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3.27 19:52 수정 : 2019.03.27 20:11

’인기가요 샌드위치’. 박미향 기자



아이돌이 열광한 샌드위치 개발자 인터뷰
방탄소년단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해
일본식 달걀말이도 샌드위치로 탈바꿈

’인기가요 샌드위치’. 박미향 기자
하얀 빵 사이에 새콤한 채소와 달콤한 잼, 쫀득한 햄 등을 넣어 먹는 샌드위치. 샌드위치를 도박중독자가 만든 음식이라고 하면 과한 걸까? 샌드위치에 얽힌 얘기들이 많다. 한때 샌드위치는 18세기 영국 귀족 샌드위치 백작이 도박에 빠져 식사시간조차 아까워하는 바람에 탄생했다는 설이 대세였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정치적인 이유로 백작을 음해하기 위한 루머였다는 것. 백작이 하인들을 위해 만들어낸 ‘노블레스 오블리주 푸드’라는 것이다. 하지만 샌드위치의 기원은 훨씬 앞서 있다. 로마인들이 빵 사이에 고기를 넣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실제 역사적 맥락이 무엇이든 밥이 주식인 한국에서도 샌드위치는 인기있는 한끼 음식이 된 지 오래다. 더구나 지난해 대만 샌드위치 브랜드 ‘홍루이젠’ 등이 상륙해 인기를 끌면서 유사한 전문점이 많이 생겼다. 메이젠, 루안바오, 홍베이팡, 타이지엔, 풍성호, 호미젠 등 최근 문 연 대만 샌드위치 브랜드는 6개가 넘는다.

<2019 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 트렌드>의 저자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는 “최근 ‘밥이 되는 디저트’, ‘넉넉한 한끼가 되는 디저트’가 트렌드”라며 “제대로 된 식사는 아니지만, 포만감을 주는 특징 때문에 간편식을 선호하는 여성이나 20~30대에 인기”라고 분석한다. 최근엔 이런 흐름을 타고 독특한 이력과 재료로 승부하는 샌드위치들도 시장에 등판했다.

지난 23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인기가요 샌드위치’ 팝업 행사를 하고 있는 서미혜(57)씨. 박미향 기자
■ 방탄소년단이 칭찬한 샌드위치, 한끼 식사로 넉넉해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는 <에스비에스>(SBS) ‘등촌동 공개홀’이 있다. <에스비에스(SBS) 인기가요> 등 방송프로그램 녹화장소다. 아이돌의 숨 막히는 순위 경쟁도 이곳에서 결판난다. 녹화 날엔 전국에서 모여든 아이돌 팬들로 교통이 마비될 정도다. 하지만 진짜 이곳의 유명인사는 따로 있었다. “이모님 1주일 동안 기다렸다. 너무 먹고 싶었다”라는 말이 지금도 기억난다는 서미혜(57)씨가 주인공이다. “그때는 누가 누군지도 몰랐는데 사람들이 ‘세븐틴’(구성원이 13명인 보이 그룹)이라고 하더라.”

그는 공개홀 구내식당 작은 귀퉁이에서 매점을 운영했다. 2006년 문 연 당시 매점 메뉴는 고작 ‘3분 덮밥’, 즉석 컵라면 정도가 다였다. “스케줄에 쫓겨 제대로 된 끼니도 못 챙기는 어린 친구들(아이돌)이 안쓰러웠다.” 아들 또래였던 아이돌이 측은했던 그는 이듬해 두툼한 샌드위치를 밤새 만들었다. 한 손으로 집기 어려울 정도로 넉넉한 양이었다. 하지만 속 재료는 평범했다. 마요네즈에 버무린 삶은 달걀과 양배추, 당근 등 채소 등이 다였다. 하지만 달샤벳 등 무대에 오르는 아이돌이 한꺼번에 3~4개를 먹을 정도로 반했다. 평범하지만 비범한, 이전에는 없었던 빵 구성 때문이다. 마요네즈에 버무린 삶은 달걀만 들어간 샌드위치 하나와 마요네즈에 무친 양배추 등 채소만 넣은 샌드위치 하나가 달콤한 딸기잼으로 연결된 것이다. 두 개의 샌드위치 사이에 딸기잼을 발라 붙였다. “처음에는 오이도 넣었다. 6개월 지나 어린 친구들이 ‘오이를 빼주세요’라고 하더라. 오이 특유의 비릿한 맛이 싫었던 게지.” 녹화 날엔 새벽 5시까지 삶은 달걀을 깠다. 그의 이런 정성과 마음이 통했는지 샌드위치를 먹은 아이돌은 ‘시식 인증샷’을 에스엔에스 너도나도 올리기 시작했다.

