 유럽과 미국 하와이 등지에서 처음 시작한 카이트 서핑은 1990년대 오매불망 파도를 기다리던 서퍼들에 의해 고안되었다고 한다. 파도가 없는 날에도 바다를 가르고자 하는 욕망이 낳은, 필요에 따른 발명품인 셈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카이트 서핑의 열혈 마니아로 알려져 있고,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논의가 최근에 있을 정도로 해외에선 주목받는 레포츠로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국제요트연맹은 2024년 파리 여름올림픽에 카이트 서핑을 정식 종목으로 추천한 상황이다. 최종 채택 여부는 올림픽 개최 3년 전인 2021년 결정된다.

국내에선 2000년대 초반부터 도입됐다고 한다. 김씨는 “아직 국내에선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20대부터 60대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레포츠”라고 설명했다.

제주 금능해변에서 카이트 서핑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사진 팀블랙카이트 제공
다소 센 바람은 분명 다른 해양 레포츠에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지만, 카이트 서퍼들에게는 자연이 내려주는 선물이나 마찬가지다. 강사는 “오늘 정도의 바람은 다소 약한 편이지만, 교육을 받기에는 딱 적당하다”며 긴장한 초심자를 안심시켰다. 이미 예닐곱명의 카이트 서퍼들이 바다를 가르고 있었다. 바람을 잔뜩 안은 형형색색의 연(카이트)에 몸을 맡긴 채 빠른 속도로 자유자재로 에메랄드빛 수면 위를 미끄러지는 서퍼들의 풍경은 무척이나 이국적이었다.

우선 연습을 위해 모래사장 위에서 가로 1m가량의 연습용 카이트를 날렸다. 연을 두 줄로 연결한 막대(컨트롤 바)를 양손에 쥐고 강사의 안내에 따라 좌우로 움직여봤다. “머리 위 12시 방향에 연을 고정하는 게 핵심이에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도 초라한 추락을 한번 경험하고 나니 어느 정도 감이 왔다. 당기고 풀어주는 대로, 좌우로 긴장을 주는 대로 연습용 연은 민첩하게 움직였다.

작은 크기의 연습용 연이지만, 이따금 강풍을 안고 힘을 받으면 모래밭에 파묻힌 발목이 쑥 뽑혀 올라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과연, 저 멀리 카이트 서핑을 즐기는 동호인들은 이따금 성인의 키 높이 이상까지 뛰어오르는 묘기를 부리곤 했다. 바람이 충분할 때는 최대 10여m까지 점프하기도 한다니 가히 하늘을 나는 셈이다. 속도를 겨루는 대회도 있는데, 프로 라이더들은 시속 60m 넘나드는 속도로 질주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 서핑을 즐길 때 사용하는 카이트의 크기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바람의 세기와 사용자의 체중에 따라 그 길이만 5~19m에 이를 정도다. 실전을 위해 14m 길이의 카이트에 바람을 주입하고 김씨와 함께 하늘 위로 올려보냈다. 거대한 카이트가 가뿐하게 하늘 위로 솟아오르자 자연스럽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카이트와 몸을 연결해주는 하네스를 허리에 찬 채 바다로 나가 다시 한 번 바람을 느꼈다. 기본적으로는 연습용 카이트와 동일하지만, 그 박력은 차원이 달랐다. 그래도 한두 번 물을 먹어가며 ‘12시 고정’을 하는 방법, 바다에 떨어진 카이트를 다시 이륙시키는 법, 상황에 따라 연을 통제하는 기술 등을 배웠다. 한번 바다에 떨어진 카이트가 다시 하늘로 날아오를 때는 장비가 머금고 있던 바닷물이 싱그러운 여름 햇살 속에서 흩어졌다. 초여름의 더위 따위는 의식할 새가 없었다.

