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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15 09:11 수정 : 2018.11.15 19:36

작품 <향>(2018, mix media). 황로우 작가는 소셜 펀딩 텀블벅을 통해 ‘명상의 시간 : 2019 명상 달력, 명상 굿즈’를 선보였다. <향>은 명상 달력의 7월 그림이다. 황 작가도 명상을 한다. 그는 “명상은 몸이 피로하거나 마음이 어수선할 때 가장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림 황로우 홈페이지 www.hwangrowoo.com, 인스타그램 @hwangrowoo

커버스토리┃명상
과학·의학·디지털과 만난 명상
대중의 일상에 바짝 다가앉아

작품 <향>(2018, mix media). 황로우 작가는 소셜 펀딩 텀블벅을 통해 ‘명상의 시간 : 2019 명상 달력, 명상 굿즈’를 선보였다. <향>은 명상 달력의 7월 그림이다. 황 작가도 명상을 한다. 그는 “명상은 몸이 피로하거나 마음이 어수선할 때 가장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림 황로우 홈페이지 www.hwangrowoo.com, 인스타그램 @hwangrowoo
“허리를 펴고 앉으세요. 가슴과 어깨에 힘을 빼세요.” 차분하고 친절한 목소리의 안내에 몸을 맡긴다. 아니, 마음을 맡긴다. 지난 11월1일부터 7일짜리 온라인 무료 명상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고요한 와중에 삐죽한 생각이 떠오른다. “졸리는데… 졸겠다고 한 명상이 아닌데…” 희미해지는 의식을 다잡아 보지만 소용없다. “드르릉~” 코 고는 소리에 스스로 놀라 화들짝 깼다. 그렇게 첫 날 명상이 끝났다. 명상의 세계를 취재해보겠다고 뛰어들었는데, 명상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졸기만 하다 끝날까 걱정스러워졌다.

흔히 명상에 뒤따라 붙는 말들이 있다. 신비로움, 종교, 비이성, 초자연. 눈을 가늘게 뜨게 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듯한 단어들의 조합이 자주 눈에 띈다. 명상과 과학, 명상과 의학, 명상과 디지털, 명상과 산업 그리고 명상과 청년. 눈을 크게 뜬다. 청년들은 출근길 지하철과 버스에 앉아 귀에 이어폰을 꽂고 과학적인 연구로 그 효과가 입증된 명상 프로그램을 재생한다. 디지털 기기를 꺼놓아야 가능할 것 같던 명상인데,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지난 3월 한국과학기술대학교(KAIST)는 명상과학연구소를 열었다. 명상을 안내하는 앱 ‘마보’는 유료 구독자가 6만명을 넘어섰다. 영어 기반의 명상 관련 앱은 1300여개에 이른다. 미국의 2017년 명상 관련 경제 규모는 약 6조7천억원(60억 달러)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명상이 이처럼 빠르게 대중화하고 있는 데는 ‘과학화’가 한 몫을 하고 있다. 뇌 과학과 심리학, 의학 방면의 연구자들이 명상과 마음 그리고 몸의 관계를 파고들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와 동시에 생겨나고 또 널리 알려진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은 대중의 일상에 바짝 다가앉았다. 이 명상은 ‘자신의 행위를 비판단적 자세로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기’를 통해 이뤄진다. 존 카밧진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 의과대 명예교수가 1979년 고안했다. 그 뿌리는 불교의 수행법인 ‘위파사나’에 두고 있다.

미국에서는 구글의 엔지니어이자 명상가인 차드 멍 탄이 마음챙김 명상에 기반을 둔 ‘내면검색’이라는 프로그램을 2007년 내놓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명상 열풍이 일었고, 이어지고 있다. 해마다 명상 관련 콘퍼런스인 ‘위즈덤 2.0’이 열리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정신질환의 치료에 마음챙김 명상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정신사회재활센터는 성인의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필수 프로그램으로 마음챙김 명상을 채택하고 있다.

의심을 거둔 사람들은 명상을 운동처럼 여긴다. 마음을 위한 운동 말이다. 올해 26살인 이선재씨는 이렇게 말한다. “어떻게 보면 운동도 내가 생각하는 명상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머리를 비우고 몸에 집중하면서 하니까. 그런데 운동은 정말 하러가기가 쉽지 않은데 명상은 더 가깝게 할 수 있다.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에 명상을 통해 내 마음을 내가 만드는 게 좋고 또 중요하다.”

11월7일 명상 프로그램의 마지막 날이다. 고요하게 앉아있지만, 화가 가득한 하루였다. 횡단보도를 건너가는데 속도도 줄이지 않고 차가 달려들다시피 하자, 버럭 참을 수 없는 화가 났다. 명상은 화를 내지 않는 나를 만드는 과정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분노가 나를 덥석 집어삼키지 않게 도와주는 듯했다. “들숨에 지금, 날숨에 여기.” 지금 여기 고요하게 앉아있는 나를 스스로 바라본다. 졸림은 완전히 물리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조바심은 물러갔다. 언젠가 안 졸면서 내 마음을, 나를 알아차릴 수 있겠지. 몸의 운동도 그렇지만, 마음의 운동도 꾸준해야 한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명상 사전적 뜻은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하다’이다. 그러나 정작 명상 전문가들은 생각을 거두고, 감각과 마음에 집중할 것을 권유한다. 40년 전부터 체계화한 ‘마음챙김 명상’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명상은 종교적 색채를 덜고, 과학화한 특징을 갖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정신 질환의 치료에 명상을 도입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의 마음 건강과 스트레스 관리에도 명상이 좋은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명상은 디지털 기기를 꺼둬야 가능할 것 같지만, 청년들은 스마트폰 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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