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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03 19:45 수정 : 2019.04.03 21:16

지난달 29일 한겨레신문사 옥상에 모인 <넘버 원 아프리카> 저자들이 활짝 웃고 있다. 왼쪽부터 문영규(29), 고유영(30), 한빛나래(26). 박미향 기자.

커버스토리/아프리카

‘나의 한계’, 꿈, 대자연을 찾아 무작정
한발 내딛자 아프리카는 인생이 됐다
9개국 여행 가이드북 ‘넘버 원 아프리카’
문영규, 고유영, 한빛나래 작가 인터뷰

지난달 29일 한겨레신문사 옥상에 모인 <넘버 원 아프리카> 저자들이 활짝 웃고 있다. 왼쪽부터 문영규(29), 고유영(30), 한빛나래(26). 박미향 기자.
인류의 고향, 아프리카. 지구 대륙 20%를 차지하지만, ‘여행 좀 해봤다’는 배낭여행객들도 손사래 치는 곳. 꿈 많은 20~30대 네 명이 ‘아프리카 여행의 길잡이가 되자’는 큰 뜻을 품고 뭉쳤다. 지난 2월 발간한 아프리카 9개국 가이드북 <넘버 원 아프리카> 공동저자들이다. 보통 여행을 마치면 일상으로 돌아오기 마련이지만, 이들은 여행을 마치고 일상이 아프리카가 됐다. 지난달 29일 한겨레신문사에서 공동저자 문영규(29), 고유영(30), 한빛나래(26)씨를 만났다. 저마다 아프리카 6~12개 나라에 넉 달에서 1년가량을 머문 아프리카 여행 전문가들이다.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사업을 하면서 사는 공동저자 김안나씨는 인터뷰에 오지 못했다.

2~3년도 인생을 바꾸기엔 충분한 시간임이 틀림없다. 수년 만에 생각지 못한 일상이 펼쳐진 이들을 보면 그렇다. 아프리카 화장품 수출업체 겸 여행사 ‘푸라하’ 대표 고유영씨. 2016년 1월 무작정 첫 배낭여행을 아프리카로 떠날 때, 그는 갓 퇴사한 전직 계약직 공무원이었다. 여행사 뽈레뽈레 대표 한빛나래씨. 2017년 9월 우연히 지도를 보다 미지의 아프리카로 떠난 그는 ‘백수’라는 딱지가 싫은 대학 졸업생이었다. ‘아프리카 여행학교’ 수강생을 29차례 배출하며 여행 정보공유 플랫폼을 준비 중인 현직 약사 문영규씨. 2012년 여름 아프리카에 첫발을 디딜 때 그는 배낭여행 떠난 대학생이었다. 결단의 순간,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한 걸까.

고유영(이하 유영) 한국 나이 스물여덟이었어요. 평생 공무원으로 살고 싶진 않았어요. 아프리카 탄자니아 공무원과 업무상 만난 적이 있는데요, ‘킬리만자로는 만년설이 녹기 전에 가봐야 한다’더군요. 문득 제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었어요. 정규직 제안을 마다하고 떠났죠.

한빛나래(이하 빛나래) 매사에 자신만만했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무슨 일 하느냐’는 물음에 ‘백수’라고 답하는 게 무서웠어요. 원룸에서 지도를 보며 생각했죠. 가장 생소한 곳에서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 찾자고 말이죠. 3주를 계획했지만 넉 달을 머물렀어요.

문영규(이하 영규) 2011년 제대 후 유럽 배낭여행을 갔어요. 스위스 대자연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또 다른 대자연을 찾아 아프리카에 가고 싶었죠. 처음엔 두려웠어요. 1년 정도 정보를 찾으며 용기 내 떠났어요.

<넘버 원 아프리카> 저자들. 왼쪽부터 한빛나래(26), 문영규(29), 고유영(30). 박미향 기자.
- 아프리카는 정말 위험한가요?

빛나래 2017년 11월 탄자니아 모시(Moshi) 근방에서 로컬버스가 갑자기 정차했어요. 현지인 청년 서너명이 올라타더니 통행료를 요구하더군요. 총이나 칼은 없었지만 살짝 두려웠어요. 그중 한 명은 반소매 경희대 과 티셔츠를 입고 있었지요. 아프리카엔 ‘새마을운동’, ‘문재인 대통령’ 같은 한글이 적힌 티셔츠가 의외로 많거든요. 전화 발신이 안 되는 지역이었는데, 한국인 일행들이 전화하는 척하면서 ‘우리 지금 한국 대통령한테 전화한다. 당신 미스터 문 알아?’라고 말하니까 그들이 바로 도망갔어요.

유영 아프리카에선 로컬버스 대신 안전한 고속버스를 타라고 조언해요. 밤에 나가지 말고, 인종 차별하지 말고 도발하지 말고 등 기본수칙을 지키면 큰 문제는 없어요.

