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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29 20:09 수정 : 2019.05.29 22:00

다양한 식물을 파는 가게 ‘공간 식물성'을 운영하는 정수진씨가 식물들을 정돈하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커버스토리/반려식물

1인 가구의 새 친구로 뜨는 식물
이제 식물은 젊음의 상징
출판계도 덩달아 책 봇물·팟캐스트나 웹툰도 많아
원예사, 식물 세밀화가 등 직업 관심 커져
거실 풍경 바꾸는 화분, 마음 상처 치유하기도

다양한 식물을 파는 가게 ‘공간 식물성'을 운영하는 정수진씨가 식물들을 정돈하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최근 출판계의 블루칩은 ‘식물’이다. 식물 세밀화 화가 이소영의 <식물산책>을 비롯해 뮤지션 임이랑의 <아무튼, 식물>, 식물가게 ‘공간 식물성’을 운영하는 정수진의 <식물 저승사자>, 식물 애호가들의 이야기를 웹툰으로 그린 안난초의 <식물생활>을 비롯해 식물 초보자를 위한 가이드인 최정윤의 <식물을 들이다>, 반려식물이라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박원순의 <식물의 위로>와 김현경의 <오늘부터 식물을 키웁니다> 등의 식물 관련 에세이가 1년 새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기존에 식물에 대한 책이라면 전문가가 쓴 ‘도감’류가 주를 이루었는데, 전문가보다는 애호가 쪽의 저자들이 쓴 에세이가 점점 그 수를 늘려가고 있다.

웹툰 ‘식물생활’ 화면 갈무리.
그러고 보니 에스엔에스(SNS)에서도 식물 사진이 자주 눈에 띈다. ‘식물계’(식물 이야기만 하기 위해 별도로 만든 식물계정)를 별도로 운영하는 식물 애호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며, 그들이 올리는 사진들을 보면 가정집인데도 화원을 방불케 하는 화분 개수가 눈에 띈다. 식물을 많이 키우기만 하는 게 아니다. ‘칼라테아 멀티컬러’라고 알려진 ‘트리오스타’, ‘마오리 소포라’ 등 전에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수입 식물들을 키우는 사람도 많이 보인다.

최근에는 새로 개업한 커피숍들의 인테리어로 식물이 사용되는 경우를 자주 본다. ‘플랜테리어’라는 말은 ‘식물’(plant)과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인데, 식물을 이용한 인테리어를 말한다. 에스엔에스와 카페, 에세이 이 세 가지는 최근 식물에 관해 관심을 갖는 세대가 전과 달리 ‘젊음’을 의미한다. 젊은 1인 가구의 새로운 가족으로 식물이 떠오르고 있다. 젊은 ‘식물인간’의 탄생이다.

팟캐스트 <식물라디오>를 진행하는 이소영 식물 세밀화 화가는 국립수목원에서 근무를 시작했던 10년 전과 지금 식물에 대한 관심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때만 해도 식물 이야기를 인터넷에 올려도 반응이 크지 않았고, 관련 글을 검색해도 내용이 많지 않았다. 집에서 식물을 가꾼다고 하면 어르신들의 클래식한 문화라는 인식이 컸다.” 그런데 최근에는 에스엔에스를 통해 식물에 대한 이야기가 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인식이 피부로 느껴진다고 말한다. “화훼시장에 가면 젊은 손님들이 늘어난 것이 눈에 보인다.” 식물 관련 강의를 찾는 사람들의 연령대도 낮아졌다. “식물 세밀화가나 가드너(원예사) 같은, 관련한 직업도 늘어나고 있다.”

정수진씨는 다양한 식물을 파는 가게 ‘공간 식물성'을 운영한다. 그는 <식물 저승사자> 저자이기도 하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아무튼, 식물>을 쓴 임이랑 작가는 구할 수 있는 식물의 종류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온라인 상거래 채널 이베이를 통해 ‘직구’로 식물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단다. 3~4년 전에는 한국에서 구할 수 없던 종이 수입 판매됨은 물론이다. “식물 기르기는 진입장벽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작은 화분은 2천원, 3천원부터 살 수 있다. 시작에는 돈이 들지 않는데, 빈티지 토분(토기 화분)이나 수입 식물에 꽂히면, 이른바 캠핑처럼 장비발을 세우기 시작하면 여기도 돈이 들기 시작한다.”

