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20 20:09
수정 : 2019.02.2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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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원색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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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원색
원색 페인트 판매율 약 61.1% 달해
무채색은 가라···주민센터 등에서도 원색 인테리어 늘어
앞 다퉈 다양한 색 선보이는 패션·뷰티 업체들
출판업계에서도 색덕후 관한 책 출간해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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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원색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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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명에게 빨간색을 떠올리라고 했을 때, 그들의 마음속에 나타난 색깔은 전부 다른 색일 것이다.’ 독일계 미국의 미술가 겸 색채 전문가인 요제프 알베르스는 <색의 상호작용>에서 ‘같은 색도 채도·명도에 따라 다양한 색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 이유를 적었다. 개인의 상상력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색의 폭이 넓어진다는 얘기다.
최근 국내 패션·뷰티·인테리어 등 각 분야에서도 이처럼 다채로운 색을 찾는 이들이 많다. 노루페인트의 노루팬톤색채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매장에서 판매한 페인트 색을 분석한 결과 전통적으로 소비자에게 인기 있던 무채색(흰·검은·회색)의 전체 판매 비율은 약 35%에 그쳤다고 한다. 이에 반해 원색 페인트의 판매 비율은 약 61.6%(블루계열·29.5%, 그린계열·16.6%, 레드계열·15.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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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색의 페인트들. 사진 노루페인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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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팬톤색채연구소 김승현(43) 수석연구원은 “과거에는 무난함을 대표하는 무채색이 인테리어용으로 가장 인기였지만, 최근에는 비비드(채도가 높고 선명한)한 원색이 인기”라고 말했다. 파스텔톤의 핑크·그린부터 화려한 금속 소재의 레드·오렌지까지, 판매하는 원색의 종류도 다양해졌다고 한다. 김 수석연구원은 “자신의 개성을 색깔로 드러내려는 욕구가 이전보다 강해진 결과”라고 분석한다.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에 있는 신촌동주민센터. 들머리에 들어서자 쨍한 파란색과 연두색이 눈에 띈다. 통합민원 안내 데스크는 구획마다 파란색의 칸막이들이 놓여 있고, 그 앞에도 파란색의 의자들이 배치돼 있다. 주민들이 쉬어갈 수 있는 소파는 환한 연두색이다. 기존에 주민센터에선 흔히 볼 수 없었던 원색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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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동주민센터. 사진 마음 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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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디자이너 정은주씨는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는 공적인 공간에 활기를 불어 넣는 색이 바로 원색이다. 이 때문에 벽면이나 가구 등에 원색을 덧입히는 인테리어는 비단 가정집뿐만 아니라 주민센터, 병원 등에서도 점점 활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스타트업들이 모여 일하는 공유 사무실들도 원색 인테리어를 뽐내고 있다. 지난 1월에 오픈한 공유사무실 ‘위워크’ 삼성역 2호점. 톡톡 튀는 초록색의 벽면에 주황색 소파가 시선을 잡아 끈다. 색의 채도가 더 선명하게 보이게 보색 대비로 원색을 배치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초에 오픈한 위워크 디자이너 클럽도 마찬가지. 빨간색과 파란색이 그라데이션 된 벽면부터 예사롭지 않다. 흰 벽은 야자수 모양의 초록색 조명을 달아 색감을 더했다. 위워크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창조적인 생각을 하는 걸 돕기 위해 인테리어에 다양한 색채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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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워크 디자이너 클럽. 사진 위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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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의 고장이라 할 수 있는 패션·뷰티업계도 앞 다퉈 원색의 향연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2월1일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UNIQLO)는 ‘유니클로 유(Uniqlo U)’ 컬렉션을 통해 빨간색, 초록색 등 화려한 원색의 옷들을 선보였다. 단정한 기본 아이템으로 유명한 유니클로도 원색의 물결에 뛰어든 것이다. 뷰티 브랜드 ‘홀리카홀리카’와 ‘에뛰드하우스’는 올해 초 화려한 수십 가지 원색을 입힌 립스틱·아이섀도·블러셔 제품을 각각 52개, 120개 선보였다. 앞 다퉈 원색에 집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만큼 찾는 이가 많아서다. 드러그스토어 올리브영이 지난해 매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색조 화장품 매출이 2017년에 견줘 약 35% 신장했다고 한다. 박태윤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인스타그램 등에서 자신을 뽐내는 방법으로 다양한 원색을 과감히 쓰는 이들이 늘었다. 케이팝(K-pop)의 약진으로 걸그룹들의 화려한 화장법과 패션 스타일이 각광받게 된 것도 패션·뷰티 업계에서 원색이 떠오르게 된 이유”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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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구 아이새도 팔레트. 사진 홀리카홀리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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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색에 열광하는 색 ‘덕후’들에 관한 책들이 등장하는 등 출판업계도 원색에 반응하는 중이다. 핑크색을 좋아하는 이들에 관한 책 〈핑크 팔레트>가 대표적이다.
톡톡 튀는 컬러들이 자신 있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요즘, 색의 향연 속으로 ESC도 들어가 봤다.
김포그니 기자pognee@hani.co.kr
원색 빨강, 초록, 노랑, 파랑 등 채도(색의 선명도)가 높은 색들과 이들 색을 혼합한 유채색을 뜻한다. 색은 개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며, 그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에스엔에스(SNS) 등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게 자연스러워진 시대다. 이를 반영하듯 지금 원색을 입은 패션·뷰티·인테리어 등이 다채로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김포그니 기자pogn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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