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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05 20:01 수정 : 2019.06.05 20:07

아이다스와 이탈리아 패션브랜드 미쏘니가 협업한 제품. 사진 아디다스 제공

커버스토리/러닝 크루

러닝 크루에겐 패션은 중요
팀 로고 새긴 티셔츠 입어
운동화와 색 춘 양발, 키 커 보여
패션 브랜드들 협업 통해 유혹

아이다스와 이탈리아 패션브랜드 미쏘니가 협업한 제품. 사진 아디다스 제공

못생긴 운동화. 일명 ‘어글리 슈즈’가 20~30대 패션을 강타한 지 오래다. 프랑스 고급 브랜드 발렌시아가가 2017년 자사 런웨이에서 선보인 ‘트리플 에스(S)’가 인기를 얻으면서다. 과장된 두툼한 밑창과 굽이 특징인 트리플 에스는 선명한 색상 몇 가지가 뒤섞여 투박한 매력을 뽐냈다. 얼핏 보면 아버지가 신던 낡은 운동화나 1970~80년대 유행하던 신발처럼 생겼는데, 이것은 당시 패션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후 휠라, 프로스펙스 등 진짜 못생긴(?) 운동화를 제작한 브랜드까지 열풍에 가세했다. 달릴 때 복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러닝 크루에게도 어글리 슈즈는 트렌드다. 그들에게 달리기 패션은 그저 바람을 막고 발이 편하면 되는 게 아니다. 그 자체가 러닝 크루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아이콘이다.

로고 새긴 상의···러너들의 기본 패션

러닝 크루 패션은 라운드 티셔츠가 기본이다. 팀의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으면 세련된 ‘시티 러너’로 보인다는 것이다. 러닝이 일상이 된 러너들은 일상복 티셔츠를 그대로 입고 하의만 운동복으로 갈아입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이유로 일상복으로 활용 가능한 스포츠웨어 시장도 성장 중이다.

지난 4월 발표한 산업통상자원부의 통계를 보면 애슬레저(운동+레저) 룩 시장은 2010년에 견줘 4배가 성장했다고 한다. 캐나다 대표적인 애슬레저 룩 업체 룰루레몬 인기가 높다. 백화점이 앞다퉈 모셔가려는 상황이다. 후드로 대표되는 ‘스트리트 패션’도 러너들이 즐겨 찾는 아이템이다. 최근 운동복 느낌의 디자인을 가미한 의상이 많이 출시돼서다.

최근엔 소매가 없는 ‘싱글렛’(singlet)이 대세라고 한다. 요즘 패션의 핫 트렌드인 네온 컬러 상의도 러닝 크루가 자주 입는 패션이다. 러닝 크루 ‘피아르아르시(PRRC)1936’ 소속이자 패션잡지 <코스모폴리탄> 에디터인 김지후(36)씨는 “여성들은 여름에 주로 ‘브라톱’을 입는 편인데, 화려한 색상이 많다. 그 위에 헐렁한 민소매 가운을 걸쳐 살짝 보이게 하는 게 패션이다. 배가 살짝 보일 정도로 짧고 헐렁한 민소매 톱을 덧입어도 멋있다”고 말한다.

아이다스와 이탈리아 패션브랜드 미쏘니가 협업한 제품. 사진 아디다스 제공

딱 달라붙는 하의···달리기 편해

도심을 달리는 러닝 크루가 많아지다 보니 러너들의 패션은 한층 과감해졌다. 여름이 오면서 ‘바이크 쇼트’(bike shorts. 신축성 있는 소재로 몸에 달라붙는 사이클 경주용 반바지)나 ‘쇼트 타이츠’라고 불리는 딱 붙는 짧은 반바지를 입는 러너들이 늘었다. 레깅스만 입고 뛰는 여성 러너들도 많다.

러닝화 색 맞춘 양말 인기

달리는 데 양발이 중요할까? 러닝 크루 ‘와우산30’ 소속인 김장군(29)씨가 일러준다. “요즘 러너들은 양말로 패션의 포인트를 준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영향을 받아 발목 복숭아뼈에서 길이가 조금 더 올라간 양말을 즐겨 신는다. 평상시에는 일상복 바지를 이 양말 안에 넣어 패션을 연출하기도 한다.” 여성은 길이가 무릎까지인 양말 니삭스(니하이스) 를 즐겨 신는다. 러닝화와 양발 색깔을 맞추면 다리가 좀 더 길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브룩스러닝의 광고모델 ‘런소영’ 임소영의 모습. 사진 브룩스러닝 제공
모자도 패션 아이템

