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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29 19:49 수정 : 2019.05.29 19:52

한국 최초의 서양식 온실인 창경궁 대온실. 보수공사를 마치고 지난해 재개방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커버스토리/반려식물

수십종의 나무 만날 수 있는 식물원
전주·경주·제주 등 전국에 많아
지난해 재개방한 창경궁 대온실도 가볼 만
식물원, 미세먼지도 잊는 치유 장소

한국 최초의 서양식 온실인 창경궁 대온실. 보수공사를 마치고 지난해 재개방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당신이 식물 저승사자여도 괜찮다. 똥손이어도 괜찮다. 식물에 관심이 있지만, 원하는 만큼 기를 여건이 안 된다면 식물을 집으로 들이는 대신 식물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식물원이나 수목원은 ‘힐링’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전부터 주목받아온 걷기 좋고 마음 편한 산책로를 제공한다. 집에서 키울 수 없는 나무나 수령이 인간의 몇 배가 넘는 나무들,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수입종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즐거움을 준다.

환경문제가 대두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식물에 대한 연구가 늘었다. 그 결과, 식물원, 수목원 등이 늘어나고 있다. 수목원 설립의 가장 큰 목적은 식물 종 보존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식물 관련 교육 프로그램들도 그 공간에 여럿 마련됐다. 여행을 좋아한다면 여행지에서 식물원이나 수목원을 찾아보는 것도 근사한 여행법이 된다. 해당 지역의 자생종들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잘 모르는 식물의 이름도 알기 쉽게 표기되어 있으니까. 이소영 식물 세밀화 화가의 표현을 빌리면 이렇다. “식물을 좋아하는 순서가 있다. 이미지로 접하고, 집에서 키우는 식물을 들인다. 그러다 밖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식물원과 수목원에 가고 산으로 간다. 국립수목원이 위치한 광릉숲은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 보전지역’이다. 수도권에 이런 규모의 수목원이 있는 경우가 흔치 않다.” 식물원과 수목원 몇 곳을 여기 소개한다.

도시인의 숨통, 서울의 식물원

한국 최초의 서양식 온실인 창경궁 대온실은 보수공사를 마치고 2018년 11월10일부터 재개방했다. 1909년께 완공되었다. 일본인이 설계하고 프랑스 회사가 시공해 완성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모양새가 독특하다. 흰색의 철골 구조와 목조가 혼합된 구조를 유리로 둘러싼 모양을 하고 있다. 건설 목적은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의 마음을 위로한다는 것이었으나, 실제로는 동물원과 함께 지어 왕의 권위를 격하시키고자 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지금에는 생명력 강한 식물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충분한 공간이 됐다.

한국 최초의 서양식 온실인 창경궁 대온실. 보수공사를 마치고 지난해 재개방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창경궁은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관람이 가능(입장 마감은 8시)한데, 낮에는 눈부신 채광의 즐거움이, 밤에는 호젓함이 인상적인 장소다. 밤에 창경궁 정문에서 대온실까지 가는 길에 있는 호수 춘당지와 소나무 숲을 구경하다 마침내 대온실이 나타났을 때 유리 건물이 내뿜는 아름다움은 지어진 지 100년이 지난 현재에도 퍽 생경하고 이국적이다. 요즘 지은 식물원 내 온실에 비하면 다소 규모가 작게 느껴지지만, 대온실까지 오가는 길의 사철 변화를 포함한 관람 경험을 하기 좋은 곳이다.

한국 최초의 서양식 온실인 창경궁 대온실. 보수공사를 마치고 지난해 재개방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서울 마곡지구에 조성된 서울식물원은 2018년 10월께 시민에게 임시 개방했다가 올해 5월1일 정식 문을 열었다. 시민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조성 철학에 맞게 가드닝과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들이 상시 운영 중이라는 점이 큰 장점이다. 특히 어린이가 참여 가능한 가족 중심 프로그램들이 많다. 유모차에 탄 아이와 부모가 참여할 수 있는 ‘유모차 힐링 산책’, 초등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세계여행정원사’, 어르신을 위한 산책 프로그램인 ‘행복한 실버 숲’, 숲속에서 요가를 즐길 수 있는 ‘요가 인더가든’을 비롯해 지하철을 타고 서울 도심에서 이동 가능한 식물원이라는 장점을 살린 교육프로그램들이 수두룩하다. 서울식물원은 ‘문화 공간’으로서의 식물원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곳이 되어가는 중이다.

