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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08 19:57 수정 : 2019.05.08 22:01

한국 최초로 디아지오 주관 월드클래스 바텐더 대회에서 2013~2014년 2년 연속 우승하는 등 화려한 경력과 탄탄한 실력을 뽐내는 박성민 바텐더가 차를 활용한 칵테일과 싱글몰트 위스키 등을 선보이는 바(Bar) 티앤드프루프(Tea and Proof)를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열었다. 사진 이정연 기자

커버스토리/

차 문화 확산하며 즐기는 방식도 다양화
차·칵테일 신선한 조합 지향하는 티앤드프루프
티 코스와 제품에 이야기 담은 알디프
구독서비스와 소분·나눔은 여러 차 경험 방법

한국 최초로 디아지오 주관 월드클래스 바텐더 대회에서 2013~2014년 2년 연속 우승하는 등 화려한 경력과 탄탄한 실력을 뽐내는 박성민 바텐더가 차를 활용한 칵테일과 싱글몰트 위스키 등을 선보이는 바(Bar) 티앤드프루프(Tea and Proof)를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열었다. 사진 이정연 기자
차를 즐기는, 즐기고 싶어 하는 젊은 층들이 늘고 있다. 이들이 좇는 차 문화는 한자리에서 변하지 않고 머무는 문화가 아니다. 쉴 새 없이 변주하는 차 문화다. 그 변화의 중심에 선 공간과 사람들을 ESC가 만났다.

최고의 바텐더와 차가 만났을 때 지난 2일 저녁 7시30분.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주택가로 들어섰다. 조용한 이 골목에 진짜가 나타났다. 출중한 실력과 화려한 경력으로 이름난 박성민 바텐더가 그의 첫 단독 바(Bar) 티앤드프루프(Tea and Proof)를 연다. 알코올이 전혀 없는 차와 영국·미국에서 위스키의 알코올 도수를 뜻하는 프루프를 더한 이름에 호기심이 커진다. 그는 이곳을 “재미있는 티 칵테일과 위스키를 함께 선보이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재미있는 티 칵테일’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박성민 대표가 티앤드프루프의 시그니처 칵테일 한 잔을 내밀었다. “반응이 좋은 칵테일 중의 하나인 ‘차이 올드패션드’이다.” 차이는 홍차에 다양한 향신료를 섞은 인도식 차다. 그는 먼저 리밍(잔 테두리에 설탕이나 소금 등을 묻히는 것)을 하고, 버번위스키 ‘메이커스 마크’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 올드패션드를 담았다. 리밍을 했다는 것 외에 특별할 게 없어 보여 의구심을 가득 안은 채 잔에 입을 갖다 댔다. “와!” 바로 탄성을 내뱉었다. 달콤한 설탕에 갖가지 진한 향이 배어 나오며, 버번위스키의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한 맛이 입안에 퍼지자 색다른 조화를 느낄 수 있다. 마신 뒤에는 입술이 맵싸해지는 기분이다. “그 느낌은 향신료 올스파이스 때문일 거다. 인도 출신의 영국인 친구에게 배워 차이 슈거를 만들었다. 보태니컬(향을 더하는 식물·허브)을 직접 넣으면 텁텁함이 느껴질까 봐 계피, 정향(클로브), 아니스, 올스파이스 등의 향신료 에센셜 오일을 더해 만들었다.” 박성민 대표가 말하는 “재미”를 단번에 확인할 수 있는 맛이다.

