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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14 09:15 수정 : 2019.03.14 20:56

‘바오밥식물원베이커리&카페’의 고무나무.

식물·꽃 감상하며 차 한잔 하는 ‘식물원 카페’ 인기
미세먼지 피해 자연 느끼며 쉬려는 이들 늘어난 결과
허브 이용한 음식, 꽃차 먹고 마시며 힐링
원예·커피 수업 진행하는 곳도 있어

‘바오밥식물원베이커리&카페’의 고무나무.
미세먼지가 극성일 때 집에만 꼭꼭 숨어있다 보면 몸도 마음도 탁해진다. 실내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럴 때는 식물과 가까이하는 게 답이라고 한다. 농촌진흥청 김광진 도시농업과 연구관은 “식물이 있는 실내 공간을 공기 측정기로 재보면 확실히 공기가 좋다. 식물의 잎사귀에 미세먼지가 흡착돼 자연정화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식물원 카페’들을 소개한다.

마치 자연 속에 있는 것처럼

경기 화성시 매송면 천천리 110-1. 식물원 카페 ‘바오밥식물원베이커리&카페’의 주소다. 한 주간 미세먼지를 피해 실내 생활을 하다가 지난 8일 “어머니의 생신을 맞아 아들과 함께 오랜만에 외출에 나섰다”는 정연지(32)씨의 발길이 닿은 곳이다. “미세먼지 등 나쁜 날씨에도 좋은 공기가 유지되는 곳에서 커피 한잔 하고 싶어서 찾았다”고 한다.

정씨를 따라 이 식물원 카페로 들어서자 청량한 풀 냄새가 났다. 이국에 온 느낌이다. 약 1980㎡(590여평)에 달하는 규모의 이 식물원 카페에는 야자수, 피닉스야자, 삼척바나나 등 겨울철에 보기 힘든 열대식물이 우거져 있다. 여기에 보라색 프리지어, 분홍색 철쭉, 노란색 튤립 등 색색의 꽃들도 달콤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중앙에는 높이 8m 상당의 고무나무가 위용을 자랑한다. 주인 이원성(61)씨는 “3월 말에는 식물원 카페의 이름처럼 바오바브나무를 추가로 들여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해 유명해진 그 나무다. 인공연못 위 돌다리를 건너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정연지씨가 어머니와 아들과 함께 ‘바오밥식물원베이커리&카페’의 돌다리를 건너고 있다.
이 식물원 카페에는 신발을 벗고 앉을 수 있는 평상도 있다. 소풍 나온 것처럼 빵과 음료 등을 먹으며 두 다리를 편히 뻗고 재잘대는 이들의 표정이 밝다.

‘바오밥식물원베이커리&카페’의 빵과 음료.
이곳에서 본 식물들이 마음에 들었다면 중앙에 있는 고무나무 옆 식물 판매장으로 가보자. 만세선인장, 국화, 칼랑코에 등 다양한 식물을 살 수 있다. “햇볕이 뜨거운 정오가 되면 식물원 카페 내부가 다소 더워지는데, 서늘한 돌 평상 위에서 단잠을 자는 이들이 많다”고 이씨는 말했다. 자연 속에서 여유를 만끽하고 싶다면 안성맞춤인 곳이다. (입장료 8천원/빵·음료를 8천원 이상 구매하면 무료입장/오전 11시~밤 10시 연중무휴)

‘이풀실내정원’.
허브 향기 맡으며 식도락

들머리에 들어서는 순간 상쾌한 허브의 향기로 막혔던 코가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갖가지 청량한 풀 냄새가 진동하는 이곳은 식물원 카페 ‘이풀실내정원’(경기 안산시 상록구 반월천북길 139-18)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지승현(45)씨는 “아파트 등에서 주로 거주하는 이들을 위한 공간”이라며 “집에서도 쉽게 키울 수 있는 허브 등을 만날 수 있는 정원형 식물원”이라고 말한다. 1층에는 스피어민트·페퍼민트·애플민트 등 허브 3총사를 비롯해 ‘거실의 공기 청정기’로 불리는 아레카야자와 ‘산소탱크’라는 별명이 있는 수박선인장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이풀실내정원’.
비록 실내지만 계곡을 산책하는 듯한 재미도 있다. 근처 야산의 계곡 물이 식물원 카페 안에 흐르기 때문이다. 건물을 지을 때 바닥에 시멘트를 덧바른 뒤 그 위에 흙을 다시 까는 게 아니라 기존의 땅에 카페를 지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곳 화단 11곳 모두 바깥 토양과 연결돼 자연스럽게 배수가 되는 구조다. 지그재그 형태의 경사로를 오르내리며 다양한 허브작물을 감상하다 보면 마치 뒷산을 등산하는 기분이 든다. 계단 형태가 아닌 완만한 경사로여서 유모차나 휠체어도 다닐 수 있다.

‘이풀실내정원’의 ‘수직정원‘.
경사로를 오르면 ‘수직정원’이 나온다. 마치 미술품을 보듯 허브로 채워진 벽을 감상할 수 있다. 주말마다 이곳을 찾는다는 김도현(31)씨는 “여기서 허브 벽을 보고 앉아 있으면 숲 속에서 명상하는 기분이 든다.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다”라고 말한다. 수직정원을 지나 오른편으로 걷다 보면 다양한 건강 차를 살 수 있는 곳이 나온다. 지씨는 “요즘은 기관지에 좋다고 알려진 목련 꽃잎 차가 인기”라고 한다.

