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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인찬의 전통 타이 푸드.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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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라이프 레시피
최첨단 식당부터 허름한 길거리음식까지
동물복지 추구하는 요리사도 있어
최근 연 대형 쇼핑몰 푸드코트, 타이 푸드 천국
백종원이 반한 차이나타운
방콕 ‘힙지로’(힙+을지로)도 가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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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인찬의 전통 타이 푸드.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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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바다가 보이는 결혼식장. 훈풍은 신랑신부를 축복할 준비를 마쳤다. 하객들은 미소 지으면 웨딩마치를 기다린다. 하지만 신부는 오지 않는 신랑 때문에 속이 탄다. 영화 <행오버> 2의 장면이다. ‘딱 한 잔만’으로 시작한 신랑의 전날 음주가 부른 참사가 식장을 뒤덮는다. 숙취에 망가진 신랑은 낯선 거리를 헤맨다. 하지만 여행자라면 ‘웃픈’ 장면보다는 주인공들이 뛰어다니는 타이의 수도 방콕의 풍경에 시선을 빼앗긴다. 아직도 왕이 있는 나라. 그래서 옛것과 최첨단의 문화가 ‘자유’를 뜻하는 국가명처럼 ‘자유롭게’ 공존하는 곳, 방콕. 음식문화도 예외가 아니다. 그 현장을 지난달 24일부터 3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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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의 음식.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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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 VS 인찬
천재적인 요리사 하산이 미식의 격전장 파리에 진출해 혁신적인 조리 기술을 선보이는 장면이 나오는 영화 <로맨틱 레시피>. 하산 같은 이가 진두지휘하는 레스토랑이 방콕에도 있다. ‘시암 앳 시암 디자인 호텔 방콕’의 꼭대기 층에 있는 레스토랑 ’탄’(TAAN). 탄의 요리사인 몬텝 까몬신은 파리에서 수학한 실력자다. 25일 만난 그는 “타이 푸드는 변화할 때가 왔다”고 운을 뗐다. “공장형 축산업 시스템이 아닌 동물복지 개념을 도입해 사육한 고기, 푸드 마일리지를 고려한 식재료 등을 사용해 (식당의)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그는 “농부를 가장 존경한다”고 했다. 그의 이런 철학은 과거 치앙라이 지방의 한 숲에서 만난 부족의 삶에서 얻은 지혜라고 한다. 그들의 먹거리에서 사람을 살리는 영감을 확인했다는 것이었다. 탄은 자신의 이런 경험을 공유하는 장이라고 한다. 흑돼지는 난에서, 재스민 쌀은 수린에서, 식용 꽃은 치앙마이에서 온다.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농장 삼프란 나콘빠톰엔 천상의 향을 발산하는 수백 가지 허브가 자라는데, 그 허브도 탄의 식탁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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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농장 삼프란 나콘빠톰의 주인 부부.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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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쁠라에 재운 유기농 오리구이는 중국 쓰촨식 후추와 민트, 고추기름을 뿌려 풍미가 그윽하다.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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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확신에 찬 설명을 들을수록 맛이 궁금했다. 호기심이 날개를 편 채 숨죽이고 있는데, 웬걸 1m 높이의 나무 한 그루가 떡하니 나왔다. 자세히 살피니 나뭇가지엔 동화처럼 바삭한 과자가 걸려있고, 그 과자 위엔 샛노란 망고가 올라가 있었다. 입맛을 돋우는 애피타이저가 이 정도로 혁신적이니 다른 음식을 오죽할까. 고정관념을 뒤집는 반전에 박수를! 이어 나온 랍스터는 남쁠라(피시소스)에 절여 타이 특유의 향을 자랑했지만, 캐비아까지 올라가 언뜻 봐서는 타이 푸드라는 생각이 안 든다. 하지만 남쁠라는 생선을 발효시켜 만든 소스로, 타이 중남부 음식의 얼굴이다.
나무 밑동은 접시로 변신하고, 프랑스식 육회엔 열대의 흥분이 가득하다. 타이 향신료가 만든 요술이다. 남쁠라에 재운 유기농 오리구이는 중국 쓰촨식 후추와 민트, 고추기름을 뿌려 독특한 기량을 자랑한다. 12가지 다양한 풍미가 2~3시간 공연하듯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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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밑동이 접시인 탄의 요리.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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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의 요리사인 몬텝 까몬신.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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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찬의 옐로커리.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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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찬 식탁에 나온 여러 가지 타이 채소들.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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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이 최첨단의 미식의 현주소라면 방콕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식당 ‘인찬’(Inn Chan)은 삼프란 리버사이드호텔 안에 있는데, 고풍스러운 타이 푸드의 정수를 맛볼 있는 곳이다. 타이 푸드의 품격을 오롯이 경험할 수 있는 이곳은 전통의 숨결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바싹하게 튀긴 돼지껍질에 곁들어진 각종 채소, 야구공 모양의 가지, 혀를 안달복달하게 만드는 옐로커리 등을 만나자 설사 너무 사치스러워서 비난받아도 방탕한 미식세계에 흔쾌히 빠지겠노라고 결심하게 됐다. 옐로커리엔 돼지고기와 소고기와 닭고기가 들어가 있는데, 크기가 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정도다. 불교가 국교인 타이에서 육식은 조심스러운 문화다. 작게 토막 내서 고기인지 크게 드러나지 않은 채 먹는 게 미덕이라고 한다.
