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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소에 있는 얼어붙은 인공폭포. 사진 철원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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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겨울여행&강원도
약 3∼5시간, 얼어 붙은 강 위 걷는 이색 탐험
용암협곡·화강암 지대 등 아름다운 풍경 감상할 수 있어
철원군청 “1월27일까지 운영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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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소에 있는 얼어붙은 인공폭포. 사진 철원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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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철원군 한탄강에서는 매년 겨울 ‘얼음 왕국’이 펼쳐진다. 매년 이맘때면 꽁꽁 얼어붙은 한탄강 위를 걷는 ‘한탄강 얼음트레킹’ 축제가 열린다. 올해가 7회째다. 꽁꽁 얼어붙은 강 위를 걷는다는 특이한 콘셉트다. 조금이라도 기온이 올라가면 얼음이 녹아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한겨울에만 축제가 펼쳐진다. 올해는 지난 19일에 개막해 1월27일까지이다. ‘협곡의 얼음 강’을 걷는 건 어떤 기분일까. 지난 20일 ‘한탄강 얼음트레킹’을 체험하기 위해 강원도 철원을 찾았다.
지난 20일 오전 9시30분.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에 있는 태봉대교를 찾았다. 한탄강상류에 있는 다리다. ‘한탄강 얼음트레킹’ 코스는 태봉대교에서 시작한다. 미끄러운 얼음에서 넘어질까 봐 등산화에 아이젠(미끄러움을 방지하기 위해 신발에 장착하는 철 소재의 깔개)을 끼웠다. 철원군 홍의표 주무관은 “얼음이 평평하기 때문에 등산화 정도만 신어도 되지만, 아이젠도 하면 더 안전하다”고 말한다. 철원의 혹한을 견딜 수 있는 방한복과 장갑은 필수다.
일반적으로 얼음트레킹 코스는 ‘태봉대교→송대소→승일교→고석정→순담계곡’ 순으로 이어지는 총 7.5㎞ 거리다. 이 코스를 완주하는 이도 있지만, A코스(태봉대교→송대소→승일교)와 B코스(승일교→고석정→순담계곡)만 걷는 사람도 많다. 걷는 속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완주하는 데는 약 3시간에서 5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A코스는 현무암으로 형성된, 검붉은 색의 주상절리와 400㎡ 규모의 화강암지대를 구경할 수 있는 4㎞거리의 강 상류지역이다.
항상 얼어있기에 실제 제대로 ‘얼음트레킹’하려면 A코스를 추천한다고 홍 주무관은 말한다. 반면 가족과 가벼운 도보여행을 하고 싶다면 B코스를 택하는 것도 좋다. B코스는 약 3.5㎞로 A코스보다 거리가 조금 짧고, 고석정 일대부터는 ‘물 윗길‘(부교길)을 이용하는 게 특징이다. 얼음 위가 아닌 물에 뜬 고무 다리 위를 걷는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기암괴석(고석바위·마당바위 등)과 화강암 협곡 등을 구경할 수 있다. 주로 어린 자녀와 함께 온 가족들이 많이 찾는 코스라고 한다.
이왕 온 ‘한탄강 얼음트레킹’이니만큼 완주하기로 했다. 출발지인 태봉대교에 도착하니, 송대소로 내려가지 않고 상류 쪽으로 올라가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홍 주무관에게 “왜 코스의 역방향으로 가느냐”고 물었더니 출발 전에 직탕폭포를 구경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상류에서 약 10분 걸으면 나타나는 직탕폭포는 특이하게 세로보다 가로가 긴 폭포다. 높이는 3m밖에 안 되지만 너비는 50~60m 정도다. 철원 8경에 드는 이 폭포는 쏟아지는 물줄기가 그대로 얼어붙어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지역민들은 ‘난장이폭포’라고 부르지만, 홍 주무관은 “한국의 나이아가라 폭포”라고 자랑한다. <한국방송>(KBS)의 ‘1박2일’에 나와 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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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 얼음트레킹’ 축제에서 캠핑을 즐기는 이들의 텐트. 사진 철원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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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봉대교 쪽으로 방향을 바꾸자 ‘얼음 트레킹’에 나서기 전에 몸을 푸는 인파와 그 사이로 색색의 텐트 30여채가 보였다. 얼음 위에서 하룻밤 잠을 청한 이들이 쳐둔 것들이었다. 지난밤 아들과 ‘얼음강 비박’을 했다는 권순욱(51)씨는 “단단히 얼어붙은 강 위에서 하룻밤을 잘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날씨에 따라 잘 수 있는 기간도 한정적이어서 얼음트레킹 축제만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는 텐트가 아닌 얼음 위에서 침낭에만 의지해 하룻밤을 보냈고, 19살 아들은 텐트를 이용했다. 권씨는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보며 드는 잠은 꿀맛”이라고 말했다.
단단하게 얼었다고는 하나 살짝 걱정됐다. 철원군청 관광과 백승민 관광축제담당자는 “위험 사태를 막기 위해 경찰, 소방관, 구급요원 등 약 170명이 근방에 배치돼 있다”고 말했다.
