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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10 20:22 수정 : 2019.04.11 09:50

지난 3일 이정연 기자가 서울 강남구 역삼 네이버 파트너스퀘어 스튜디오에서 ESC 기사를 녹음하고 있다. 사진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커버스토리/목소리

새로운 형태의 오디오 콘텐츠 확산
‘오디오 크리에이터’도 늘어
이정연 기자, 기사 두 개 제작에 나서
듣는 기사, 목소리에 담긴 느낌 색달라
김아림 크리에이터 “다른 느낌으로 여러 개 녹음 필수”

지난 3일 이정연 기자가 서울 강남구 역삼 네이버 파트너스퀘어 스튜디오에서 ESC 기사를 녹음하고 있다. 사진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오디오 콘텐츠 시장은 언제나 존재했지만, 또 존재하지 않았다. 전통적인 의미의 소리 콘텐츠는 있었지만, 새로운 형태의 오디오 콘텐츠는 이제 막 생겨나고 있다. 콘텐츠 생산자 입장에서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확산은 반가운 일이다. 동영상 제작과 유통보다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감히 ESC가 새로운 유형의 오디오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 이정연 기자가 ‘오디오 아티클(기사)’ 제작에 참여했다.

‘오디오 크리에이터?’ 단번에 도전하고 싶어졌다.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마음먹은 지 어언 1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게으름 때문이기도 하고, 부담감 때문이기도 했다. 매번 자신을 영상에 노출해야 하는 점이 가장 부담스러웠다. 오디오 크리에이터라면 그런 부담이 좀 덜하지 않을까?

먼저 네이버의 문을 두드렸다. ‘오디오 크리에이터’는 네이버의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오디오클립’에서 제작하는 콘텐츠에 목소리로 참여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동영상 크리에이터처럼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2017년 1기 오디오 크리에이터를 선발한 뒤 현재 3기까지 뽑았다. 오디오클립의 임소진 매니저는 “오디오클립은 선별한 고급 지식 오디오 콘텐츠를 다양한 목소리로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네이버는 뽑은 오디오 크리에이터에게 활동비를 지급한다. ESC는 임시 오디오 크리에이터로 활동해보기로 했다. 목표는 기사 2개를 오디오 콘텐츠로 제작하는 것이다.

지난 3일 오후 6시30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네이버 파트너스퀘어로 갔다. 각종 녹음 장비가 갖춰진 제대로 된 스튜디오가 있다. 분위기는 차분하고 아늑했지만, 막상 전문 장비들과 마이크를 보니 긴장감이 느껴졌다. 연습을 위해 전날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읽어 녹음했다. 재생해 들어본 목소리는 분명히 내 목소리인데 왜 이렇게 낯설단 말인가. 게다가 발음도 여기저기 뭉개져 답답하게 느껴졌다. 입을 크게 열고 또박또박 몇 차례 다시 읽고서야 답답한 목소리가 정돈됐다.

김아림씨는 2017년 1기 오디오 크리에이터로 선발된 뒤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 제작에 참여했다. 사진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스튜디오에 들어가 헤드셋을 쓰고, 라디오 디제이(DJ)나 가수들이 쓰는 마이크를 얼굴 앞에 두니, 전문가가 된 느낌이다. ‘느낌’만 그렇다. 누가 뭐라고 지적을 하는 것도 아닌데 괜히 손을 꽉 움켜쥐게 된다. 독자, 청취자가 내 목소리를 듣게 된다는 생각에 긴장되고 기대됐다. 1기 오디오 크리에이터로 선발돼 오디오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김아림(41)씨를 직접 만나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더욱 위축된다. 김씨의 목소리는 좋다. 정말 좋다.