풀 향기를 맡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출출해진다. 든든한 한 끼가 가능한 것도 이 식물원 카페의 또 다른 매력이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유니스의 정원’은 식물원 카페 왼편에 있는 화백나무 길을 따라 1∼2분 이동하면 나온다. 레스토랑에도 허브 등 푸른색 식물들이 가득하다. 지씨는 “음식을 조리할 때 허브를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이풀실내정원’의 로즈마리 등 허브를 갈아 고기 위에 바른 뒤 훈연한 ‘그릴930‘.
이곳이 대표 메뉴는 ‘그릴930’. 식물원 카페에서 수확한 로즈마리·민트·바질 등을 갈아서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위에 발라 2주일 이상 숙성한 음식이다. 나무장작에 훈연으로 익혀 일반적인 스테이크와 달리 독특한 연기 향이 난다. 미세먼지가 들이닥친 날, 이곳에서 초록색 허브 향을 먹고 마셔보는 건 어떨까. (입장료 무료/매일 오전 11시~밤 10시 월요일 휴무)

‘마이알레‘의 온실카페 ‘윈터가든‘.
봄꽃 가득한 온실카페

오색 꽃들이 저마다 달콤한 향기를 내뿜는 온실에서 생딸기 주스를 마시면 어떤 기분일까. 문화 공간 ‘마이알레‘(경기 과천시 삼부골3로 17)에서는 이런 특별한 경험이 가능하다.

지난 8일 이곳의 온실 카페 ‘윈터가든’에 들어서자 꽃 향이 가득했다. 빨간색 꽃봉오리가 터지기 시작한 동백나무, 노란색 꽃이 방울방울 매달린 아카시아 등 저마다 자태를 뽐내는 300여 종의 꽃들이 뿜어내는 향이다. 이곳의 대표 3인 중 한 명인 우현미(53) 조경전문가가 직접 꾸렸다. 디자인 조경업체 디자인 알레를 운영하는 우경미(61)씨와 그의 남편 김철주(69)씨가 공동대표다.

‘마이알레’의 온실카페 ‘윈터가든’의 시그니처 메뉴 ‘플라워 팟 티라미수’, ‘수북한 딸기 라떼’, ‘모종삽 브라우니’.
이곳의 디저트는 모양새가 독특하다. 원예도구인 모종삽으로 흙덩이를 푼 듯한 모양의 ‘모종삽 브라우니’(1만원)가 대표적이다. 유기농 호두로 만든 브라우니를 모종삽 위에 놓고 검은색 쿠키 가루를 그 옆에 뿌려 흙을 표현했다. 모종삽이 접시가 된 셈이다. 자체 제작한 화분에 티라미수를 담아 그 위에 꽃을 뿌려주는 ‘플라워 팟 티라미수’(1만2천원)도 인기다. 꽃이 핀 화분을 퍼먹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IMAGE11%%] 이 온실카페의 오른편에 있는 ‘마이알레 본관’ 3층은 어른들을 위한 공간이다. 어린이 출입금지인 이곳에서 원예 관련 책들을 읽는 어른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지름 1.5m에 달하는 거대한 볏짚 전등 등 자연을 본 따 만든 독특한 가구들이 눈길을 끈다. 주말이면 전국에서 ‘인스타그램족‘이 몰려온다고 한다. 매주 토요일 오후 3시마다 30분간 원예 수업도 열린다(참가비 3만5천원). 히아신스 등 여러해살이풀을 키우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다. 이 건물 2층에 있는 리빙 디자인 편집 매장에서는 원예용 가위, 호미 등 원예 제품과 정원·식물·조경 관련 책 40여 종을 살 수 있다.

1층은 라운지 겸 카페다. 이곳에서 음료나 디저트를 산 뒤 온실카페에서 즐기면 된다. 딸기 250g과 우유를 갈고 그 위에 생크림을 올린 ‘수북한 딸기 라떼’(1만1천원)를 들고 온실 속 꽃들 사이를 누비다 보면 완연한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게 된다. (입장료 무료/매일 오전 11시~밤 10시 월요일 휴무)

[%%IMAGE12%%] 이 밖에도 마장 호수가 한눈에 보이는 식물원 카페 ‘오랑주리’(경기 양주시 백석읍 기산로 423-19), 커피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식물원 카페 ‘카페 디안’(경기 성남시 수정구 설개로21번길 18-1) 등에 가보는 것도 미세먼지를 피해 하루를 재미나게 보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글 김포그니 기자pognee@hani.co.kr, 사진 박형인(스튜디오 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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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지구를 둘러싼 대기의 하층부를 구성하는 무색, 무취의 투명한 기체. 주성분은 약 1 대 4 비율로 혼합된 산소와 질소. 그 밖에 소량의 아르곤·헬륨 따위의 불활성 가스와 이산화탄소가 포함돼 있음. 최근 초미세먼지·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먼지를 피하는 방법’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음.

글 김포그니 기자pogn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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