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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15 19:57 수정 : 2019.05.15 22:20

귀들포스 폭포수 사이로 무지개가 떠올랐다. 김경락 기자

커버스토리/북유럽

무지개 뜬 폭포수 바라보면 막힌 가슴이 뻥
헐떡이는 심장마냥 간헐천 3~4층 높이로 솟구쳐
물개·퍼핀 구경하고 온천수로 샤워하고
2600㎞ 운전마저 설렌 9박10일 아이슬란드 여행

귀들포스 폭포수 사이로 무지개가 떠올랐다. 김경락 기자
아이슬란드. 버킷리스트에 꼭 들어 있을 법한 곳. 지난달 16일, 현재 머물고 있는 영국 런던의 루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탄 지 약 3시간 뒤 아이슬란드의 관문 케블라비크 공항에 내렸다. 차를 빌려 지난달 25일까지 1번 국도(링로드)를 중심으로 다녔다. 주행거리 2600㎞가 넘은 긴 여행이었으나 지루할 틈이 없었다. 불과 얼음의 땅은 사람 손때가 묻지 않았으며 또한 다채로웠다. 9박10일 내내 세상사에 지친 40대 중년에게 설렘과 감동을 안겨줬다.

아이슬란드는 불(화산·용암)과 얼음(빙하)의 나라라고 한다. 나는 폭포를 추가하고 싶다. 손 때 묻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폭포가 저마다의 개성을 뽐낸다. 방문한 10여 곳을 하나하나 곱씹고 싶지만 여기선 귀들포스(Gullfoss)와 데티포스, 고다포스 세 곳만 소개한다. 귀들포스는 수도 레이캬비크와 가깝다. 차로 한 시간 달리면 너끈히 닿는다. 지리적 이점 덕택에 여행객이 가장 많이 다녀간다고 한다. 하염없이 떨어지는 폭포수 사이에 떠오른 무지개가 신비롭다. 가만히 앉아 10여분 동안 물줄기만 바라본다. 오랜 세월 사람들과 부대끼며 가슴 깊숙이 박힌 애증의 덩어리가 뽑혀나가는 느낌이다. 진입도로가 종종 폐쇄되는 터라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다는 데티포스를 만나는 행운도 누렸다. 방문 전날만 해도 진입도로 2곳(862·864번 도로)이 모두 며칠간 내린 비 탓에 홍수 우려로 폐쇄된 터라 마음을 접었으나 다음 날 아침 862번 도로가 뚫렸다. 데티포스는 접근이 어려운 만큼 야생의 맛이 강렬하다. 영화 <프로메테우스>(2012) 오프닝에 원시 지구의 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나 역시 문명인이 아닌 자연인이 된 착각이 들었다. 폭포 서쪽 편 진입로(862번)에선 폭포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고, 동쪽 편 진입로(864번)에선 아래에서 위로 감상할 수 있다. 고다포스는 게으른 여행객에게 안성맞춤이다. 링로드와 붙어 있어서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수고 없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다.

화산지대도 아이슬란드 특유의 볼거리다. 게이시르에선 지구가 무생물이 아님을 실감했다. 살아있는 생명체의 펄떡이는 심장처럼 간헐천이 3~4층 건물 높이로 4~6분 간격으로 솟아올랐다. 마침 거센 바람이 분 터라 뜨거운 물보라에 흠뻑 젖었다. 간헐천 옆 부글부글 끓는 웅덩이가 보인다. 북부의 화산지대 크라플라(Krafla)는 간헐천은 없지만 불이 난 것처럼 유황 가스가 끊임없이 뿜어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발밑 3㎞ 아래 마그마가 흐른다고 한다. 18세기 초반에 폭발한 화산 분화구 크베르피아들(Hverfjall)도 부근에 있다. 분화구(지름 300m) 한 바퀴 도는 데 한 시간 걸린다. 마주하기 힘들 정도의 바람이 분 터라 분화구 산책은 포기했다. 현무암 숲 라바펠드 딤뮈보르기르(Lavafeld Dimmu Borgir)와 미국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잠깐 등장하는 그리오타기아우 동굴온천(Griotagia cave)도 모두 이 지역에 몰려 있다. 동굴온천은 1980년대 이후 물 온도가 급격히 높아져 몸을 담글 수는 없다. 청록색 물빛이 인상적이다.

분무가 피어오르는 고다포스. 김경락 기자
물 이야기는 좀 더 해야겠다. 아이슬란드의 웬만한 숙소에선 온천수가 나온다. 그중에서도 하나 꼽자면 미바튼 호수 옆 농가에서의 하룻밤이다. 짙은 유황 냄새가 풀풀 나는 숙소에서 샤워하고 나니 피로가 말끔히 가신다. 아내와 아이들 얼굴도 반질반질 윤이 났다. 작은 마을에도 국내 물놀이장 뺨치는 공공 수영장이 있다. 자녀가 있다면 강력히 추천한다. 국내 찜찔방 값(성인 약 1만원) 수준이며, 아이는 무료다. 물론 온천수다.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며 노천욕을 즐길 수 있는 온천 크뢰이마(Krauma)는 조용하고 한적하다. 바로 앞 지열지대에서 연기가 펄펄 피어오르고 물이 끓는다.(성인 약 3만5000원, 12살 이하 무료)

물개와 퍼핀 구경도 빼놓기 어렵다. 링로드에서 뻗어 나간 74번 국도를 40분쯤 달리면 나오는 스나이펠스네스반도의 이트리퉁가(ytri tunga) 해변에서 만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물개 여러 마리를 만났다. 세 놈은 바위에 누워 햇볕을 쬐고 있었고 물 위에 머리통만 내밀며 헤엄치는 녀석도 있었다. 반드시 썰물 때에 맞춰 가야 한다. 작은 펭귄 같은 퍼핀은 아이슬란드를 상징하는 새다. 한때 사람들이 너무 많이 잡아먹어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동부 중심 마을 에이일스스타디르에서 한 시간 가까이 떨어진 서식지 보르가르피아르다르회픈(Borgarfjarðarh?fn)에 이른 아침에 가면 근거리에서 볼 수 있다. 날아오를 때와 착륙할 때, 걸어 다닐 때 다리 모양이 요리조리 바뀐다. 그 모습이 앙증맞다.

