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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03 19:42 수정 : 2019.04.04 10:28

아프리카 공연예술 그룹 ‘포니케’ 양문희 대표, 강다혜 무용수와 함께 아프리카 전통춤의 일종인 ‘젬베 댄스’를 추고 있는 강나연 객원기자(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커버스토리/아프리카

아프리카 댄스 배운 강나연 객원기자
강사는 젬베 댄스 한국에 처음 소개한 양문희 대표
등 근육까지 불끈불끈, 40분만에 땀 비 오듯
진짜 매력은 자신감 심어주는 것

아프리카 공연예술 그룹 ‘포니케’ 양문희 대표, 강다혜 무용수와 함께 아프리카 전통춤의 일종인 ‘젬베 댄스’를 추고 있는 강나연 객원기자(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언젠가 서울 신촌에서 아프리카 공연예술그룹 ‘포니케’의 퍼레이드를 본 적이 있다. 이국적이고 역동적인 춤사위로 대중을 압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였고, 그들 무리에 뛰어들고 싶었다. 그때 본 ‘아프리카 댄스', 즉 아프리카 대륙의 다양한 전통춤을 배우는 이들이 최근 늘고 있다. 나도 꼭 한번 배워보고 싶었다.

아프리카 댄스라니. 지금이라도 못하겠다고 할까? 아니다. 이제 와서 못 한다고 하는 건 무책임한 짓이다. 때는 지난달 24일 저녁 8시, 심호흡하며 서울 서초구 더블유에이(WA)컴퍼니의 문을 열었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심장이 두방망이질했다.

양문희 아프리카 공연예술그룹 ‘포니케’ 대표가 수강생 한 명과 몸을 풀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춤 좀 추는 외국인이었다. 쫙쫙 펼쳐지는 팔다리를 보고 있으려니 또다시 기가 죽었다. 양 대표가 물었다. “평소 운동은 좀 하시는 편인가요?” “그, 그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은 버리세요. 즐기셔야 해요!”

드디어 젬베와 두눈 같은 아프리카 타악기들이 울리기 시작했다. 라이브 반주라 더욱더 흥겨웠고, 널찍하고 천고가 높은 곳이어선지 역동적으로 들렸다. 수강생은 여자 다섯, 남자 셋이었다. 그날 배운 아프리카 댄스는 서아프리카 기니와 말리, 코트디부아르 전통춤인 ‘젬베 댄스’(13~17세기 말리왕국의 춤)였다. 8년 전 젬베 댄스를 처음 한국에 알린 양 대표는 그날도 코트디부아르에서 귀국한 지 3주밖에 되지 않았다고 했다.

양 대표가 구령을 붙였다. 그를 따라 스트레칭을 했다. 기본동작을 했다. 기분이 점점 좋아졌다. 평소보다 팔다리를 자주 썼고, 평소보다 높이 뛰었다. 안 쓰는 근육이 없었다. 특히 거의 방치했던 등 근육과 허벅지 근육이 단련되는 느낌이었다. 그때까지는 여유로웠다.

강나연 객원기자 더블유에이(WA)컴퍼니에서 진행된 ‘양문희의 아프리칸 댄스’ 수업에서 기본동작을 배우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어 어댑터 실장)

곧 고행이 시작됐다. 팔다리를 따로 움직일 때는 완벽(?)했는데, 팔다리를 동시에 움직이니 엉망진창이 됐다. 바빴다. 회전하다 선생님 보랴, 거울 속 내 자세 확인하랴, 틀린 자세 수정하랴. 그곳은 개업한 식당이 아니었다. 댄스스튜디오였다. 댄스스튜디오에서 비척비척 흔들리는 바람 인형을 들였다면, 그건 바로 나였다. 나는 ‘눈손협응’(시각과 운동기술을 통합하는 능력), 아니 ‘멀티’가 안 되는 인간임이 분명했다. 보다 못한 양 대표가 팁을 주었다. “팔다리 연결이 안 될 땐 다리부터 연습하세요.”

순식간에 40분이 지나갔다. “쿵쿵, 쿵 따라 라라 쿵 딱딱 딱!” 박자가 한층 빨라졌다. 자진모리장단, 휘모리장단보다 더 빨리 몰아쳤다. 아아, 나로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박자였다. 내가 이렇게까지 ‘박치’였던가? 나를 찍던 사진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었다. “자꾸 반 박자씩 늦으시네요?” “처음 배우는 거잖아요! 앞부분 진도가 다 빠진 수업이라고요!” 휴식시간을 틈타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대놓고 웃기는 사람이 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웃으려면 웃으라지. 마음껏 즐기자!

더블유에이(WA)컴퍼니에서 진행된 ‘양문희의 아프리칸 댄스’ 수업.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아프리카 댄스는 무아지경을 선사하는 춤이라고 들었다. 그것은 진실이었다. 나는 무아지경에 빠졌다. 탱고나 살사처럼 파트너에게 민폐가 될 일도, 팝핀이나 브레이크댄스처럼 기교를 뽐낼 일도 없잖은가. 타인의 시선을 느끼는 감각을 버리는 게 중요했다. 탈춤인지 관광버스 춤인지를 추는 거울 속 나를 외면하려 애썼다. 내 몸의 감각만이 중요했다.

