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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21 09:30 수정 : 2019.03.21 20:07

‘스튜디오 앤캣’ 윤소라 작가의 다양한 나무 고양이들. 사진 윤소라 제공

커버스토리/나무

초보자도 쉽게, 우드 카빙 세계
고양이 조각품 만드는 윤소라 작가
금기종 작가, 수년간 나무 숟가락에 몰입

‘스튜디오 앤캣’ 윤소라 작가의 다양한 나무 고양이들. 사진 윤소라 제공
조각도로 나무를 깎아 생활용품 등을 만드는 ‘우드 카빙’은 가구 만들기보다 접근하기 쉽다. 도구 사용을 익히면 집에서도 무리 없이 사각사각 나무를 깎을 수 있다. 지난 13일과 18일, 우드 카빙 작가 두 사람을 만났다. 각자 스타일은 달라도 공통점이 있다. 이들을 우드 카빙의 길로 이끈 것은 ‘고양이’였다.

고양이는 내 작품의 뮤즈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스튜디오 앤캣’에는 나무 고양이들이 즐비하다. 목재 조각에 아크릴 물감으로 색을 입힌 고양이들은 사람 얼굴로 치면 뚱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고양이와 오랫동안 시간을 보낸 이들은 안다. 그 표정이 대만족 상태라는 것을. 건축을 전공하고 취미로 목제 가구를 만들던 윤소라(45)씨는 자투리 나무로 ‘감자’ 조각을 만들기 시작했다. 감자는 윤씨네 가족의 첫째 고양이 이름이다. 감씨 집안 아들(남편의 성이 ‘감’이다)이라는 뜻이다. 고등어 무늬 둘째의 이름은 ‘참치’다. 바다를 휘젓는 커다란 참치처럼 잘 자라라는 의미다. 고양이 조각품을 만들다가 목재 조각의 재미에 눈을 뜬 윤씨는 이후 우드 카빙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스튜디오 앤캣’ 윤소라 작가의 다양한 나무 고양이들. 사진 윤소라 제공
국내에 우드 카빙을 배울 곳이 마땅찮던 무렵, 윤씨는 유튜브 해외 영상을 통해 독학했다. 고양이 관련 업체와 작가들이 참여하는 박람회인 ‘궁디팡팡 캣 페스타’에 낼 목재 조각을 본격적으로 만들면서 공방도 열었고, 우드 카빙과 목재 조각 클래스도 진행하게 됐다. “카빙은 작은 조각이 재료다. 숟가락을 만든다고 치면, 큰 덩어리의 단단한 나무를 재단하고 숟가락 모양까지 깎는 것은 매우 힘들다. 녹초가 된다. 아파트 등의 공동주택이라면 나무를 자르는 소리도 신경 쓰인다. 우드 카빙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다. 그래서 다른 이들은 쉽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적당히 자른 디아이와이(DIY)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스튜디오 앤캣’ 윤소라 작가는 공방에서 식기류 카빙과 동물 목공 조각을 가르친다. 사진 윤소라 제공
우드 카빙에 이제 막 관심을 두는 이들이라면 어떤 칼을 써야 할지, 어떤 나무가 적당한지 등 궁금한 게 많을 테다. 윤씨가 공방 수강생용으로 추천하는 칼은 스웨덴에서 생산한 ‘모라나이프’다. “2만~3만원대로 가격대비 날이 좋아서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칼이다. 식기류를 만드는 나무는 활엽수다. 체리(벚나무)나 호두나무도 많이 쓴다. 밝은색 소품을 만들 때는 단풍나무나 너도밤나무, 은행나무를 추천한다. 녹나무는 좀 무른 편이라 초보자가 깎기에 좋다. 다만 나무 자체의 향이 강해서 그릇으로 만들면 음식에 향이 밴다. 여러 나무를 종류별로 써보고 싶다면 취미 목공들이 주로 찾는 포털 카페 ‘우드워커’를 찾으면 된다. ‘우드워커 전용 벼룩시장’에 판재를 낱개로 파는 분이 많다.” 그는 친절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집에서 우드 카빙을 할 때 마무리로 식용 오일 중에서 볶지 않고 압착한 생들기름, 호두기름, 포도씨유 등의 건성유를 쓰는 것은 괜찮지만, 콩기름이나 참기름은 공기 중 산패가 되어 검어지고 때가 묻는다.”