“결혼 전 연극을 했다. 아이 둘을 어느 정도 키우고서 다시 연기도 하고 성우 공부도 하면서 여러 시도를 하다 오디오 크리에이터를 모집한다는 걸 보고 지원했다.” 김아림씨는 그렇게 단절됐던 경력을 이어가고 있다. “홈 리코딩이 가능해서 집 안이 가장 조용해지는 새벽 1~2시에 녹음하곤 한다”는 그다. 연극배우였다면 영상에도 매력을 느낄 법한데 오디오 콘텐츠의 어떤 점이 이끌렸기에 김씨는 오디오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걸까? 그는 “소리를 들으면 상상할 수 있는 점이 좋다. 자극적이고 피곤한 콘텐츠로부터 벗어나서 생각하고 쉬면서 들을 수 있는 콘텐츠들이 여럿이다. 낭독할 때도 그런 부분을 생각한다. 녹음을 할 때 듣는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놔야겠다고 생각하곤 한다”고 답했다.

차분하고 여백이 느껴지면서도 분명하게 들리는 김아림씨의 목소리를 들으면 들을수록 위축됐다. 도전을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마음을 다잡고 녹음을 시작했다.

오디오클립 제작 스튜디오에서 이하늘 엔지니어가 녹음 중에 장비를 다루고 있다. 사진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녹음할 기사는 1월3일치 ‘사랑니 빼고 피를 흘리면서도 마라탕을 먹었죠’와 3월21일치 ‘아이야, 이번 봄엔 나무 놀이터 갈까?’다. 먼저 마라탕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이 기사는 ‘마라탕에 미친 사람들’의 인터뷰 기사다. 첫 문단을 읽어 내려가다 마지막 문장에 웃음이 터져 나오려 했다. “대화의 결론, 이 사람들 정말 마라탕에 미쳤다.” 정말 마라탕에 미친 사람들 이야기다. 이 기사를 쓸 때는 재미있어서 신나게 써 내려갔는데, 막상 읽어 내려가려니 이 재미 요소들이 방해된다. 웃음을 꾹 참았다. 그러다 다시 닥친 위기. “진소연씨는 ‘위염에 걸려도 마라탕은 먹었다. 먹든 안 먹든 이미 위는 아프니까’라고 답했다.” “푸흡!” 결국 웃음이 터졌다. 녹음을 담당하는 이하늘 엔지니어는 “바로 전 문장부터 다시 읽으면 된다. 잘하고 있다”고 응원했지만, 엔지(NG)는 엔지다. 그 뒤로도 여러 번의 위기를 넘기며 30분간 기사 2개의 녹음을 마쳤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공식채널에 올라온 ESC의 오디오 아티클. 사진 네이버 오디오클립 갈무리
녹음 연습을 더 하고 올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김아림 오디오 크리에이터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 “대본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감정이 잘 우러나오는 대본이 있고, 안 오는 대본이 있다. 그래서 여러 느낌으로 녹음을 일단 해둔다. 그러고 나서 글과 목소리가 잘 어울리는 것을 고른다.” 목소리에 다른 느낌을 입힌다? 초보자에게는 어려운 과제다. 일단 욕심을 부리지 말고, 분명한 발음의 목소리가 녹음되길 바랐다.

5일 오디오 아티클이 도착했다. 바로 재생을 눌렀다. “이들에겐 마라탕 없는 삶이란 없다. 아니, 삶이 마라탕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옆자리의 박미향 ESC 팀장은 “이 기사 읽지 않고 들으니까 더 웃기다”고 해줬지만,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가 정말 이상하게 들렸다. 노력했지만, 부족한 점은 너무 많았다. ‘오디오 아티클’ 첫선을 보인 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국외 미디어들은 오디오 아티클을 정식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은영 오디오클립 리더는 “국외에서는 오디오 기사 앱인 ‘큐리오’(Curio) 등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가디언>, <파이낸셜 타임스> 등의 기사를 큐리오를 통해 독자들은 듣는다. ESC의 첫 오디오 아티클(바로가기)은 스마트폰으로 아래의 큐아르(QR) 코드를 인식하면 바로 들어볼 수 있다.

목소리 목구멍에서 나는 소리. 목소리는 폐에서 나온 공기가 성대를 통과하고 진동하면서 만들어진다. 1900년대 초 라디오가 발명되면서 목소리 등이 담긴 오디오 콘텐츠는 퍼지기 시작했다. 티브이(TV) 대중화로 라디오 등의 매체는 외면 받았지만, 최근에는 개인 인터넷 라디오 방송, 오디오 북, 팟캐스트 등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는 오디오 콘텐츠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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