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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01 19:56 수정 : 2019.05.08 17:04

와인과 곁들인 ‘하이윤’의 떡볶이. 사진 손기은 객원기자

커버스토리/분식

‘어른을 위한 분식점’ 외식업 대세
인스타그램용 인테리어가 특징
아기자기한 카페풍도 많아
술 파는 분식점, 직장인들 환영

와인과 곁들인 ‘하이윤’의 떡볶이. 사진 손기은 객원기자
어린 시절 ‘떡볶이 좀 먹었다’고 자신하는 이들에게 ‘분식집’을 묘사해 보라고 하면 빠지지 않고 거론하는 것들이 있다. 작은 테이블, 가벼운 멜라민 그릇, 계란을 푼 라면, 김이 나는 새빨간 떡볶이, 그리고 싼 가격에 배부르게 먹고 난 뒤 오는 만족감. 최근 ‘감성 분식’, ‘분식 뉴웨이브’라고 불리는 분식점들은 이런 요소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20대를 불러 모으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인테리어다. 형광등 불빛 아래 별 다른 꾸밈이 없었던 과거 분식집에 견줘 세련됐다. 누구나 ‘인증샷’을 남기고 싶어진다. 카페나 술집 등 다른 업종의 형태를 접목한 분식점도 늘었다.

우리는 독특한 인테리어로 승부해요!

지난해 3월 문을 연 후 ‘인스타그램족’들의 성지가 된 ‘도산분식’(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9길 10-6)은 미국의 캐주얼한 작은 식당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초록색 멜라민 접시, 무궁화를 형상화한 벽지, ‘델몬트 유리병’에 든 보리차 등 한국적인 요소도 구석구석에서 발견할 수 있다. 복고풍에 새로움을 살짝 더했다. “외국 스트리트 브랜드가 실크스크린 방법을 사용해 제품에 로고를 새기는 것처럼, 우리도 복고풍 멜라민 식기에 감각적인 디자인 로고를 더해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도산분식을 운영하는, 업력 9년의 식음료업체 시엔피(CNP)컴퍼니 노승훈 대표의 설명이다. 도산공원 인근에 있어 상호가 ‘도산분식’이 된 이 가게 메뉴엔 일본식 샌드위치도 있다. 미국, 한국, 일본 등 3국의 특징이 섞인 신개념 분식점이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 본점(서울 종로구 수표로28길 23)이, 시내 7곳에 지점이 있는 ‘창화당’은 한국식 복고풍이 짙은 분식점이다. 촌스러운 꽃무늬 양은 쟁반을 테이블로 개조했다. 실내는 할머니 댁 한옥 주방에 들어온 것처럼 아늑하고 정겹다. 고풍스러운 테이블 위에 인기 메뉴인 ‘채반에 올린 만두’가 올라가면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로 돌아간 기분마저 든다. 그 시대를 살아본 적 없는 20대들은 그저 신기하고 재밌다. 쫄면, 떡볶이, 볶음밥 등 메뉴는 일반 분식점에 견줘 특별할 게 없지만, 주말이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가게 앞에 줄을 선다.

도산분식의 분식들. 사진 손기은 객원기자

카페인지 분식점인지 구별 안 되죠?

카페풍 분식점도 많아졌다. 서울 을지로 세운대림상가 3층 테라스 상권에 자리 잡은 ‘이멜다 분식’(서울 중구 청계천로 160)은 샹들리에 조명을 걸어 겉에서 봐선 양식당이나 아늑한 카페처럼 보인다. 하지만 떡볶이, 돈가스, 오므라이스 등 메뉴가 영락없는 분식집이다. 이혜진 대표는 “사람들이 잘 아는 맛은 만들기가 어렵다. 학교 앞 분식집에서 가볍게 먹었던, 그 아는 맛에 조금 더 정성을 가미했다. ‘가정식 분식’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말한다. 질 좋은 고기, 루콜라 같은 특수채소, 버터 등을 듬뿍 넣어 직접 만든 소스로 맛의 차별화를 꾀했다. 양도 넉넉해 만족하는 손님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음식이 너무 고급 레스토랑에서 만든 것처럼 보여도 분식으로써 매력이 떨어지지만, 특별한 날에 먹어도 만족감을 줄 수 있는 한 그릇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 대표의 결의가 단단하다.

