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25 10:00
수정 : 2019.01.2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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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두백산 정상. 정상에 오르면 일대가 자세히 보인다. 사진 김유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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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강원도
강원도 고성, 찾는 이 적어 한적한 여행지로 최고
왕곡마을엔 남한 유일의 함경도식 한옥 볼 만
아야진항구 인근 해변은 보물 중 보물
파도 소리는 천상에서 들려오는 위로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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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두백산 정상. 정상에 오르면 일대가 자세히 보인다. 사진 김유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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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으로 갔다. 베테랑 편집자 경력을 뒤로하고 2017년 8월, 경기도 일산에서 고성으로 떠나왔다. 고성 아야진해변에 터를 잡은 온다프레스 박대우 대표의 이야기다. 이 출판사는 지난해 초 강원도 이주민 인터뷰집 <온다 씨의 강원도>를 펴냈다. 그사이 한가로움이 한없던 고성도 원주민과 이주민, 여행자가 뒤섞여 들썩이는 중이다. 그럼에도 한겨울의 고성은 고요하다. 무작정 떠나고 싶다면 고성으로 가는 버스를 타자. 고요한 고성 여행을 박대우 대표가 안내한다.
얼마 전 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아야진항으로 후배 하나가 다녀갔다. 이전 회사를 그만두고, 다소 무작정 떠나온 듯한 느낌의 여정이었다. 몰고 다니던 차를 놔두고 시외버스를 타고 와서는, 해변 언덕 꼭대기의 민박집을 일주일간 빌려 지내다가 돌아갔다. 그러고는 순전히 걸어서 혹은 버스로만 고성을 여행하고 돌아갔다.
여행을 즐기는 방식이 사람마다 제각각이고, 직장인들에게 일주일 시간 내기란 쉽지 않으니 이 같은 여행법을 누구에게나 권할 순 없겠다. 다만 그 방식을 어느 정도 모방하면서 가급적 ‘살아보다가 돌아가는’ 여정을 짜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강원도 영동지방의 모습은 여기 고성에서부터 저 아래 삼척에까지 다를 바 없다. 다만 경제개발 시기 이후에 한두 번은 크게 활황을 거치며 도시의 위용을 그나마 갖춘 도시들과 달리 고성은 그 한적함과 여유자적한 분위기에서 단연 돋보인다. 면적은 서울보다 넓음에도(고성군 665㎢, 서울 605㎢) 그 인구는 서울의 1개 동 인구에도 미치지 못한다면(3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대략 그 황량함이 체감될는지 모르겠다. 그리하여 7번 국도를 따라 북쪽을 계속 향하다 보면 어느새 왼편으론 설악산과 진부령 능선이, 오른편으론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이 곳에서 자연을 두루 느끼려면 하루는 백두대간 자락에서, 다른 하루는 해변에서 묵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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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건축 형태가 자랑거리인 왕곡마을의 한옥.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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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배는 어느 날 하루를 비워두고 송지호부터 왕곡마을의 두백산 정상까지 걸었다고 한다. 만약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서 왕곡마을을 찾는다면 터미널 바로 맞은편의 정류장에서 1번이나 1-1번 버스를 타고 ‘왕곡마을’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왕곡마을은 고려 말기에 터를 잡은 함씨들의 집성촌으로, 다른 한옥마을들이 주는 상업적인 느낌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옛 모습 그대로의 마을이다.(그러므로 여느 여행지처럼 편의점 하나 있겠지 하며 간식거리 하나 없이 찾아서는 낭패를 겪게 된다. 정말 고택들 외에는 찾을 수 없다) 이 마을에 보존된 한옥은 남한에서 유일하게 함경도식으로 지어진 것들이다. 