영규 다른 여행지보다 연락도 잘 안 되고 교통수단도 안 좋은 편이에요. 어느 정도 위험은 감수할 각오하고 가는 게 나아요. 그렇다고 막연히 겁먹을 필요도 없어요.

아프리카 여행지는 주로 동부와 남부에 몰려 있다. 중부와 서부는 내전 중인 나라가 여럿이다. 모리타니, 말리, 니제르, 차드, 나이지리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리비아 등은 4월1일 현재 외교부 적색경보(철수권고) 또는 흑색경보(여행금지)가 내려진 나라다.

-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억이 있나요?

유영 탄자니아 잔지바르(Zanzibar) 눙위(Nungwi) 해변에서 만난 아이들이요. 염소를 끌고 가던 8~9살 아이 5명이 따라 왔어요. 한 명이 코코넛나무에 올라 열매를 떨어뜨리자 다른 아이들이 주워 제게 선물해줬어요. 오랜만에 외지인이 오니 반가웠나 봐요.

빛나래 로컬버스 타고 나미비아를 지나는데 힘바족(붉은 돌을 갈아 만든 진흙을 온몸에 발라 붉은 피부를 유지하는 원시 부족)이 버스에 탔어요. 이전까지 부족들은 수렵, 채취하는 이미지였거든요. 중간에 버스에서 내려서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콜라도 사 마시더라고요. 사진 한장 찍자니까 담배 한 개비를 요구했죠. 재밌는 경험이었죠.

유영 목에 스마트폰 걸고 다니는 힘바족도 봤어요.(웃음)

빛나래 전통도 유지하면서 관광객들 상대로 장사도 해요.

유영 힘바족은 그렇지만, 실제 원시생활 하는 부족들은 외지인을 상당히 경계하고 싫어해요.

영규 2016년 아프리카 종단하면서 아이들 77명 즉석 사진을 찍어 프린트해준 적 있어요. ‘아이들의 유년기를 찾아주자’는 취지였어요. 기뻐하던 아이들과 동네 사람들이 지금도 생각나요.

<넘버 원 아프리카> 저자들. 왼쪽부터 한빛나래(26), 고유영(30), 문영규(29). 박미향 기자.
- ‘여긴 꼭 가보세요’ 할 만한 곳은 어디인가요?

유영 에티오피아 랄리벨라(Lalibela)에 있는 ‘암굴교회’요. 12~13세기 에티오피아 왕이 새로운 예루살렘을 만들려고 지었다고 해요. 랄리벨라는 그 왕의 이름이자 ‘천사가 지어준 교회’란 뜻이고요. 땅을 파서 지하 10여미터 아래에 교회들을 지었어요. 난생처음 보는 건물 구조였어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죠.

빛나래 보츠와나 ‘오카방고 델타’(Okavango Delta)요. 세계 최대 내륙 삼각주인데 모코로(mokoro)라는 전통 통나무배를 타고 초원에 가서 걸으며 야생동물들을 볼 수 있어요. 동물들 눈에 띌 만한 빨강, 파랑, 노랑 같은 원색 옷을 입으면 안 되고, 가이드 말을 잘 따라야 해요. ‘시간이 느리게 가는’ 곳이에요. 지구가 아닌 곳에 있는 기분이 들죠.

영규 마다가스카르 라노마파나(Ranomafana) 국립공원이요. 탄자니아 세렝게티에선 차를 타고 사자, 기린, 코끼리 같은 큰 동물들을 보는데, 이곳은 낮과 밤에 걸어 다니며 가까이서 여우원숭이, 카멜레온, 거미, 달팽이 같은 작은 동물들을 봐요.

- 아프리카에 다녀온 뒤 스스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유영 킬리만자로 갔을 때 ‘푸라하’(furaha·스와힐리어로 ‘행복’)라는 이름을 얻었어요. 등반 중 고산병에 걸려 들것에 실려 내려오는 중도 포기자가 많아요. 저도 숨도 못 쉬겠고 죽을 것 같아서 ‘더는 못 가겠다’는 말을 백번은 한 것 같아요. 힘든데도 현지인 동행들과 웃고 노래 부르고 뛰어다니며 올랐거든요. 동행들이 저한테 ‘푸라하’라고 부르기 시작하더군요. 그들은 제가 엄청 행복해 보였대요. ‘다음엔 내가 행복을 돌려줘야지’ 생각했어요. 저의 다른 면을 발견했지요.

고유영씨는 에티오피아 바하르다르(Bahar Dar)에서 부유층 여성들이 ‘피부를 하얗게 만들어 결혼을 잘하기 위해’ 몸에 표백제를 바르는 걸 목격했다. 현지에선 부작용에도 치료할 방법이 없었다. 그 뒤 그는 안전하고 다양한 화장품을 아프리카에 수출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빛나래 아프리카 여행 강연하면 청중들이 ‘꿈을 찾았느냐’고 물어봐요. 그럼 저는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고 도전하라고 격려하는 일이 제 꿈이었단 걸 찾았다고 말해요.