지난 23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열린 ’인기가요샌드위치’ 팝업 행사. 사진 박미향 기자
방탄소년단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9월9일. 유튜브에 얼굴을 내민 방탄소년단의 진이 “멤버 중에 인기가요 샌드위치 3~4개 먹는 멤버가 있어요”라고 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한 먹거리가 됐다. “이 샌드위치가 뭐라고, 이것 먹고 싶어서 컴백했다는 친구(아이돌)도 있으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아이돌 인기에 영합한 먹거리라며 깎아내리는 이도 있는데, 막상 서씨의 레시피를 알면 생각이 바뀐다. “잼은 덩어리지지 않은 국산 제품, 달걀은 삶을 때 노른자의 겉이 짙은 회색이 아닌 샛노란 색이 되는 시간을 잘 파악해 삶아야 한다.”

그야말로 ‘대인기’를 끌자 지난해 12월 롯데백화점 잠실점, 올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에서 두 차례 팝업 행사를 가졌다. 지난 7일엔 대만의 한 백화점에서도 팝업 행사가 열렸다. “수백명이 줄을 설 정도로 성공”이었다고 한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팝업 행사는 4월14일까지다. 이 팝업 행사를 기획한 신세계백화점 델리 한희정 바이어는 “개당 3500원에 팔고 있는데, 맛과 양에 견줘 가성비가 좋다”고 말한다.

이제 서씨는 등촌동 공개홀엔 없다. 외식업체와 협력해 곧 매장도 낼 예정이다. 방탄소년단의 ‘페이크 러브’ 노랫가락에 실린 샌드위치가 날개를 달았다.

’당옥’의 ’다시마끼’. 박미향 기자

■ 빵 속에 달걀말이, 다마고산도···달콤한 그 맛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일본식 디저트 카페 ‘당옥’. 식탁이 고작 3개인 작은 카페에 20~30대 손님이 가득했다. 이들이 먹는 음식은 ‘다시마끼’. 당옥의 천고운(26) 셰프는 “다시마끼는 다마고산도 중에 다시마 육수를 넣어 달걀을 만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마고산도는 두툼한 일본식 달걀말이를 빵 속에 넣어 먹는 샌드위치다.

서양에서 오믈렛 만드는 실력으로 셰프의 수준을 판단한다면, 일본에선 전용 팬에 달걀 푼 물을 얇게 폈다가 접고 또 접는 식으로 조리하는 달걀말이야말로 진짜 ‘선수’를 분별하는 기준이다. 미국의 고급 식당 ‘노부’ 총주방장을 역임한 요리사 마사하루 모리모토가 ‘경이로운 음식’이라고 칭찬한 일본식 달걀말이는 설탕이 들어가 달콤하고, 아기 피부만큼 보드라운 게 특징이다.

당옥의 다시마끼(4000원)는 바삭하게 구운 빵 사이에 통통하다 못해 뚱뚱한 달걀말이가 들어간다. 무려 두께가 2.5㎝. 한쪽 빵 안쪽에 매콤한 겨자소스를, 다른 쪽 빵 안쪽엔 신선한 당근 소스를 발랐다. 혀를 들뜨게 하는 현란한 맛들이 춤춘다. 위장을 위한 음식이 아니라 입의 쾌락을 위한 먹거리다. 일본 분자요리의 대가 ‘슈밍화 미코’ 신동민 셰프가 메뉴 개발에 참여했다. 당옥은 예쁜 화과자 모양의 치즈케이크 등을 파는 디저트 카페다.

샌드위치 전문점 ’구르미산도’ 본점의 타마고산더도. 사진 박미향 기자
다마고산도만 파는 가게도 있다.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구르미산도’ 본점엔 ‘타마고산도’, ‘멘보산도’, ‘모짜산도’, ‘부타산도’ 등을 판다. 멘보산도는 다마고산도를 튀긴 것이고, 모짜산도에는 달걀말이 안에 치즈가 들어간다. 지난 24일, 아담한 이 가게에도 20대 청춘들로 꽉 차 앉을 자리가 없었다. ‘호야호야식빵’으로 유명한 외식업체 데일리브레드가 운영하는 샌드위치 전문점이다. 방윤수(36) 본점 점장은 “일본에 가서 보고 벤치마킹을 했다. 젊은층이 좋아할 만한 먹거리라서 홍대 먹자골목에 열었다”고 한다. 빵보다 두꺼운 달걀말이는 입에 넣자마자 녹는 듯하다. 한 접시에 두 개 나오는데, 하나만 먹어도 배가 보름달처럼 차오른다.

본래 우리 간식은 호빵이나 붕어빵이었다. 입이 심심할 때 요긴한 먹거리이기도 했고 출출할 때는 든든한 한끼 식사도 됐다. 이제 그 자리를 샌드위치가 넘보고 있다.

’당옥’ 내부. 박미향 기자
’구르미산도’ 본점 외관. 박미향 기자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참고도서 <더 북 오브 샌드위치>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커버스토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