함경도식 가옥은 본채에 외양간을 붙여서, 위에서 내려다보면 ㄱ자형이라는 특징이 있다. 바람과 눈을 이겨내기 위해 창문을 작게 냈으며 마루도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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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건축 형태가 자랑거리인 왕곡마을의 한옥. 사진 김준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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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곡마을이 위치한 곳은 고성군 죽왕면 오봉리로, 다섯 개의 봉우리로 둘러싸였다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그곳에는 다들 ‘아니, 이렇게 예쁜 교회가 있군요’ 감탄하며 들여다보는 오봉교회라는 곳이 있다. 마루에 앉아 듣는 풍경소리가 참 좋으므로 잠시 머물다 가길 권한다. 그렇게 마을을 걷다 보면 어느새 산마루 끝 집까지 닿는다. 거기에서부터 내처 부지런히 걷다 보면 두백산 정상까지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두백산 정상은 날이 좋을 때라면 동해와 설악산, 그리고 마을 바로 앞 호수인 송지호까지, 흔치 않은 풍광을 단번에 얻을 수 있다. 혹시라도 좀 더 드라마틱한 풍경을 바란다면 미시령 가까이 있는 화암사에서부터 신선대까지를 다녀오는 여정을 밟아도 좋다. 신선대 맞은편으론 너무나 유명한 울산바위가 그 위용을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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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곡마을에 있는 아름다운 교회, 오봉교회. 사진 김준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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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을 위와 같이 육지에서 보냈다면 그다음 날은 온종일 바다 옆을 걸어도 좋겠다. 고성의 아야진해변은 광활한 수평선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오래된 지구의 속살인 화강암에 앉아 그 바위틈을 유영하는 파도를 손으로 슬쩍 만져볼 수 있는 곳이다. 만약에 이른 아침에 들른다면 아야진항구에 배가 들어오는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데, 그것도 놓칠 수 없는 광경이다. 운이 좋으면 상품성이 떨어지는 해산물을 무척 싼 값에 구할 수 있다.
아야진해변에 도착하면, 해수욕장 곁의 언덕에 자리한 민박집 아무 곳에나 여장을 풀고는 가벼운 차림으로 길을 나서길 권한다. 혹시라도 이 겨울에 서핑 하는 이들을 보고 싶다면 남쪽으로 걸음을 옮겨 관동팔경 중 하나인 청간정을 지나 천진 해변으로 가면 된다. 그렇지 않고 북쪽으로 나아가다 보면 교암과 문암을 거쳐 백도에 닿게 된다. 그곳의 항구는 너무나 작고 깨끗해, 누구에게 선뜻 가보라고 하기도 아깝다.(이 글에서도 썼다 지웠다 했다) 선착장에는 고작 대여섯 척의 배가 한가로이 쉬고 있다. 그 마을을 지날 적마다 그 항구에서는 5분이라도 꼭 앉아 있다 돌아오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혹여나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난다면 아야진에서 일출을 보길 권한다.
벌써 2년이 지났다. 회사를 그만두고 수도권 생활을 청산하고는 이곳 아야진에 터를 잡은 지가. 당시에 내가 느끼던 조바심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있다. 잘살고 있는 건지 헷갈리는 것은 똑같다. 다만 저곳들을 걸을 때마다 나는 내가 확실히 나아졌음을 느끼곤 한다. 그리고 나와 같이 조바심을 느끼는 지인들에게 저 길들을 걸어보라고 권하곤 한다. 차가 있으면 속도를 줄여 다닐 만하다. 이곳은 간혹 내 앞과 뒤로 단 한 대의 차가 없는 때도 있으므로.
박대우(온다프레스 대표)
강원도 동쪽은 동해, 북쪽은 북한이 접해있는 지역이다. ‘강릉‘과 ‘원주’를 따 만든 이름이다. 설악산 등 산지가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산악도’(山岳道)로 분류한다. 100m이하의 저지대는 강원도 총 면적의 5.6%에 그치고, 그 외는 전부 산지다. 강원도의 최북단 위도는 ‘북위 38도37분’으로 국내에서 가장 북쪽에 닿아있다. 설악산, 철원, 인제 등 가장 추운 고장을 여럿 포함하고 있다. 강원도 동해안은 여름철 국내 휴가지로 가장 인기 높지만, 최근에는 겨울철 여행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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