빈티지 토분에 관심을 갖는다는 말은 ‘잘 길러내기’만큼이나 식물이 포함된 풍경을 가꾸는 데도 관심이 있는 요즘의 식물 애호가들의 성향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미 팔고 있는 식물을 고르지 않고 구하기 어려워도 낯설고 이국적인 식물을 굳이 찾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식물 저승사자>를 쓴 정수진 작가는 식물 상점 ‘공간 식물성’을 운영 중인데, 그는 에스엔에스에서 본 예쁜 식물을 갖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식물을 집으로 들이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죽지 않고 자란다고 해도, 잡초같이 생긴 것보다는 조형미를 가진 식물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우리 집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은 게 사람 심리니까. 손님들은 ‘잘 안 죽는 식물’을 추천해달라고 하지만, 결국 마음속에는 식물의 이데아가 있더라. 원하는 이미지를 분명히 갖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최근 출간된 다양한 식물 관련 서적. 각 출판사 제공
카페 인테리어로 식물을 이용하는 경우는 가까이서 보면 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상태일 때가 많아서 안타까운 경우도 많단다. 식물을 돌보기 위해 공간이나 인력이 존재하는 게 아닌 상황에서 다양한 생태의 식물이 놓여 있는 경우, 인테리어 소품으로만 취급받는 듯 보일 때가 적지 않다. 임이랑 작가는 식물을 잘 돌보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차라리 조화를 사라”고 한다. “나는 조화도 식물의 영역에 있다고 생각한다. 똑같은 심적 안정을 주지는 않을지언정, 시각적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아니면 조화와 생화를 섞어서 진열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 미세먼지를 포함한 환경 이슈 때문에 식물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용적인 이유로도, 미적 이유로도 식물은 기술이 고도화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안정을 준다. 최근 식물을 다루는 에세이들이 한결같이 하는 이야기는, ‘마음의 문제’를 다루는 열쇠로서의 식물이 갖는 귀한 아름다움이다. 베스트셀러 제목을 빌려 말하자면 “죽고 싶지만, 식물을 한번 살려보고 싶어”.

정수진씨는 다양한 식물을 파는 가게 ‘공간 식물성'을 운영한다. 그는 <식물 저승사자> 저자이기도 하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일이 배신하고 사람이 배신하고 도저히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에너지가 남지 않았을 때, 생의 이른 시기에 ‘번아웃’을 경험할 때, 정성을 들인 만큼 잘 자라나는 식물의 존재는 건강한 즐거움을 안긴다. 생생하고 아름답고 즐겁지만, 나를 귀찮게 하지 않는 식물이라는 존재는 밀레니얼 세대가 원하는 이상적인 친구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우리는 금방 친구가 되었다. 나를 소개할 필요도 없었고, 스스로를 치장하거나 즐거운 표정을 짓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 건강한 방식이 나를 기쁘게 만들었다.’(<아무튼, 식물> 중에서)

이다혜 <씨네21> 기자·작가 krapple@cine21.com

초보 ‘식물인간’을 위한 Q&A

Q 집이 반지하인데 해가 잘 들지 않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키워도 괜찮나요?

A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이 있습니다. 스파티필룸, 스킨답서스가 대표적이죠. 식물등을 구매해 사용하면 빛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식물들을 돌보는 데 도움이 됩니다.

Q 식물이 보내는 위기 신호는 어떻게 알아볼 수 있나요?

A 식물에 부정적인 변화가 올 때, 식물은 천천히 자라고 천천히 죽습니다. 그런데 일시에 잎이 떨어지거나 하는 것은 큰 문제가 있다는 신호죠. 당장 대책이 필요해요.

Q 흙은 언제 바꾸면 되나요?

A 흙이 딱딱해지면 물길이 협소해지기 때문에 흙은 갈아주면 좋습니다. 하지만 흙을 간 뒤 1년이 넘지 않았다면, 굳이 흙을 갈 필요가 없습니다.

Q 병충해 피해를 당하였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A 식물에 생기는 여러 문제는 ‘인간의’ 생활 습관과도 관련되어 있어요. 인터넷 검색보다 동네 화원을 방문해 도움을 받는 게 빠른 해결에 더 도움이 됩니다.

이다혜 <씨네21> 기자·작가

반려식물 애완동물이라는 표현을 대체하기 위해 등장한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의 연장선에서 등장한 표현. 식물을 잘 돌보는 것을 시작으로, 식물과 교감하고 마음의 평온을 구하며, 식물과 오랜 시간 동안 함께 가족처럼 지내며 성장한다는 의미에서 식물 애호가들이 쓰기 시작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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