영규 이젠 여행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어요. 처음 아프리카 여행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위해 ‘여행학교’ 수업을 시작했죠.

- 아프리카 여행을 마음속에만 품고 있는 분들에게 한마디.

빛나래 아프리카는 자기만의 취향을 찾을 수 있는 여행지예요.

영규 겁먹지 말되 방심하지도 마세요. 막상 가자고 하면 겁먹어서 못 가는 친구들이나 ‘가서 클럽도 가고 신나게 놀 거예요’라고 쉽게 말하는 수강생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에요.

유영 의심 말고 도전하세요. 사람들은 자기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나를 찾으러 가세요.

글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사진 박미향 mh@hani.co.kr

아프리카, 오해와 진실

①덥다 에티오피아는 연평균 섭씨 16도. 냉건기(10~이듬해 1월) 추운 날엔 새벽 0도 가까이 기온이 떨어지기도 한다. 한여름 날씨만 생각하고 반바지를 입었다간 낭패를 본다. 실제 현지인과 한인들은 전기장판을 이용한다고 한다. 연평균 15~18도 남아프리카공화국도 겨울엔 춥다. 주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관은 방문 전 ‘겨울 취침 시 전기담요와 전기장판이 필요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아프리카에도 겨울이 있다.

②시골이다 높은 건물, 은행, 프랜차이즈 매장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집트 피라미드 전망을 잘 볼 수 있는 곳은 피자 프랜차이즈 ‘피자헛’. 에티오피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피자헛, 서브웨이, 케이에프씨 등 외식 프랜차이즈들이 자주 눈에 띈다.

③싸다 아프리카에선 귤이 10원이라는 둥, 물가가 말도 안 되게 싸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가끔 있다. 숙소는 최소 1만원 이상, 국내 여관급은 3~5만원. 킬리만자로 입산료만 80만원 정도.

④더럽다 모기와 벌레가 득실거린다는 이미지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넘버 원 아프리카> 저자들은 “예상보다 더럽거나 벌레가 많진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아프리카에 이어 인도를 여행한 한빛나래 작가는 “인도가 ‘때 묻은 더러움’이라면 아프리카는 ‘때 안 묻은 더러움’”이라고 표현했다.

김선식 기자

아프리카 여행, 이렇게 하세요

여행 형태 크게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째, 시간이 부족하고 경제적 여유는 넉넉하다면 국내 대형 여행사 아프리카 여행 상품을 이용한다. 둘째, 인터넷 검색(검색어 ‘trucking travel’)으로 현지 여행사를 찾아 ‘트러킹’(트럭 여행)을 간다. 캠핑카 안에서 여럿이 숙식하며 여행하는 상품이다. 셋째, 자유여행으로 떠나 현지 여행사 ‘데이 투어’(day tours) 상품을 구매해 사파리 등 주요 여행지들을 다녀온다.

치안?건강 먼저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누리집에서 여행할 나라의 치안 상황과 여행 경보단계를 확인하자. 웬만하면 동행을 구하자. 밤과 외진 곳은 위험하다. 인종차별 등 현지인들을 도발하지 말자. 황열 예방접종은 필수, 장티푸스·파상풍·A형 간염·콜레라 예방접종은 권장. 말라리아와 설사·물갈이에 대비해 미리 말라리아 약과 지사제를 챙기자.

추천 현지식 남아프리카 공화국 ‘빌통’(짠 육포 맛), 에티오피아 ‘인제라’(Injera·부침개 모양 에티오피아 주식 발효 빵), 에티오피아 커피 ‘분나’(bunna), 탄자니아 ‘키티모토’(kitimoto·돼지고기 바비큐), 모로코 ‘따진’(tajine·뚝배기 그릇에 양고기 또는 새우, 닭고기와 야채 등을 넣고 끓인 음식)

참고 누리집 블로그 심플아프리카(simpleafrica.com), 남아공아가씨( blog.naver.com/juana_88), 고데렐라 (blog.naver.com/adelasano) 등. 뽈레뽈레 누리집(polepoletravel.com), 아프리카여행학교 카페(cafe.naver.com/simpleafrica), 고고아프리카 카페(cafe.naver.com/gotoafrica) 등. 외교부 해외안전여행(0404.go.kr).

김선식 기자

에티오피아 주식 인제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아프리카

5월25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아프리카의 날’이다. 올해 이날엔 서울 왕십리광장에서 ‘서울 아프리카페스티벌’이 열린다. 최근 아프리카 대륙에서 추는 전통춤(아프리카 댄스)이 인기다. 아프리카 대륙은 55개 나라와 수천개의 민족으로 이루어진 곳이니 만큼 춤의 종류도 셀 수 없이 많다. 국내에 가장 잘 알려진 건 13~17세기 서아프리카 말리왕국에서 추던 ‘젬베댄스’다. ‘만딩고댄스’로도 불리며, 아프리카 타악기 연주에 맞춰 춘다. 동작이 매우 커서, 강도 높은 운동을 한 효과도 있다.

글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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