역사의 흔적 가득한 경주와 전주의 식물원

<삼국사기>를 보면, 경주시에 있는 통일신라 궁궐 유적인 동궁과 월지에는 당시 기이한 새와 짐승이 서식했다고 한다. <전설의 고향> 식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 식물원 경주동궁원은 그 동궁과 월지(안압지)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곳이다. 경주동궁원은 신라시대 한옥 구조로 지어졌는데, 본관은 신라를 주제로, 2016년에 개관한 2관은 현대식 정원을 테마로 조성됐다. 본관에는 동굴 폭포를 통과하는 7m 높이의 고가 관람로가 설치되어 있고, 2관에는 국내 온실식물 중 최대 수령 300년인 보리수나무와 250년 수령의 붉은 원종고무나무를 볼 수 있다. 경주 관광의 성수기는 아무래도 봄과 가을인데, 봄 여행을 놓친 이들에게 경주의 꽃구경을 할 수 있는 장소로 권할 만하다.

화려한 튤립이 핀 경주동궁원. 경주동궁원 제공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은 고속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훼손한 자연환경 복구를 위해 풀과 나무를 심고 다양한 식물 종을 모은 자연학습장으로 조성되었다. 암석원, 약초원, 죽림원, 유리온실 등이 특히 볼만하지만, 6월은 장미원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다. 이곳에는 조팝나무 군락지가 조성되어 있어 싱그러운 흰색 물보라 바다와 같은 장관을 연출한다. 초여름 전주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 중 하나가 수목원 방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바닷바람 안은 제주 식물원

제주도의 한라수목원은 섬 특유의 자연생태 체험을 제공한다. 1993년께 개원했는데, 제주 자생식물을 보고, 관련한 안내 프로그램도 경험할 수 있게 돼 있다. 남쪽에 있으니 당연한 노릇이겠으나, 전국 수목원 중 겨울에도 추위에 덜 시달리며 수목원 산책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난 전시실, 대나무 숲, 억새밭 등이 조성되어 있다. 제주에는 한라수목원뿐 아니라 사려니숲길 역시 완만한 평지를 걸으며 제주의 나무와 야생화를 볼 수 있는 산책로를 제공한다.

식물원은 그 어느 곳에서나 건강한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은 숲길을 걸을 때면 미세먼지도 잠시 잊는다. 해가 뜨고, 바람이 불고, 계절이 흐르는 시간 속에 자신이 존재한다는 경험을, 도시에서 거의 잊고 있던 살아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다혜 <씨네21> 기자·작가 krapple@cine21.com

제주 구좌읍 송당리에 위치한 온실카페 & 가드닝 센터 송당나무 인스타그램 계정. 사진 인스타그램 갈무리

[ESC] 식물이 말을 거네요!

식물원에 가고 싶지만, 사정이 안 될 때 식물 애호가는 속상하다. 머리가 무겁고 속이 터진다. 이때 방법이 있다. 너른 인터넷 바다엔 구경하기 좋은 ‘식물원’이 가득하다. 인스타그램 계정은 식물 블로그처럼 정보가 자세하진 않지만, 눈을 뗄 수가 없다. ‘식물이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전달하는 데 주력한다. 볼 만하다. 그런가 하면 유튜브에도 시선을 사로잡는 식물 얘기가 많다.

▶ 인스타그램

공간 식물성(instargram.com/sikmulseong) : <식물 저승사자> 저자 정수진씨가 운영하는 계정. 단아한 화분과 식물 사진이 많다.

식물이랑(instargram.com/nap717) : <아무튼, 식물> 작가 임이랑씨 계정. 클로즈업된 식물 사진이 많다.

이소영(instargram.com/soyoungli) : 식물 세밀화 화가 이소영씨 계정. 각종 식물원 풍경 사진 등.

일러스트레이터 전유리(instargram.com/jeonyr22) : 식물을 소재로 한 일러스트레이터 전유리씨 작품을 볼 수 있다.

송당나무(instargram.com/songdangnamu) : 제주 구좌읍 송당리에 위치한 온실카페 & 가드닝 센터 송당나무 계정.

▶ 유튜브

일상제니퍼의 : 베란다 가드너인 크리에이터가 운영하는 계정.

Summer Rayne Oakes : 해외 영상들은 식물계정 다수가 정원 가꾸기를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이 채널은 집안에서 키우는 식물(houseplant) 이야기를 많이 볼 수 있다.

PLANTERINA : 실내에서 키우는 식물을 중심으로 소개.

Mongsheel_ 몽실 : 영상이 많지는 않으나 수경재배 관련 영상들이 있어 볼 만하다.

Green ssum : 처음 식물 키우기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계정. 식물들 이야기를 차분하게 전한다.

이다혜 <씨네21>기자·작가

반려식물 애완동물이라는 표현을 대체하기 위해 등장한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의 연장선에서 등장한 표현. 식물을 잘 돌보는 것을 시작으로, 식물과 교감하고 마음의 평온을 구하며, 식물과 오랜 시간 동안 함께 가족처럼 지내며 성장한다는 의미에서 식물 애호가들이 쓰기 시작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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