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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01 19:54 수정 : 2019.05.01 20:02

서울 중구 산림동에 있는 ‘이멜다 분식’의 인기 메뉴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커버스토리/분식

최근 ‘뉴트로’ 분식점 인기
에스엔에스용 세련된 인테리어가 특징
추억의 소품도 인기 요인
특이한 메뉴도 많아
이른바 ‘감성 분식’으로 불려

서울 중구 산림동에 있는 ‘이멜다 분식’의 인기 메뉴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가루 분(粉), 먹을 식(食). 분식은 1960~70년대 흉년 등으로 부족했던 쌀 생산을 메워보겠다는 취지로 시행된 ‘혼분식 장려운동’과 함께 탄생했지만, 쌀 생산이 늘어난 요즘에도 분식의 생명력과 인기는 여전하다. 본래의 뜻대로 밀가루로 만든 떡볶이, 쫄면, 라면, 우동 같은 메뉴는 물론이고, 간편하지만 푸짐한 김밥, 돈가스, 순대, 덮밥, 어묵까지 분식의 범주에 들어온 지 오래다. 학교 앞 분식점뿐만 아니라 오피스 상권에 있는 분식점에도 많은 이들이 단출한 그 맛을 즐기기 위해 찾는다.

최근 완전히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은 분식이 외식 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만인의 친구 같던 분식이 ‘나만의 뜨거운 애인’처럼 떠오른 최근의 경향엔 ‘뉴트로’ 열풍이 한몫했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풍을 ‘힙’하고 세련된 문화로 받아들이는 요즘 현상을 말한다. 낡고 예스러운 공간을 ‘키치’(저속하지만 미적 가치가 있는 취향이나 분위기) 스타일 팝 문화로 해석하거나, 부모 세대의 유행을 새로운 재미로 받아들이는 식이다.

지난해 3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문을 연 ‘도산분식’은 20~30대가 꼽는 대표적인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시각적인 것’이란 뜻의 신조어) 공간으로 주목받았다. 세련된 흰색 타일 테이블 위에 1970~80년대 분식점이나 포장마차에서나 있을 법한 초록색 접시를 올려 순식간에 ‘분식 뉴웨이브’라는 별명을 얻었다. 골목 전체가 뉴트로 열풍으로 활기를 찾은 서울 종로구 익선동엔 분식집 ‘창화당’이 있다. 어린 시절 시골 할머니네 놀러 가거나 허름한 식당에나 가야 볼 수 있었던 화려한 꽃무늬 양은 쟁반을 아예 테이블로 개조했다. 촌스러운 디자인이 오히려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바바라스 키친’의 주인은 찰흙놀이판을 메뉴판으로 사용한다. 지금 30대에겐 어린 시절 문방구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소품이다. 이런 힙한 분식점에서 사용하는 그릇도 덩달아 인기다. ‘꽃무늬 양은 쟁반’, ‘포장마차 쑥색 멜라민 그릇’, ‘추억의 델몬트 유리병’ 등의 판매량이 온라인쇼핑몰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가정에서도 뉴트로 분식이 인기인 것이다. 최근 두 달, 인터파크 자료를 보면 ‘옛날 분식집 쑥색 멜라민 그릇’과 ‘꽃무늬 양은 쟁반’의 판매율은 각각 167%, 84% 올랐다. 인터파크 황철 대리는 “‘추억의 델몬트 유리병’도 최근 수요가 급증한 품목”이라며 “주로 20~30대가 구매한다”고 말했다.

분식 메뉴에 가장 중요한 식재료인 밀가루를 파는 식품회사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올해 초 대한제분은 브랜드 ‘곰표 밀가루’를 새긴 쿠션과 선크림, 노트 등을 출시했다.

분식집 새바람에 뉴트로 열풍만 견인차 노릇을 한 것은 아니다. 격식을 갖춰야 하는 거창한 레스토랑보다 캐주얼한 공간에서 편하게 즐기는 외식이 인기를 끌면서 분식집도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카페처럼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이멜다 분식’, ‘무슈’, ‘썬데이스낵’은 경양식을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분식집이다. 이미 10여년 전 카페풍 분식점의 인기는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프리미엄 분식을 표방한 ‘스쿨푸드’는 개업하자마자 돌풍을 일으켰다.

‘첩첩분식’, ‘하이윤’ 등은 분식집과 술집을 결합한 스타일이다. 일식을 분식에 접목하거나 인기 있는 양식 레스토랑의 메뉴를 간편하게 변형한 가게도 있다. 우리 시대 분식점엔 빛나는 아이디어가 메뉴다.

미식이라 불리기에 손색없는 요즘 분식을 사람들은 ‘감성 분식’이라고 부른다. ESC가 서울의 ‘감성 충만한’ 분식집 여러 곳을 여행했다. 먹고 마시고 즐기며 그 감성에 흠뻑 취해봤다.

손기은 객원기자 kieun.son@gmail.com

분식 분식(粉食)은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두루 일컫는 말이다. 싼 가격에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외식 메뉴를 통칭하던 분식이 최근 복고풍 트렌드에 편승해 변신하고 있다. 1970~80년대 흔히 볼 수 있었던 주방 소품 등을 인테리어로 활용하는 등 독특한 분위기의 분식점이 20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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