직접 만든 차이 슈거를 이용해 ‘차이 올드패션드’를 만들고 있는 박성민 티앤드프루프 대표. 사진 이정연 기자
그는 다음으로 프랑스의 유명 차 브랜드인 마리아주 프레르의 제비꽃차를 활용한 티 칵테일을 내놓았다. 제비꽃차를 보드카에 냉침(차게 해서 우리기)해 만든 ‘제비꽃차술’에 수박 주스 등을 더해 만든 칵테일이다. 박하 잎과 말린 꽃으로 마무리한 이 칵테일은 마치 작은 꽃다발 같다. 한 모금 마시고는 입 전체에 맛있게 퍼지는 향에 웃음이 났다. 박 대표는 “기성 제비꽃술로 만들면 이런 맛과 향이 나오지 않을 거다. 이곳에서는 거의 모든 걸 직접 만들다 보니 향의 진함도 칵테일에 적절하도록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티앤드프루프 대표가 만든 차이 슈거와 버번 위스키로 만든 칵테일 '차이 올드패션드'. 사진 이정연 기자
‘차’도 ‘위스키’도 ‘전통’(클래식)이 있는 음료들이다. 그런데 박성민 대표가 만드는 이 둘의 조합은 무겁기보다 경쾌하다. 티 칵테일뿐만 아니라 공간 전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다. 박성민 대표는 정장을 벗고, 흰색 반소매 티셔츠와 청바지에 목수들이 입을 법한 갈색 앞치마를 두르고 있다. 비틀스 멤버들이 찻잔을 든 사진이 걸린 공간에, 흥얼거리기 좋은 팝과 힙합이 계속 흘러나온다. “공간에서 클래식함과 동시에 쾌적함과 경쾌함을 느끼길 바랐다. 그래서 카페처럼 1층에 자리 잡았다. 이곳을 많은 사람이 쉽게 다가설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 칵테일 저변을 보다 넓히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오는 5월15일 정식 개점을 앞두고, 티 칵테일 개발이 한창이다. 티 칵테일들은 세계 각지에서 온 다양한 차들과 지리산의 산초와 초피 등 국내의 식재료들, 박 대표가 날마다 시장에서 직접 골라온 제철 과일 등이 더해져 만들어질 예정이다. 그에게 앞으로 쌓아갈 티앤드프루프의 정체성에 관해 물었다. “비슷한 뉘앙스, 느낌을 주는 술과 차를 조합해 좋은 여운을 주는 데 주력하려고 한다. 더불어 ‘좋은 재료’를 쓰는 공간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박 대표는 칵테일뿐만 아니라 곁들일 음식도 기대할 만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20석 규모의 티앤프루프는 인스타그램 계정(@tea_and_proof)을 통해 예약을 받는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454)

알디프, 차에 라이프스타일을 담다 눈에 띄는 차 제품이 있다. 세모 모양에 어딘가 몽환적인 느낌의 이미지가 인쇄된 포장지. 여기에 ‘스페이스 오디티’, ‘서울의 달’과 같은 노래 제목이 브랜드 이름과 함께 새겨져 있다. ‘티 앤드 라이프스타일’(Tea & Lifestyle) 브랜드를 지향하는 ‘알디프’(ALTDIF)의 트라이앵글 티백 제품 이야기다. 2016년 처음 쓰인 알디프의 이야기는 지난해 9월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 알티프 티 바(Tea Bar)를 새롭게 열면서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알디프 티 바(Tea Bar)에서 티 코스를 즐기고 있는 참가자들이 티 마스터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이정연 기자
“차를 ‘제품’으로 전달하기보다는, 차가 있는 라이프스타일과 새로운 문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지난 1일 만난 이은빈 알디프 대표는 자신을 ‘차 덕후’였다고 일컫는다. “중국에서 유학하면서 차를 즐겼다. 한국 와서 보니 차 수요는 있는데, 직장이나 학교 다니면서 전통 스타일로 차를 마시기는 어렵다 여겼다. 직장 다니면서 제품 기획을 비롯한 브랜드 마케팅을 했는데, 그게 여전히 재미있어 차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 대표는 역시 차 덕후이면서 웹 디자이너인 이지혜씨와 의기투합해 트라이앵글 티백을 시작으로 알디프의 정체성을 쌓아갔다. 홍차나 백차, 청차, 녹차 기반의 블렌딩 티와 허브차 그리고 다양한 차 활용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스토리텔링’은 알디프가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브랜드 소통 방식이다. 그 정점은 알디프 티 바의 ‘티 코스’에서 엿볼 수 있다. “2017년 즈음 처음 선보인 티 코스는 ‘벚꽃 숲으로 가자’, ‘겨울 산행’ 등 가상의 공간을 정하고, 거기에 이야기와 차를 곁들이는 방식이었다. 발전을 거듭해오다 올해는 계절별로 다양한 분야·장르와 차 문화를 더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이은빈 대표의 소개를 들으며 현재 진행하고 있는 티 코스를 살펴봤다. 이 코스의 이름은 ‘봄, 말, 몸: 말로 하는 요가’다. 알디프가 요가 크리에이터 혜씨와 함께 꾸민 코스다. ‘차를 마시면서 듣고 말하고 느끼는 색다른 요가’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혜씨는 자신의 몸과 내면을 알아차리는 방식으로서의 요가를 강조하고 있다. 이 코스에서 티 마스터는 요가 용어와 그 뜻을 전달하며 말로 하는 요가를 하고, 코스 중에 간단한 요가 스트레칭도 소개한다. 이와 동시에 이야기와 연결지을 수 있는 잎차, 밀크티, 티에이드, 티 칵테일 등 다양한 차와 차를 활용한 음료 등을 낸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더불어 5월 중 알디프 티 바 위층의 라운지에서 혜씨와 함께 하는 요가 원데이 클래스가 열린다.