“뛰세요, 뛰세요!” 선생님의 목소리가 아득했다. 턱밑까지 숨이 차올랐지만, 뛰는 동안 고개까지 흔들었다. 해방감이 몰려왔다. 헤드뱅잉을 하는 록밴드가, 상모돌리기를 하는 농악대가 이런 심정일까? 수강생들과 어울려 춤추던 ‘포니케’ 강다혜 무용수가 말했다. “같이 놀아요! 신나게 놀아요!” ‘같이 춤추자’는 게 아니라 ‘같이 놀자’는 말이 가슴에 박혔다.

이날 오전 ‘하늘을 나는 아프리칸 댄스’ 수업에서 만난 김태현(33·직장인)씨의 말도 생각났다. “춤이라는 게 원래 스스로 흥에 겨워 추는 거잖아요. 다른 춤은 동작을 배워서 기술적으로 춰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데, 이 춤은 추다 보면 오히려 에너지가 생기고, 그 에너지로 계속 추게 돼요.”

수업이 끝날 무렵, 어지간해서는 땀이 나지 않는 내가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웬만한 유산소 운동은 아프리카 댄스 앞에서 명함도 못 내민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기본자세가 ‘기마 자세’(스쿼트 자세)여선지 유독 허벅지가 땅겼다.

돌아오는 길, 몸과 마음은 연결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동작이 큰 춤을 추고 나니 마음조차 커진 것 같았다. 스트레스와 울분이 사라지고,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나는 생각보다 단단하고 강인한 사람이었다. 그날 밤, 오랜만에 ‘꿀잠’을 잤다.

강나연 객원기자 nalotos@gmail.com

[ESC] ‘아프리카 댄스’ 배우고 싶다면 여기로 오세요!

■ 양문희 아프리칸 댄스 : 아프리카 공연예술그룹 ‘포니케’ 양문희 대표가 진행하는 아프리카 댄스 수업. 양문희 대표는 현대무용을 전공한 뒤 아프리카 댄스, 즉 아프리카 대륙 전통춤을 국내에 가장 처음 소개한 무용수다. 서아프리카 기니와 말리, 코트디부아르 전통춤을 주로 춘다. 화요일 저녁 8:30~9:40. 주1회 18만원. 양 대표가 운영하는 더블유에 이(WA) 컴퍼니의 다른 수업(현대무용, 재즈댄스, 힙합, 주짓수 등)과 같이 수강 시 주3회 24만원. (더블유에이컴퍼니 : 서울 서초구 서래로1길 8 /02-596-0878)

■ 하늘을 나는 아프리칸댄스

아프리칸 댄스컴퍼니 ‘따그’ 권이은정 대표와 서아프리카 베냉공화국 출신 안무가 다니엘 아히폰이 진행하는 아프리카 전통춤 수업이다. 베냉공화국의 다양한 전통춤과 ‘젬베 댄스’(13~17세기 말리왕국 전통춤), ‘사바르댄스’(세네갈 및 감비아 전통춤) 등을 배운다. 평일 목요일 저녁 8:00~9:30, 주말 일요일 오후 2:00~3:30. 수강료는 주1회 20만원(총 8회), 주 2회 30만원(총 15회), 원데이 클래스 3만원. (댄서스라운지 : 서울 마포구 독막로 7길 64, 3층 /african-nest@daum.net)

■에마누엘 사누의 젬베 댄스 워크숍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출신 안무가 에마누엘 사누가 진행하는 ‘젬베 댄스’ 수업이다. 낮은 자세와 척추의 동력 같은 젬베 댄스 기술과 안무를 배우고, 명상과 대화도 한다. 에마누엘 사누는 2012년 한국에 들어와 현재 서아프리카 전통공연 창작단체 ‘쿨레칸’을 이끌고 있다. 매주 일요일 오후 4:30~6:00. 수강료는 1회권 3만원, 4회권 10만원, 8회권 18만원, 3개월 25만 원. (봉쿠라지 :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29길 5 지하 /010-4594-0939)

강나연 객원기자

[ESC] 양문희 대표에게 듣는 아프리카 댄스 즐기는 법

▲밥을 많이 먹고 추면 안 된다. 점프 동작이 많아서 구토할 수 있다. 매운 음식을 먹어도 음식이 역류할 수 있다. 춤을 추다 갈증이 난다고 해서 물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도 안 좋다.

▲마른 사람보다 엉덩이가 크고 살집이 있는 사람이 추면 더 멋있어 보이는 춤이다.

▲몇 가지 기본 동작을 잘 이해하고 추면 더 좋다. 기본자세는 ‘기마 자세’, ‘점프’, ‘팔 벌리기’ 등이다.

기마 자세는 스? 동작을 한 채 등을 동그랗게 구부린 상태의 자세다. 점프는 팔다리를 흔들면서 뛰어 올라도 되고, 팔을 몸에 붙이고 뛰어 올라도 되는 동작이다. 팔 벌리기는 최대한 넓게 팔을 벌리는 게 중요하다.

강나연 객원기자

아프리카 5월25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아프리카의 날’이다. 올해 이날엔 서울 왕십리광장에서 ‘서울 아프리카페스티벌’이 열린다. 최근 아프리카 대륙에서 추는 전통춤(아프리카 댄스)이 인기다. 아프리카 대륙은 55개 나라와 수천개의 민족으로 이루어진 곳이니 만큼 춤의 종류도 셀 수 없이 많다. 국내에 가장 잘 알려진 건 13~17세기 서아프리카 말리왕국에서 추던 ‘젬베댄스’다. ‘만딩고댄스’로도 불리며, 아프리카 타악기 연주에 맞춰 춘다. 동작이 매우 커서, 강도 높은 운동을 한 효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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