이멜다 분식.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썬데이스낵’(서울 강북구 도봉로10길 54 남상빌딩 1층), 마포구 서교동의 즉석 떡볶이집 ‘무슈’(서울 마포구 동교로17길 28 온세빌딩), 용산구에 있는 한남동의 ‘바바라스 키친’(서울 용산구 대사관로5길 17)도 아기자기한 카페처럼 꾸민 요즘 분식집이다. 그저 슬리퍼 차림으로 찾아도 부담 없고, 기념일에 가도 만족할 만한 근사한 공간들이다.

첩첩분식. 사진 손기은 객원기자
분식이 ‘술집’을 만났을 때

요즘 분식집의 새로운 경향 중 하나는 술집을 겸한다는 점이다. 분식집이지만 다양한 술을 팔고, 술집 특유의 분위기를 갖췄다. 두 달 전, 문을 연 ‘첩첩분식’(서울 용산구 이태원로17길 23-13 1층)은 손님이 파티 룸이나 클럽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도록 내부를 꾸몄다. 어둑한 조명과 화려한 네온사인이 식탁을 비추는 이 공간에선 술을 곁들인 분식을 먹어야 진짜 매력을 발견한다. “요즘 사람들은 식사 따로, 음주 따로 즐기는 것보다 이 둘을 한꺼번에 근사한 공간에서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누구나 좋아하는 분식은 좋은 술안주죠.” 한승우 대표가 설명한다. 지난달 26일 저녁 첩첩분식을 찾은 30대 회사원 장수연씨는 “익숙한 메뉴인데도 다양한 술과 먹으니까 새롭게 느껴진다”며 “순대튀김처럼 평범한 분식을 안주로 살짝 바꾼 것이 재밌다. ‘어른들의 분식집’ 같다”고 말했다.

‘하이윤’(서울 송파구 송파대로40길 1-26)은 와인 바와 같은 분위기다. ‘곱창 떡볶이’가 대표 메뉴다. 조하윤 대표는 “곱창의 쫄깃함과 떡의 식감은 미묘하게 다른데, 그 두 가지를 한꺼번에 즐기는 재미를 선사하고 싶었다”며 “와인, 맥주, 증류식 소주 모두와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이곳에선 ‘쉬림프 로제 파스타’, ‘참치 마요 주먹밥’ 등도 술과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다.

하이윤. 사진 손기은 객원기자
그밖에 추억 가득한 고향 맛으로 경쟁하는 분식점도 있다. ‘남도분식’(서울 종로구 수표로28길 33)은 전라도의 대표적인 분식 메뉴인 상추튀김과 ‘김밥 쌈’을 판다.

소비에서도 재미를 추구하는 ‘펀슈머’(Fun+Consumer)의 등장은 2019년 트렌드 중 하나다. 제품이나 경험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재미와 놀이를 발견하고, 이를 에스엔에스(SNS)에 빠르게 공유하는 펀슈머들에게 ‘뉴트로(새로움+복고) 분식점’이야 말로 즐거운 놀이터다. 누구나 최소 한 번쯤은 맛본 적이 있는 분식은 가장 친근한 먹거리다. 그래서 지금 더 유연하게, 더 대담무쌍하게 변화하는 중이다.

손기은 객원기자 kieun.son@gmail.com

분식 분식(粉食)은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두루 일컫는 말이다. 싼 가격에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외식 메뉴를 통칭하던 분식이 최근 복고풍 트렌드에 편승해 변신하고 있다. 1970~80년대 흔히 볼 수 있었던 주방 소품 등을 인테리어로 활용하는 등 독특한 분위기의 분식점이 20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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