차와 라이프스타일의 결합을 내건 국내 차 브랜드 ‘알디프’의 제품들. 사진 이정연 기자
알디프는 ‘2030 세대에게 다양한 취향과 차 문화를 전달하고 싶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 2030 세대와 접점을 늘리기 위한 알디프의 다양한 시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은빈 대표는 “오늘(1일)부터 배달 서비스로 알디프의 음료를 선보인다. 또 비건(채식)과 칵테일에 관심 높은 소비자들이 있어, 저녁 시간대에 이와 관련한 새로운 코스를 선보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알디프의 티 바는 7석으로, 보통 2만원 안팎의 티 코스는 예약해야만 이용할 수 있다. 예약은 네이버 예약에서 할 수 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와우산로 35길 19)

다양한 차 맛보고 싶다면 구독과 나눔 “차를 다양하게 마셔보고 싶지만, 마시는 양은 대체로 정해져 있으니 새로운 차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 차의 세계에 입문한 지 6개월 차인 신지현씨. 그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눈여겨볼 만한 서비스와 문화가 있다.

월간 차 구독서비스 ‘차차’는 지난 1월 시작된 서비스다. 이현재 차차 대표는 “차 입문자를 위한 서비스로, 다양한 차를 조금씩 맛볼 수 있게 꾸렸다. 무슨 차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꽤 비싼 편인데 다 마시지도 못할 양을 사서 곤란했던 경험들에 착안해 만든 서비스”라고 말했다. 차차 이전에도 차 구독서비스는 존재했다. 영국 홍차 브랜드 포트넘앤메이슨은 ‘티 포스트’라는 이름으로 매달 계절에 맞는 차를 배송해준다. 차차의 서비스가 조금 더 특별하게 여겨지는 부분은 차의 구성과 브랜드 콘텐츠에 있다. 차차는 매달 주제를 정하고, 이 브랜드와 함께 하는 전문 큐레이터가 엄선해 고른 순수 잎차들을 담아 소비자에게 보낸다. 차차가 고른 차가 담긴 상자를 ‘차차함’이라 일컫는데, 이제까지 ‘설국’(백차 4종), ‘시간의 숲’(보이생차 4종), ‘화양연화’(홍차 3종) 등 3가지 차차함을 선보였다. 그 안에는 차뿐만 아니라 주제와 관련한 이야기, 콘텐츠를 소개한 소책자(리플릿)도 담겨 있다. 홈페이지에서는 차차함 주제와 같은 이름의 짧은 영상도 볼 수 있다.

차 구독서비스 ‘차차’가 구독자에게 보내는 차차함. 사진 차차 누리집 갈무리
에스엔에스 등 온라인 공간에서는 ‘소분’과 ‘차 나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개인이 다 마시지 못할 양의 차를 구매하면, 이를 나눠서 서로 교류하는 문화다. 차 덕후들은 차를 나눠 담는 것을 ‘소분 공장을 돌린다’고 표현한다. 차 소분과 나눔에 적극적인 조화영씨는 “소분과 교환으로 직접 다량을 사지 않고도 마셔본 적 없는 새로운 차를 얻을 수 있다. 실용적이고 경제적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더 좋은 건 차 교환을 하면서 차를 좋아하는 분들과 교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차나무의 어린잎을 달이거나 우린 물. 차나무의 학명은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lia sinensis)로, 동백나무 속의 상록 활엽관목이다. 국내에서는 식물의 잎이나 뿌리, 과실 따위를 달이거나 우려 만든 마실 것을 ‘차’로 통틀어 이르기도 한다. 그러나 국외에서 차(茶·Tea)는 찻잎이 들어간 것을 일컫는다. 최근 녹차·홍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향이나 향신료가 들어간 가향·가미차를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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