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11.29 09:35 수정 : 2018.11.29 09:40

오은주양이 그린 그림 지도 ’지도, 세상과 소통하다’. 그림 지도 오은주 제공

커버스토리┃지도

지도는 인류의 역사를 바꾼 물건
무역 활발할수록 지도는 필수품 돼
21세기 들어 GPS 장착 지도 나와
최근 라이프스타일 담은 이색 지도 등장
채식 식당·동네 서점 지도 등

오은주양이 그린 그림 지도 ’지도, 세상과 소통하다’. 그림 지도 오은주 제공

“지도는 인류의 역사를 바꾸는 매우 독특한 물건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사이먼 가필드는 <지도 위의 인문학〉에서 ‘지도’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미국의 탄생도 어찌 보면 지도 한 장에서 비롯됐다. 1492년 이탈리아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잘못 그려진 지도를 들고 서쪽 바다로 나갔다가 애초 찾으려고 했던 인도 대신 아메리카 대륙(미국)을 발견한다. 국가와 도시가 발달할수록, 바다 건너 교역이 활발해질수록 지도는 인류에게 중요한 필수품이 됐다. 포르톨라노 해도(1492년), 발트제뮐러 지도(1507년), 메르카토르 세계 지도(1569년), 프랑스 지도(일명 카시니 지도, 1733~1815년) 등 수많은 지도가 탄생했다.

지도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큰 변화를 맞는다. 2005년 구글이 위성지도 서비스 ‘구글어스’를 선보이면서다. ‘지피에스’(GPS·지구상위치시스템)기능을 장착한 구글의 이 지도 서비스는 2000년대 중후반 ‘지도 앱’으로 발전한다. 지도 전문서 〈맵인사이트:지도를 보는 따스한 시선>의 저자 임영모(47)씨는 “과거에는 지도 한 장을 맹목적으로 믿고 떠나는 ‘지도 중심’의 문화였다면, 이제는 개인이 지피에스 기능이 장착된 ‘지도 앱’을 통해 자신이 있는 현재 위치에서 가고픈 곳을 설정한다”고 말한다. 지도의 중심이 ‘지형’에서 ’개인’으로 옮겨간 것이다. 그는 “의식주 해결이 가장 큰 과제였던 때에서 자기만의 취향이 중요해진 시대로 옮겨온 것이다”고 강조한다. 지도와 일상이 밀착된 ‘지도 라이프’를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그래서일까. 최근에는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이색 지도’들이 늘었다. 채식이나 종교적인 이유로 특화된 식당을 찾아야 하는 이들에게 이런 특별한 지도는 필수품이다. 이전에는 입 소문에 의지했다면 이제는 지도 앱 ‘채식한끼’, ‘근처 할랄 음식 찾기’ 등을 이용하면 더 다양한 가게들을 찾을 수 있다. 스릴러 장르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대형서점에서 헤맬 필요 없이 한 장르만 취급하는 전문서점을 알려주는 책방 지도 앱 ’동네서점’ 등에 도움 받으면 된다. 이런 ‘지도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원스토어’, ‘앱스토어’ 등에서 다운 받을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 6월 ‘공무원 청렴도’ 지도도 등장했다. 국민권익윈원회에서 2017년 공공기관 청렴도를 조사한 측정 결과를 1등급에서 5등급까지 색상으로 구분한 지도다. 광역·기초 자치단체와 시·도 교육청 등 각 지역별 공공기관의 청렴도 수준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이 지도는 국민권익위원회 누리집(www.acrc.go.kr)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이밖에도 독특한 디자인이 강조된 지도들도 ‘지도 라이프’를 즐기려는 이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제로퍼제로’의 ‘레일웨이 시스템’(세계 지하철노선도)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태극 모양의 서울 지하철노선도(2008년), 하트 모양의 미국 뉴욕 지하철노선도(2009년) 등 독특한 디자인 지도를 선보여 2008년 독일 ‘이프(iF) 디자인 어워드’, 2009년 미국 ‘아이디이에이(IDEA) 디자인 어워드’에서 금상과 은상을 수상했다.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제로퍼제로’가 제작한 하트 모양의 미국 뉴욕 지하철노선도. 출판사 <프로파간다> 제공

지도는 어른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지도와 관련된 재밌는 어린이 대회도 있다. 1993년부터 국제지도학회(ICA)가 주관해 온 ‘세계 어린이 지도 그리기 대회’는 ‘나만의 특별한 세계지도’를 주제로 한 그림 지도 경연대회로 전 세계 만 6∼12세의 어린이들이 참가 대상이다. 지난해 7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이 대회 6∼8세 부문에서 당시 8살이었던 수원 파장초등학교 3학년 오은주(9)양이 그린 지도 '지도, 세상과 소통하다'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꿀벌들이 꿀을 모으는 벌집을 세계 지도로 표현한 이 지도는 독창성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오양의 지도를 보면 꿀벌(세계인)들이 벌집(세계 지도) 위를 이리저리 오간다. 이 지도에서만큼은 국경 없는 하나의 ‘벌집’에 인종 구분 없이 꿀벌들이 모여 있다. 오양은 지난 2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가족과 산책하는 중에 우연히 본 꿀벌들의 날아다니는 모습이 마치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처럼 보였다”며 ‘꿀벌’을 소재로 지도를 그리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지도로 하나의 가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제로퍼제로’가 제작한 태극 모양의 서울 지하철노선도. 출판사 <프로파간다> 제공

이처럼 요즘 지도는 취향을 안내해주는 지름길이자 정치 행정을 들여다보는 거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지도 한 장으로 재밌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고도 말한다. 과연 어떤 지도를 가져야 일상을 신나게 보낼 수 있을까? ESC가 아는 사람만 안다는 국내외 이색 지도들을 펼쳐 봤다.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제로퍼제로’가 제작한 튤립 모양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지하철노선도. 출판사 <프로파간다> 제공
김포그니 기자pognee@hani.co.kr

지도 지형을 기호·문자 등 객관적인 형식을 사용해 실제보다 축소된 형태로 평면상에 나타낸 것을 뜻한다. 종래의 지도는 대부분 종이로 만들어졌으나, 2000년대 중반부터는 웹 지도, 지도 앱 등으로 형식이 다양화됐다. 최근에는 ‘채식 지도’, ’반려동물 지도’ 등 개인의 취향을 담은 지도 앱도 등장했다. 거주지 일대를 직접 다니면서 스스로 지도를 제작하는 이들도 생겼다. 이른바 ‘지도 라이프’가 일상에 파고들고 있다.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커버스토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