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더빙 플랫폼 헬렌으로 지식 영상 콘텐츠에 더빙을 하고 있는 이정연 기자. 박미향 기자
커버스토리/목소리
오픈 더빙 플랫폼 헬렌으로 지식 영상 콘텐츠에 더빙을 하고 있는 이정연 기자. 박미향 기자
어렸을 적 티브이 화면에서 <주말의 명화>나 <토요명화>에서 외국영화를 보는데, 그 외국 배우들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게 신기했다. ‘더빙’을 모르던 때의 순진한 생각이었다. 최근에는 한국어 더빙이 있는 외국영화를 티브이(TV)에서 보기 어렵다. 그만큼 시각 장애인이나 자막을 읽기 어려운 난독증 환자의 콘텐츠 접근권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환경에서 올해 3월부터 본격 서비스에 들어간 ‘헬렌’의 등장은 반갑다. 헬렌은 콘텐츠 기반 솔루션 업체인 유니크굿컴퍼니에서 선보인 ‘오픈 더빙 플랫폼’이다. 헬렌은 다발성 장애인이면서 사회운동가였던 헬렌 켈러에서 따온 이름이다. 헬렌을 통해 지식 영상 콘텐츠에 한국어 더빙을 입힐 수 있다. 콘텐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활동이다. 윤석미 유니크굿컴퍼니 홍보 담당자는 “처음에는 ‘시각 장애인이 보다 다양한 지식 콘텐츠에 접근하는 걸 돕는다’는 측면에서 출발했는데, 개발 중에 건강한 시력을 가진 사람들도 난독증 등으로 자막을 읽기 어려운 경우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 스마트티브이 등에 탑재된 음성 명령 기능이 원래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기능이었지만 이제 모두가 알고 사용하듯이 헬렌도 그런 서비스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헬렌의 가장 큰 특징은 ‘오픈’이라는 점이다. 누구나 더빙에 참여할 수 있다. 지난 5일 직접 더빙을 해봤다. 마이크가 있는 이어폰과 컴퓨터 또는 스마트폰(안드로이드 기종. 아이폰용 앱은 상반기 중 출시)만 있으면 된다. 소음이 거의 없는 빈 회의실로 가 ‘아마조네스 부족은 정말 존재했을까요?’라는 5분짜리 영상에 목소리를 덧입혀 보았다. 녹음 과정은 아주 간단하다. 더빙 프로그램을 열고, 정해진 시간 내에 정해진 대사를 읽으면 된다. 다만, 영어 자막 기반으로 시간이 정해져 있어 한글 대사를 제시간에 다 읽지 못한 일이 몇 번 발생했다. 그럴 경우에는 내용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대사를 줄이거나 하면 된다. 30분을 들여 5분짜리 영상에 한국어 더빙을 입힐 수 있었다.
헬렌으로 녹음을 할 때 보이는 화면. 박미향 기자
“오픈 더빙에 참여한 사람들은 ‘헬레너’라고 부른다.” 윤석미 홍보 담당자의 설명이다. 그는 “기업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좀 더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일들이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착안해 개발한 서비스가 헬렌이다”라고 덧붙였다. 기업 단위의 참여도 있지만, 개인 더빙 참여자들도 많다. 윤석미 담당자는 “한두 달에 한 번 헬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더빙을 체험해보는 ‘헬렌 데이’를 진행하고 있다. 학생부터 자녀를 데리고 오는 성인들까지 다양하다. 헬레너들의 참여로 벌써 300개가 넘는 더빙 콘텐츠가 제작되었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목소리 목구멍에서 나는 소리. 목소리는 폐에서 나온 공기가 성대를 통과하고 진동하면서 만들어진다. 1900년대 초 라디오가 발명되면서 목소리 등이 담긴 오디오 콘텐츠는 퍼지기 시작했다. 티브이(TV) 대중화로 라디오 등의 매체는 외면 받았지만, 최근에는 개인 인터넷 라디오 방송, 오디오 북, 팟캐스트 등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는 오디오 콘텐츠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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