제주 금능해변에서 카이트 서핑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사진 팀블랙카이트 제공
김씨가 시범을 위해 실제 보드를 타는 모습은 한없이 자유로워 보였다. 넓은 해안을 따라 바람에 몸을 실은 카이트 보더들은 서로 부딪히거나 라인이 엉키는 법도 없이 숨 쉬듯 자연스럽게 서로를 스쳐 지나갔다. 우아한 장면이었다. 하늘과 바다가, 바람과 파도가, 사람과 카이트가 하나가 된 것처럼 보였다. 해안가에는 남녀노소 많은 피서객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지만, 그 순간 표선해수욕장의 바다는 온전히 카이트 보더들의 것이었다. 문득, 그들이 부러워졌다. 스쿠버다이빙이나 낚시, 보트 조종 등 다양한 해양 레포츠를 경험해봤고 또 즐기고 있지만, 카이트 서핑은 분명 새로운 세계였다.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만큼 진입 장벽은 물론 있다. 처음 시작할 때 안전교육을 포함해 10시간 가량의 강습을 4일에 나눠 받아야 한다. 또 그 기간 동안 어느 정도 바람이 불어줘야 한다. 단독으로 바다를 가르기 위해선 약 30시간 정도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한다. 바람의 방향을 거슬러 가는 ‘풍상 라이딩’도 익혀야 한다. 서핑을 실제 즐길 수 있을 때까지 들어가는 교육비는 장비 대여료를 포함해 평균 90만원 정도다. 카이트 서핑을 꾸준히 즐기는 국내 동호인의 규모는 400여명 수준이라고 한다. 아직은 대중화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카이트 서핑을 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부산 다대포해변. 사진 팀블랙카이트 제공
다만 제주에선 시간당 소정의 비용(7~8만원)을 지불하고 카이트 서핑의 세계를 맛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숍이 있다. 서해안이나 동해안 등지에 카이트 서핑을 즐길 수 있는 해변이 있지만, 사면이 모두 바다인 제주에선 풍향에 맞춰 함덕·협재·김녕·표선·사계 등 다양한 포인트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바람이 많이 불고, 얕은 수심의 청정한 해변이 널찍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점도 제주만의 장점으로 꼽힌다.

이번 여름, 커다란 연에 몸을 싣고 제주 바다를 내달리는 카이트 서핑의 세계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체험이나 교육 문의는 ‘서프포인트제주’ 김도연 강사에게 하면 된다.

제주/송호균(레저를 사랑하는 육아아빠)

[ESC] 카이트 서핑 배움터

제주

제주도에도 카이트 서핑 전문 숍은 표선면에 위치한 ‘서프포인트제주’ 한 곳뿐이다. 국내 최고의 포인트로 꼽히는 표선해수욕장까지 걸어서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교육을 이수하면 1년 동안 탈의실과 샤워장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멤버십을 무료로 발급해 준다. 문의는 김도연 강사(010-3455-2312).

수도권

카이트 서핑 강습은 동호회 형태의 모임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수도권에서는 네이버 동호회 ‘팀블랙카이트’(https://cafe.naver.com/teamblackkite)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누리집을 통해 기본적인 개념과 스킬, 장비 및 투어 일정 등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고 강사진도 소개받을 수 있다. 문의는 문진영 팀장(010-8808-9137)

■동해

동해안의 카이트 서핑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강릉 송정해수욕장에서는 ‘강릉카이트보딩협회’의 문을 두드리면 된다. 문의는 권순호 강사(010-5374-1807).

남해

포항권에서는 ‘포항카이트보딩협회’ 누리집(http://cafe.daum.net/pkite)이나 최종철 강사(010-4809-4889)를 통해 교육문의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송호균(레저를 사랑하는 육아아빠)

더위 탈출 5월15일 광주광역시에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5월에 폭염특보가 발령한 건 사상 2번째. 더위는 잦아들었지만, 지난해 폭염을 지나온 기억은 더욱 생생해졌다. 기상청은 올 여름 기온이 평년(1981년~2010년 평균기온)보다 낮을 가능성은 20%, 높을 가능성은 40%로 내다보고 있다. 더위 대비 움직임도 빨라져, 에어컨이나 여름 보양식 구매 시기도 앞당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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