‘스튜디오 앤캣’ 윤소라 작가의 다양한 나무 고양이들. 사진 윤소라 제공
카빙과 목재 조각을 배울 수 있는 이곳은 반려동물 모양의 조각을 만들고자 멀리서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고양이 사진을 받아서 나무 반지에 고양이 얼굴을 새기고 채색한 제품 ‘냥반지’등 주문 제작 판매도 한다. 알 것 같다. 사랑하는 고양이의 얼굴을 내 손으로 나무에 조각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작가에게 자신의 고양이 작품을 의뢰하고 싶은 마음 말이다. 윤씨가 말했다. “고양이에겐 창작욕을 불타오르게 하는 뭔가가 있다.” (고양시 일산서구 현중로26번길 61-16, 1층/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studio_ncat)

나무 숟가락 만드는 남자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목재 공방 ‘이틀’은 금기종(42)씨의 작업실이다. 인기척을 알아채고 유리문 밖으로 마중 나온 고양이를 금씨보다 먼저 만났다. 목재 공방이라고 하면 기계 소음과 나무 먼지 등이 연상되지만, 이곳은 그저 고요하다. 바닥엔 톱밥이 거의 없이 깔끔하다. 원래 맞춤 가구를 만드는 공방을 열었던 금씨는 작업실을 ‘신디’와 ‘키코’ 두 마리의 고양이와 공유하게 되면서 우드 카빙을 시작했다. “고양이를 기르면서 더는 목공 기계를 돌리는 게 어려워졌다. 기계의 소음이 싫고 고양이가 다칠까 두렵기도 했다. 그래서 가구 제작 일을 정리했다. 수작업으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해외 작가들 작품을 접하고 우드 카빙을 시작했다.”

‘이틀’ 금기종 작가가 깎은 숟가락과 포크. 사진 금기종 제공
금씨는 호두나무로 ‘숟가락을 만드는 사람’이다. 4년 동안 ‘숟가락’만 팠다. “숟가락의 모양을 좌우하는 건 음식의 종류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그릇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모양이 또 달라진다. 납작한 접시에 담긴 것을 떠먹는 스푼은 우리 밥그릇처럼 깊고 좁은 그릇과는 맞지 않는다.” 금씨의 얘기를 듣고 나무 숟가락을 사용할 때의 불편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손잡이와 숟가락 볼 부분의 높이가 같아서 일반 숟가락보다 손목을 더 틀어야 했고, 입안에 넣었다 빼는 느낌이 둔탁했었다.

하지만 금씨가 만든 숟가락은 일반 스테인리스 식기에 더 가깝다. 군더더기 없이 각을 잡은 목 부분의 선이 유려하고, 입에 닿는 면은 날렵하다. 전체 모양은 분명 쇠를 닮았는데, 오목한 안쪽 면에 드러나는 호두나무의 물결과 바깥쪽의 둥근 곡선에 흐르는 무늬가 나무의 자기주장처럼 보였다. 취재 수첩과 펜을 던지고 3시간 정도 숟가락을 매만지고 쓰다듬었다. 일생, 숟가락을 이렇게 오래 들고 있던 적이 없다. 나 같은 이가 처음은 아니었나 보다.

