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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18 09:05 수정 : 2019.01.18 20:24

영화 <인어공주>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커버스토리┃우체국

영화에서 집배원은 아날로그 생활방식 표현
<리틀 포레스트>·<러브레터>·<인어공주>·<일 포스티노> 등
남자는 배달부, 여자는 우체국 직원일 때가 많아
남녀 역할분담 강했던 과거 표현이기도
집배원은 여전히 다양한 캐릭터

영화 <인어공주>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자연이 가까웠던 옛날 사람들의 생활 감각을 생각하게 된다. 소식을 전하기도, 어디든 오가기도 쉽지 않던 때 이야기니까. 밤 10시에 주문을 마치면 다음 날 출근 전 새벽에 신선식품을 배송 완료하는 세상. 우체국이 영화에 등장한다는 건, 그런 아날로그 정서를 일깨우는 면이 있는 듯하다. 아이피(IP) 추적이 되고, 상대방이 읽었는지 확인 가능한 이메일과 달리, 요즘 세상에 일반우편으로 편지를 써 보낸다는 말은 반쯤은 유리병에 넣은 편지 같은 인상을 준다. 과장되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연말에 국내외로 연하장을 써 보낸 결과 2일부터 30일까지 받았다는 연락이 오는 데는 차이가 있다. 심지어 우편물이 홍보물밖에 없어서 아예 우체통 안을 들여다보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뜯지 않고 버려지는 우편물이 많음은 물론이고. 그래서 우체국이 영화에 등장할 때, 대체로 직면하기 어려운 과거의 인연을 보여주기 위해서, 아날로그적인 생활방식을 강조하기 위해서 같은 이유가 많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한겨레> 자료사진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우편배달부가 편지를 배달하는 대목이 있다. 서울에서 연달아 큰 시험에 실패한 주인공 혜원(김태리)은 고향 집으로 돌아와 농사를 지으며 겨울을 보낸다. 어머니와 살던 집. 어머니는 떠나고 연락이 없는 채, 혜원은 혼자 집을 지킨다. 어느 날 혜원에게 우편물이 오는데 우편배달부(박원상)가 배달을 온다. 그리고 혜원을 알아본다. 마치 시간이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듯한 농촌지역 작은 마을 사람들과 정서를 전달하는 방식 중 하나가 우편배달부의 등장인 셈이다. 사람이 편지를 들고 다른 사람에게 편지를 가져다준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받을 사람이 집에 있는지 확인해보고 보내는 것도 아닌 상황이다. 집 전화와 더불어 일반우편으로 보내는 편지는 ‘받는다’만큼이나 ‘보낸다’가 중요한 행위인 셈이다. 설령 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와이 지 감독의 일본영화 <러브레터>에서도 마찬가지.

집배원이 주인공인 영화도 있다. 이때 집배원은 그리움과 순수를 상징하는 존재로 등장하는데, 박흥식 감독·전도연·박해일 주연의 <인어공주>,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필립 누아레 주연의 <일 포스티노>가 대표적. 나영(전도연)은 경제적으로 무능한 아버지 진국과 생계를 책임지고 사느라 지친 어머니 연순(고두심)의 딸이다. 가출한 아버지를 찾아간 섬에서 우체부가 나영을 돌아본 순간 시간이 뒤틀린다. 그리고 나영은 스무 살의 어머니와 어머니의 첫사랑인 우체부 진국(박해일)을 보게 된다. <인어공주>의 부제를 짓는다면 ‘우체부는 시간을 싣고’ 정도가 아닐까. 여기서 저기로 편지를 배달하는 존재가 과거와 현재를 접붙이는 신비로운 매개가 된다. 우정사업본부의 적극적 지원으로 만들어졌다.

집배원이 주인공인 영화 중 가장 유명한 영화 <일 포스티노>. <한겨레> 자료사진

우편배달부가 주인공인 영화 중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라면 <일 포스티노>를 꼽을 수 있을 듯하다. ‘일 포스티노’라는 제목은 이탈리아어로 우편배달부를 뜻한다. 시인 파블로 네루다(필립 누아레)는 조국 칠레에서 추방당해 이탈리아 정부의 도움으로 나폴리 근처 작은 섬에서 살게 된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시인 때문에 섬 우체국에서는 쇄도하는 우편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어부의 아들인 마리오를 우편배달부터 고용한다. 마리오는 네루다에게서 시에 대해 배우고 베아트리체에 대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애쓴다. 황지우 시인은 ‘일 포스티노’라는 시를 쓰기도 했다. ‘이 섬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해보라니까는/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으로 답한 너,/내가 그 섬을 떠나 너를 까마득하게 잊어버렸을 때/너는 밤하늘에 마이크를 대고/별을 녹음했지’라는 시구는 영화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옮겨낸 것이다.

한국영화 중에는 우체국 직원이 주인공인 영화들도 있다. 이미 <인어공주>의 주인공 나영이 창구직원 설정이기도 했지만, 우체국을 배경으로 남자가 등장할 때는 배달부로, 여자가 등장할 때는 창구직원으로 등장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는 실제로 업무별 성별이 사실상 지정되어 있었던 과거부터의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영화에 등장할 때는 그 업무가 캐릭터의 성격에 반영된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다른 말로 하면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식의 역할분담이 우체국을 배경으로 한 여성과 남성 캐릭터 사이에 이루어진다는 말인데, 배달부인 남자는 대체로 ‘이동하는’ 직업의 사람이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으로 그려진다면, 창구직원인 여자는 대체로 ‘내성적인’ 성격으로, 그로 인한 특징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2017년에 개봉한 <가을우체국>에서 주인공 수련(보아)이 우체국 직원이다. 10년간 그저 짝사랑을 하는 역할이다. 이윤기 감독의 <여자, 정혜>의 정혜(김지수) 역시 우편취급소 직원이다. 차분하고 정적인, 그래서 평소라면 스쳐 지나며 의식하지 못할 유형의 사람이지만, 그가 지닌 과거가 드러나면서 그 겉모습 안에 숨은 비밀을 알게 된다.

2017년에 개봉한 영화 <가을우체국>. <한겨레> 자료사진

우체국이 배경으로 등장할 때 그곳의 사람들은 사랑과 추억을 배달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으로 캐릭터화되는 경향도 볼 수 있는데, 그만큼 ‘방심하기 좋은 타인’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바로 우편배달부다. 일본의 사부 감독이 연출한 <포스트맨 블루스>는 배달해야 할 편지들을 뜯어보게 된 우편배달부 이야기로 방심하게 되는 보통 사람이 휘말리는 엉뚱한 사건들을 그렸으며, 케빈 코스트너가 연출과 주연을 맡은 <포스트맨>은 인류 종말의 순간에 찾아오는 희망을 뜻하는 존재로 우편배달부의 옷을 입게 된 남자를 그린다.

이다혜(작가·<씨네21> 기자)

우체국 편지쓰기는 문학이나 영화의 오래된 주제다. 예전에는 편지 같은 우편물을 접수하고 배달하는 곳이 우체국이었다. 스마트폰과 에스엔에스(SNS)가 보편화하면서 우편물이 급감하자 요즘은 택배와 예금?보험 판매가 우체국의 주요 수입원이다. 우체국은 전국 2천여개가 있으며, 우편 업무만 취급하는 우편취급국도 있다. 우편 사업의 적자를 만회하려고 ‘알뜰폰’ 판매나 건물임대, 인터넷쇼핑몰 같은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4차 산업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우체국을 신설하거나 1인용 전기차를 도입하는 등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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