바나나 잎에 싸서 찐 생선묵, 콩 소스를 풀어서 익힌 닭고기 수프, 숙주와 새우 등이 한데 어우러지는 솜땀 등 진짜 타이 푸드의 진수가 이곳에 다 모여 있다.
인찬은 1811년 삼프란 리버사이드호텔에서 40㎞ 떨어진 곳에 태어난 세계 최초의 샴쌍둥이 인과 찬을 말한다. 1828년 서커스단원으로 스카우트 돼 세계를 돌다가 미국에서 생을 마친 이들이다. 식당의 창밖엔 강이 흐르는데,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인과 찬의 슬픈 인생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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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시암의 푸드코트.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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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시암 푸드 코트 vs 돈 와이 시장
여행지의 식문화 수준은 대형 쇼핑몰의 푸드 코트 구성을 보면 가늠할 수 있다. 도시가 발달할수록 더 화려해지는 공간이 쇼핑몰이다. 맛은 고객을 유혹하는 가장 유용한 전략이다. 방콕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짜오프라야강변에 문 연 ‘아이콘 시암’은 7000여개 브랜드 등이 입점한 타이 최대 규모의 쇼핑몰이다. 지하 푸드 코트는 타이 푸드의 천국이다. 인공으로 만든 수로 옆엔 길거리 음식을 파는 작은 배가 있다. 코코넛 떡, 망고주스, 코코넛밀크에 담가 먹는 두리안, 카오똠(타이의 아침 식사. 쌀죽에 닭고기, 돼지고기나 달걀, 절인 생선 등을 곁들여 먹는 음식), 똠얌꿍(새우가 들어간 신맛 나는 수프), 똠얌까이(닭고기가 들어간 신맛 나는 수프), 팟타이(땅콩 가루 뿌린 볶음국수) 등 타이의 모든 음식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듯하다. 남부, 북부, 중부 등 지역별로 나뉘어져 여행하는 맛도 난다. 개미 알, 굼벵이, 메뚜기 등을 넣어 만드는 북동부식 커리도 운 좋으면 만난다. 타이의 대표 가방 브랜드 나라야도 매장 안에 아기자기한 디저트 숍을 뒀다.
아이콘 시암의 화려함에 잠시 혼이 나가 어질어질하다면 방콕 전통시장인 ‘돈 와이’를 가볼 만하다. 포근한 미소로 맞는 상인들이 이웃 같다. 돈 와이는 라마 6세 때부터 존재한 유서 깊은 시장으로, 나무로 지어져 있어 운치가 있다. 매일 아침 7시에 문 열어 저녁 6시까지 영업하는 이 시장은 방콕에서 대략 30㎞ 거리에 있다. 좁은 통로를 걷다 보면 흉측한 냄새가 바짓가랑이를 붙잡다가 이내 애간장을 녹이는 단 향이 어깨를 툭 친다. ‘지옥의 향, 천국의 맛’이라 불리는 두리안과 과일의 여왕 망고스틴, 파파야, 드래건프루트(용과) 등이 좁은 시장 골목을 점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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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나타운 vs 소이나나
차이나타운은 타이가 길거리음식의 천국이라는 명성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도로 양쪽엔 포장마차가 즐비하고, 줄을 선 이들로 거리는 인산인해다. 요리사 시사몬 콩판은 타이의 길거리음식 시작을 60~70년 전 시골 장터 좌판에서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명물로 알려졌다. 먹방 <스트리트 푸드파이터>에서 백종원씨가 고깃국물에 겉만 살짝 튀긴 돼지고기를 담가 먹는 쌀국수를 차이나타운의 한 업장에서 먹는 바람에 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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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힙한 지역은 ‘소이나나’. 야오와랏의 라마 4세 골목에 자리 잡은 이곳은 밤이 되면 화려하게 변신한다. 타이의 환락가로 유명한 ‘수쿰윗 4’와 혼동하는 이조차 있다. 요즘 ‘힙지로’로 불리는 한국의 을지로와 비슷하다. 개조한 낡고 작은 건물들이 아기자기한 바, 독특한 예술 공간으로 변신하면서 한때 침체해 있던 이 지역이 최근 활기를 띠고 있다. 그중 ‘텝바’(Tep Bar)는 전통 악기 연주를 신나게 들으면서 칵테일과 타파스 등을 먹을 수 있는, 그야말로 힙한 공간이다. ‘티오티’(TOT·TEENS OF THAILAND)엔 줄이 길다. 이 지역을 찾는 데는 다소 인내가 필요하다. 특히 밤엔 어둑한 거리와 불 꺼진 집 때문에 참을성이 한계에 도달하지만,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에지 있는 문과 빈티지풍의 장식이 반갑다. 거부할 수 없는 낮술의 쾌락도 기꺼이 포기할 수 있을 만큼 매혹적인 밤의 향연이다. 방콕의 맛, ‘아로이 캅!’(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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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타이)/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참고 <방콕 포스트>, <타이 스트리트 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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