아이슬란드를 상징하는 새, 퍼핀. 김경락 기자
뭐니 뭐니 해도 아이슬란드 여행의 참맛은 운전에 있다. 2600㎞ 가까이 달렸지만 지루할 틈이 없었다. 빙하로 덮인 산, 검푸른 화산재 위에 푸르스름한 이끼가 낀 돌덩이가 끊임없이 펼쳐진 평원(영화 <겨울왕국>의 트롤이 사는 마을이 떠올랐다), 시시때때로 등장하는 크고 작은 폭포. 다채롭다. `인생 샷`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93번 국도를 타고 작은 호수를 끼고 있는 마을 세이디스피외르뒤르로 넘어갈 때 본 풍경은 글로 옮기기 어렵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2013년작) 촬영지라고도 한다.

운 좋게도 도로가 열려 있어 방문할 수 있었던 데티포스에서도 무지개를 봤다.
아이슬란드에선 `인공`을 느끼기 어렵다. 자연 그대로 놔두려는 아이슬란드인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대로 두었지만 `관리가 되지 않는다`거나 `방치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미묘하다. 자칫 위험할 수 있는 폭포는 물론 도로에도 사고방지용 난간은 드물다. 어쩌면 `사람` 자체가 적어서일 수도 있겠다. 아이슬란드 면적은 한국과 엇비슷하지만 인구는 약 34만명으로 세종시(약 32만명) 수준이다. 그마저도 수도 레이캬비크 부근에 몰려 있다. 2대 도시인 아퀴레이리 인구도 2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동부 중심 마을(에이일스스타디르) 인구는 3000명 수준. `외국어` 실력 탓에 국외 여행에 부담을 갖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에선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자. 누군가와 말 섞을 일이 드물다. 모든 걸 내려놓고 자연을 만끽하라.

아이슬란드/글·사진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SC] 아이슬란드 여행 수첩

자동차와 보험 사륜구동에 트렁크가 넓은 차를 추천한다. 말끔한 도로는 링로드가 유일하다시피 하다. 진흙 및 자갈길은 시시때때로 만나며 2륜 구동차는 진입 자체가 금지된 도로(F 로드)도 적잖다. 이번 여행에서 사륜구동을 빌렸지만 F26 도로에서 눈밭에 빠져 견인 서비스를 받았다. 3시간 남짓 불안에 떨며 견인차(실제론 트랙터)를 기다렸다. 차량 파손이 쉬운 도로환경인 터라 보험은 풀 커버 상품 가입을 추천한다.

운전 제한속도는 반드시 지키자. 속도위반 벌금이 매우 세다. 인적 드문 도로에서 과속하기에 십상인데 이때 적발되면 60~70만원 정도 나온다. 크루즈컨트롤 기능을 활용하자. 제한속도는 마을 도로(시속 30㎞), 마을 진입로(시속 50㎞), 일반도로(시속 90㎞) 등 도로마다 다르다.

먹거리 9박 10일 동안 식당은 딱 한 번 들렀다. 간이 화장실도 드문 환경에서 식당은 언감생심이다. 아침은 숙소에서 해먹고, 점심과 저녁은 빵과 컵라면, 미리 만들어온 주먹밥을 길이나 차 안에서 먹었다. 온수병은 필수. 캔 음식이나 김, 인스턴트 카레와 김치도 준비하자.

통신 마을이 아니면 인터넷은 안 된다고 보면 된다. 반드시 구글맵은 미리 내려받아야 한다. 전화는 대부분 지역에서 터진다.

날씨 및 도로 상태 날씨 변덕이 심한 탓에 도로 폐쇄나 개방이 빈번한 편이다. 도로 정보를 자세히 알려주는 앱(Vegogerdin)을 스마트폰에 내려받자. 인터넷이 되는 지역에 들어가면 이 앱부터 켜고 다음 여행지 도로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기타 사설 온천과 공공수영장을 제외하면 입장료 받는 곳은 못 봤다. 오로라는 겨울에 가야 볼 수 있다. 4월 중순은 밤 10시에도 환했다. 숙박비는 시기에 따라 크게 다르다. 4인 가족 1박 기준 15~25만원 수준이었다. 성수기인 여름(6~8월)엔 숙박비가 2배 가까이 뛴다.

김경락 기자

노르웨이 유럽 북부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를 북유럽 5개국이라 부른다. 그중 스칸디나비아반도 서북부에 길게 뻗은 나라가 노르웨이다. 국토 면적은 대한민국의 약 3.8배(38만5178㎢)지만, 인구는 약 540만명으로 경상도 인구보다 적다. 2018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약 8 달러. 1960년대 원유와 천연가스 발견 이후 국가 경제가 커졌다. 노르웨이는 여행자들에겐 ‘피오르의 나라‘다. 빙하 침식으로 생긴 골짜기에 바닷물이 들어찬 지형인 피오르가 약 1200개 있다.

아이슬란드/글·사진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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