오전 9시30분∼10시가 얼음트레킹을 시작하기 좋은 황금 시간대라고 한다. 홍 주무관는 “점심때 승일대교 근처에 먹거리 장터가 열리는데, 그곳에서 밥을 먹으려면 이 시간 출발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오전 10시 드디어 출발. 참가자 100여명과 얼음 강에 첫발을 디뎠다. 박정은(56) 국가지질공원 해설사가 함께했다. 축제본부는 지난해 전문교육을 받은 주민 27명이 해설사로 활동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태봉대교 앞 임시안내소에 가면 이들을 만날 수 있다. 하루 배치되는 해설사는 10명. 매일 오전10시·낮 12시·오후 2시마다 출발한다.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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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겨울옷을 입고 ‘얼음 트레킹‘에 나선 김포그니 기자(사진 가운데). 사진 철원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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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니 ‘쩌억’ 소리가 났다. 순간 겁이나 동작을 멈췄더니 박 해설사가 “얼음이 압력을 받아 나는 소리다. 놀라지 않아도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해 12월부터 평균 영하 20도에 가까운 강추위가 계속되면서 한탄강은 몸무게 60㎏ 이상의 성인이 걷기에 안전한 두께인 약 15∼20㎝ 수준으로 얼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위치에 따라 약 40㎝ 이상 언 곳도 있다고 한다. 그는 이어 주의할 점을 알려줬다. “정오가 되면 바위가 햇볕을 받아 뜨거워지기 때문에 바위 근처는 얼음이 다소 녹을 수 있다. 피해서 걷는 게 좋다”고 말했다. 철원군청은 제대로 얼지 않은 부근엔 빨간색의 ‘안전 깃발’을 꽂아뒀다.
깃발 안쪽을 따라 약 40분 정도 걸으니 복근에 힘이 들어갔다. 얼음 위에선 균형을 잡으며 걸어야 해서 생긴 힘이다. 근육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지칠 때 즈음 계곡 바람이 불어왔다. 오랜만에 걷기 운동을 해서인지 춥기보다는 시원했다.
기묘한 모양의 바위와 검붉은 색의 구멍 난 돌로 이뤄진 절벽이 강 양옆으로 펼쳐졌다. 주상절리(용암이 급히 식으며 형성된 5~6각형의 현무암)로 만들어진 협곡 송대소다. 약 30∼100m 높이에 달하는 이 절벽의 일부에는 인공폭포가 그대로 얼어 붙어, 마치 얼음 왕국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박 해설사는 “제주도는 주상절리가 바닷속에 가라 앉아 있기 때문에 자세히 보기 어렵지만, 한탄강의 주상절리는 직접 만져보며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얼음 강 트레킹’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오전 11시쯤 도착한 송대소에선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 구간은 가장 단단하게 얼음이 언 곳이기에 ‘외발 썰매’를 타는 등 얼음 강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는 이들이 많았다. 이날 아이처럼 웃으며 외발 썰매를 즐기던 허왕구(57)씨도 그중 한사람이다. 초등학교 동문들과 이곳을 찾았다는 허씨는 “어렸을 적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나무로 직접 썰매를 만들어 왔다”며 웃었다. 그를 따라 외발 썰매를 빌려 타봤더니 균형 잡기 쉽지 않았다. 노는 것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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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일교 ‘얼음 놀이터‘에서 팽이치기를 하고 있는 아이들. 사진 철원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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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낮 12시.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승일교에 다다르자 맛있는 냄새가 났다. 지역주민들이 운영하는 먹거리 장터가 한눈에 들어왔다. 간이식당 30여 곳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다. 식당마다 군고구마, 호떡, 김치전 등 각종 주전부리가 즐비했다. 쌀이 유명한 철원답게 이날은 철원산 쌀로 만든 떡국이 인기였다. 한 그릇에 2500원. 장터 주변엔 볼거리도 풍성했다. 철원군청에서 제작한 만리장성, 피라미드 모양의 눈 조각과 고드름으로 만든 터널, 얼음 기둥 등이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박정은 해설사는 아쉽게도 승일교에서 작별을 고했다. 홀로 1시간 정도 걷자 얼은 강 한가운데에 약 20m높이로 솟은 바위가 보였다. 거대한 화강암이 층층이 쌓인 고석바위다. 고석바위 근처부터 순담계곡까지는 한탄강이 어느 정도 녹아 물 위에 설치된 부교길을 이용해야 한다.
그렇다고 부교길만 걷는 것은 아니다. 군데군데 언 얼음 위를 걷기도 했다. 오후 3시30분쯤 드디어 최종 목적지인 순담계곡에 도착했다. 강 하류의 순담계곡은 밝은 회색빛의 화강암이 강 옆에 도열해 있었다. 추운 바람과 싸우면서 완주한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바위에 앉아 쉬고 있었다. 바위에 앉아 겨울 햇볕을 쬐다 보면 근심이 절로 사라진다. 일 년에 길어야 단 열흘 정도만 열리는 얼음왕국의 세계로 떠나보자.
철원/김포그니 기자pognee@hani.co.kr
강원도 동쪽은 동해, 북쪽은 북한이 접해있는 지역이다. ’강릉‘과 ‘원주’를 따 만든 이름이다. 설악산 등 산지가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산악도’(山岳道)로 분류한다. 100m이하의 저지대는 강원도 총 면적의 5.6%에 그치고, 그 외는 전부 산지다. 강원도의 최북단 위도는 ‘북위 38도37분’으로 국내에서 가장 북쪽에 닿아있다. 설악산, 철원, 인제 등 가장 추운 고장을 여럿 포함하고 있다. 강원도 동해안은 여름철 국내 휴가지로 가장 인기 높지만, 최근에는 겨울철 여행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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