‘이틀’ 금기종 작가가 호두나무로 숟가락을 깎는 중이다. 사진 금기종 제공
“지난 2월에 숟가락에 관한 피드백을 하나 받았다. 숟가락을 마감할 때 바르는 천연오일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진다. 다시 덧입히는 작업이 필요한데, 어떤 분이 요즘은 구하기도 어려운 ‘니스’(바니시)를 내게 산 그 숟가락에 발랐다는 거다. 반짝반짝하고 잘 닳지도 않아 만족한다고 했다. 기뻤다. 숟가락이 닳고 헤지는 게 싫은 사람이 있다니.” 물론 금씨의 숟가락은 사람이 쓰는 용도다. 장식용은 아니다. 호두나무는 한국의 진한 양념을 견딜 수 있는 소재라서 선택했다. 수분과 열이 많은 음식이 숟가락에 닿으면 나무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런 점을 고려해서 미리 견디는 작업도 거친다.

우드 카빙은 만드는 이의 성품이 드러난다. 일반적으로 목공들은 작업 시간 단축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금씨는 이전에 1시간이었던 작업 시간이 요즘 3시간, 4시간으로 늘었다고 한다. 1시간이면 만족했는데 이젠 기술과 안목이 높아져서 더 해야 할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금씨처럼 예민하고 엄밀한 성격은 ‘이런 숟가락을 만드는구나’ 싶었다. 그 점이 또 재미있었다. 대화를 나누는 긴 시간, 고양이 신디와 키코는 잠도 자고, 사료도 씹어 먹고, 비싼 소파에 손톱도 갈았다. 금씨의 숟가락 작업과 판매 일정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가장 빨리 알 수 있다.(서울시 마포구 동교로50길 7, 2층/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keumkijong)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나무 집을 짓거나 가구, 그릇 따위를 만들 때 재료로 사용하는 재목. 소프트 우드는 노송나무, 소나무 등의 잎이 가늘고 좁은 침엽수종. 하드 우드는 고무나무, 참나무, 호두나무, 단풍나무 등 잎이 평평하고 넓은 활엽수종의 목재다. 목공들이 쓰는 수공구로 대패, 끌, 톱 등이 있다. 현대 목공은 많은 작업이 전동 공구로 이루어지지만, 자신의 필요에 맞게 길들이고 변형하는 수공구를 함께 쓰는 목공들이 많다.

원목이야 아니야?

나무 가구를 사려고 제품 정보를 찾다 보면 아리송할 때가 있다. 제재목, 집성판, 합판은 언뜻 보기엔 다 비슷한 ‘원목’ 같다. 저렴한 가구용 재료인 ‘엠디에프’(MDF)와 ‘피비’(PB)의 차이는 뭘까?

- 제재목은 원목(통나무)을 제재소에서 일정한 치수와 두께로 잘라 나온 목제 제품이다. 단판이기 때문에 휨이나 갈라짐, 수축과 팽창 등 나무의 성질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높은 등급의 활엽수 제재목은 아름다운 무늬와 색감, 단단함으로 가구 등을 만들 때 이용한다.

- 집성판은 두께가 균일한 목재를 이어 붙여 만든다. 긴 각재(긴 원목의 통을 네모지게 쪼개놓은 재목) 여러 개를 옆으로 붙이면 ‘솔리드 방식’. 옆면이나 윗면에 각재들이 지그재그로 깍지 끼듯 맞물리면 ‘핑거 조인트 방식’이다. 원목보다 저렴하다.

- 합판은 여러 장의 단판을 결이 반대되도록 쌓아서 접착한다. 원목의 단점인 형태 변형을 보완한다. 쌓아 올리는 판은 3장 이상, 홀수여야 한다. 습도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려운 공간이라면 합판이 관리하기 좋다.

- 파티클보드(particle board·PB)는 나무 조각이나 톱밥 등, 목재의 작은 조각과 합성수지 접착제를 섞어 모양을 만들고 열로 굳힌다. 저렴해서 부엌가구 내장재로 많이 이용한다.

- 엠디에프(MDF)는 중밀도 섬유 (Medium Density Fiberboard)의 약자다. 섬유판은 나무를 섬유 상태로 풀어서 합성수지 접착제로 성형하고 열로 굳힌다. 파티클보드보다 강도가 높다.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도움말 공방 ‘이틀’ 금기종 대표, 참고자료 <목재정보 다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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