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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03 09:04 수정 : 2019.01.03 20:51

최근 20~30대가 즐겨 찾는 마라요리 전문점인 ‘마라토끼’의 마라탕. 2019년 ‘대세 음식’으로 맵고 얼얼한 마타랑이 뜨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커버스토리┃마라
최근 고수 등 향신료 인기 날로 높아져
20~30대 중심으로 상승 중인 마라탕 인기
중국 쓰촨의 음식···맵고 아픈 통각의 맛
한국야쿠르트 등 식품회사들 잇따라 신제품 출시

최근 20~30대가 즐겨 찾는 마라요리 전문점인 ‘마라토끼’의 마라탕. 2019년 ‘대세 음식’으로 맵고 얼얼한 마타랑이 뜨고 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부 야오 팡 샹차이’(중국·대만), ‘짜우 임싸이’(홍콩), ‘마이 사이 팍치’(타이), ‘난남베 마테바네’(미얀마), ‘쏨 꼼딱지’(캄보디아), ‘콩 쪼 라우 텀’(베트남), ‘노 코리앤더 플리즈’(영어권). 외국 식당에서 고수를 빼 달라는 표현을 한국어로 알려주는 해외여행 팁이 온라인 세상 이곳저곳에 돌아다녔다. 해당 표현과 고수 그림을 프린트한 기발한 티셔츠도 있다. 싫어하는 사람들은 몸서리치게 싫어하지만, 요즘은 고수 맛을 즐기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베트남 샌드위치 바인미에도 고수를 듬뿍 넣어 먹는다. 여행을 가면 평소 접하지 않던 식재료나 향신료 한두 가지씩은 배워 온다. 홍콩이나 대만에 가면 고수뿐 아니라 팔각 향에 흠뻑 젖는다.

화교가 운영하는 중식당이 많은 서울 마포구 연남동을 걷다가 진한 향신료와 어우러진 고깃국물 냄새에 이끌려 들른 작은 가게가 있다. ‘대만식 소고기탕면’을 파는 ‘연남다식’이다. 육수에 들어간 토마토가 새콤하게 입맛을 돋우고 짭짤하게 간이 밴 소고기 장육에도 팔각 향이 감돈다. 접시 바닥까지 싹 비우자 가게를 운영하는 손덕린 사장이 재미난 말을 했다. 한 달에 한 번, 두 달에 세 번 이상 오지 말라는 거다. 모름지기 식당 주인이면 손님이 매일 찾기를 바라지 않을까? 이유를 물었다. 자주 먹다가 싫증이 나면 6개월 동안 안 온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한 번 지겨워지면 반년은 지나야 그 맛이 생각나 다시 찾아온다는 뜻이다. 향신료가 그렇다.

향신료의 존재감이 확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뱅쇼를 끓이는 카페에서 따스하고 달콤한 시나몬과 정향(클로브) 향을 맡으면 겨울을 실감한다. 얌꿍을 먹다가 시큼한 레몬그라스를 씹었을 때. 마라샹궈를 먹다가 화자오(花椒) 덩어리를 깨물면 훅 퍼지는 향에 화들짝 놀란다. 영어로는 쓰촨페퍼라 불리는 화자오는 젊은 층을 사로잡은 ‘마라’(麻辣) 양념의 핵심이다. 고추를 씹으면 화끈하게 열이 나는 듯 혀가 아프다. 캡사이신이 통각을 자극한다. 고추만 먹으면 ‘후하, 후하’ 혀를 식히느라 요란을 떨었겠지만, 여기에 화자오의 산쇼올 성분이 더해진 마라의 매운맛은 얼얼하게 마비되는 느낌이 추가된다. 찌르는 감각과 마비되는 감각의 향신료를 조합한 덕분인지, 홀린 듯이 먹게 된다. <맛의 원리>를 쓴 최낙언은 ‘강한 자극은 맛을 기억하는 데 큰 영향을 준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마라토끼’의 마라탕.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마라 양념에 한 번 맛을 들이면 누가 말만 꺼내도 마라 요리가 간절해진다. 훠궈는 여럿이 모여 느긋하게 재료를 익혀 먹는 편이 좋지만, 원하는 재료를 골라 무게대로 계산하면 바로 조리해주는 마라탕은 혼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마라탕은 여럿이 한 솥을 쓰는 훠궈를 간소화하고 개인화했다. 대나무 꼬치에 꿴 재료를 매운 국물에 데치고 양념을 더 올려 내주는 촨촨샹(串串香), 소고기나 천엽, 해물과 채소에 국물을 더해 내는 마오차이(冒菜)도 훠궈에서 갈라져 나온 쓰촨 청두의 길거리 음식이다. 중국 베이징 등 대도시로 퍼지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게 된 마라탕은 한국에도 빠른 속도로 자리 잡았다.

음식 배달 앱의 중국요리 항목엔 늘 있던 짜장, 짬뽕을 파는 중국집 사이에 마라탕 배달 식당이 들어갔다. 치킨 프랜차이즈 비비큐는 ‘마라 핫 치킨’을, 한국야쿠르트의 가정 간편식 ‘잇츠 온’은 중식 전문가 정지선 셰프와 손잡고 ‘누룽지마라두부키트’와 ‘우육면키트’를 선보였다. 마라요리 인기가 언제까지 갈지도 궁금해진다. 마라는 언제 질릴까? 질려도 반년 후에 다시 찾게 될까?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마라 얼얼하고 매운맛. 중국을 대표하는 맛 중의 하나. 마라탕이 대표적인 음식. 마라탕은 중국 쓰촨성이 고향인 음식으로, 충칭과 청두가 유명하다. 중국 베이징 대학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마라탕이 최근 2~3년 전부터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얼얼하게 매운 ‘마라’는 라면, 치킨, 편의점 간편식으로 확장하는 중이다. 마라탕의 얼얼한 맛을 내는 향신료는 화자오(花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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