달릴 때 내려오는 앞머리는 얇고 단단한 헤어밴드를 이용해 정리한다. 두 개를 겹쳐서 멋을 내는 이도 있다. 모자도 패션 아이템이다. 밤에 뛰는 경우라도 정수리 부분은 통기성이 좋고, 이마 부분은 흡수력이 높은 모자를 쓴다. 모자의 캡은 짧고 넓어 시야를 가리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

네온 컬러 등 화려한 색의 러닝화

러닝화도 네온 컬러와 같은 화려한 색상이 강세다. ‘나이키 X 사카이’와 같이 브랜드 컬래버레이션 러닝화가 인기다. 일상에서도 신을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이다. 최근 러너들 사이에선 미국 러닝화 브랜드 ‘호카 오네 오네’가 주목받고 있다. 러닝에 최적화된 어글리 슈즈라는 평이다. 전 세계적으로 러닝이 인기를 끌면서 러닝화는 일상 패션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러너들은 운동할 때 신던 신발을 반듯한 슈트와 함께 신는다. 출시된 러닝화는 슈트와 입어도 어색하지 않은 디자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포츠 패션 브랜드들도 운동화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일본 스포츠 브랜드 데상트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신발 연구개발센터 ‘디스크’(DISC·Descente Innovation Studio Complex)를 부산에 문 열었다. 실내엔 400m 트랙을 만들어 소비자가 러닝화의 기능을 시험해볼 수 있게 했다. 3디(D) 모션 분석 스캐너도 들여놨다. 이 연구소의 책임자인 마리오 라포춘 센터장은 체육학과 생체역학을 전공한 미국의 신발 전문 개발자다. 그는 나이키 스포츠 연구소에서 20여년 활동하면서 인체공학적인 측면의 독특한 신발을 다양하게 개발했다. 지난해 한국에 들어온 미국 러닝화 브랜드 브룩스러닝은 ‘2019 샤워런’을 후원한다. 화사하지만 유난스럽지 않은 색상 덕에 인기가 높다. 런예인(러닝+연예인) ‘런소영’(본명 임소영)을 모델로 기용했다.

나이키와 일본 브랜드 언더커버와 협업한 캬쿠소우 컬렉션의 의상. 사진 나이키 제공
액세서리로 패션 포인트 주기

색깔이 선명한 애플워치, 가민 스포츠 워치도 패션 포인트다. 태닝 한 피부나 타투가 잘 드러나면 그것도 근사한 패션이 된다. “러닝 전후에는 얇은 바람막이를 걸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엔 나이키와 오프화이트가 협업한 제품 중에 롱코트처럼 길이가 긴 바람막이가 특히 멋있었다.” 패션 앤 스트리트 웨어 웹매거진 <하입비스트>의 김솔비 에디터의 말이다.

컬래버레이션 패션은 최고

패션 감각이 돋보이는 러닝 룩을 입기 위해선 ‘협업’(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입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본 브랜드 언더커버와 나이키가 협업한 한정판 러닝복 라인 ‘나이키 x 갸쿠소우 컬렉션’은 매년 출시할 때마다 인기가 높다. 언더커버의 디자이너 준 다카하시는 도쿄에서 러닝 클럽 활동을 하는 러닝 애호가로도 유명하다. 최근 출시한 재킷은 외피가 궂은 날씨에도 체온을 보호할 수 있다. 아디다스는 지난 4월 이탈리아 고급 브랜드 미쏘니와 협업한 울트라부스트 러닝화를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미쏘니의 과감한 패턴과 새로운 염색기법을 러닝화에 접목했다.

8월 열리는 ‘2019 샤워런’을 후원하는 브룩스러닝. 사진 브룩스 러닝 제공

최근 러닝이 주목받으면서 트레일러닝((Trail+Running) 시장도 커지고 있다. 트레일러닝은 비포장 산길이나 언덕 등을 내달리는, 조금 더 과격한 러닝이다. 대표가 트레일러닝을 하다 옷까지 만들게 된 국내 소규모 브랜드 풀라르의 옷은 러닝복과 일상복 그 중간쯤에 있는 옷이다. 러너들의 취향은 러닝의 대중화와 함께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손기은 객원기자 kieun.son@gmail.com

러닝 빠른 속도로 움직여 뛰는 일. 요즘 러닝은 조깅이나 마라톤과는 다른 일종의 문화 현상이다. 20~30대가 주축인 ‘러닝 크루’(running crew)들이 퇴근 후 빌딩 숲 사이를 질주한다. 세련된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와 운동화를 착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기능성 장비와 디지털 기기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으로 기록도 관리한다. 함께 뛰는 것, 멋있게 뛰는 것 자체가 라이프 스타일이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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