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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08 09:19 수정 : 2018.11.08 09:37

‘윤형빈 소극장’에서 공연을 마친 개그맨 윤형빈(사진 왼쪽)과 김지호 사진 강나연 객원기자

커버스토리|농담

윤형빈·김지호·홍윤화·김민기·김영·김승진 등
내로라하는 개그맨 총출동 ‘농담의 비결’ 대방출
“관찰, 상상력, 어휘력 중요”···“평소 유머 스토리 짜두길”

‘윤형빈 소극장’에서 공연을 마친 개그맨 윤형빈(사진 왼쪽)과 김지호 사진 강나연 객원기자
팍팍한 하루를 마감하며 보는 코미디 영화 한 편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피식피식 웃다 보면 울적함과 피로가 가시는 기분이다. 나라고 못 할 게 뭐 있나 싶어 주인공의 농담을 따라 해 본다. 이상하다. 똑같은 말인데 그가 하면 ‘빅잼’, 내가 하면 ‘노잼’이다. 그래서일까? 옆자리 동료가 말 한마디로 물개박수를 받을 때면 부러움 섞인 감탄이 밀려온다. 크! 저 재치, 저 감각! 타고났네, 타고났어!

정말 그럴까? 유머 감각은 타고나는 걸까? 아니다. 유머도 스포츠나 악기 연주, 요리와 마찬가지다. 해봐야 할 수 있고, 많이 해봐야 잘할 수 있다. 그러니 주목하시라. 지금부터 공개하는 ‘농담의 비결’은 <한국방송>(KBS) 개그맨 공채출신 윤형빈과 김지호, <에스비에스>(SBS) 희극인 공채출신 홍윤화와 김민기, 김영, 김승진에게서 귀띔 받은 것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윤형빈 소극장’과 ‘제이디비(JDB)스퀘어’에서 <관객과의 전쟁>과 <투깝쇼> 공연을 끝낸 그들에게 물었다. “어떡해야 ‘잘’ 웃길 수 있나요?”

■ 평소 사람들이 나를 보며 ‘터지는’ 부분부터 발견하라

“누구나 특화된 분야가 있어요. 언어유희로 웃기는 사람, 패러디로 웃기는 사람, 몸 개그로 웃기는 사람, 성대모사나 모창으로 웃기는 사람, 모든 게 다 되는 사람. 말이건 행동이건 내가 뭘 했을 때 상대방이 ‘피식’하는지부터 눈여겨보고 관찰하는 게 좋아요.”(김영)

“맞아요, 김영 선배는 남을 놀리거나 자기가 바보 되는 스타일, (홍)윤화는 연기로 경쟁하는 스타일, (김)승진이는 몸을 잘 쓰는 스타일, 저는 공감대를 건드리는 스타일인 것처럼, 개성이 다 달라요. 별 생각 없이 한 말인데 사람들이 빵 터졌다? 그걸 놓치지 말고 기억해두세요.”(김민기)

■ 레퍼토리를 만들어놓고, 달달 연습하라

“레퍼토리를 만들어두는 걸 추천해요. 처음엔 독창적인 레퍼토리를 만들기가 쉽지 않으니 남이 한 얘기 중 재밌는 걸 몇 가지 적어두고 계속해보는 거예요. 정확한 타이밍에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게 어렵다고요? 물론 어렵죠. 그럴수록 달달 외워서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해봐야 해요. 어느 순간 그게 입에 붙어서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럼 비슷한 레퍼토리의 다른 ‘드립’도 칠 수 있어요.” (윤형빈)

“개그맨들은 그런 레퍼토리를 숱하게 갖고 있어요. 쓰다가 버리고 쓰다가 또 만들어요. 팁을 드리자면 예능프로그램 녹화 영상을 틀어놓고 웃길 것 같은 타이밍에 미리 멈췄다가, 그 사람이 말하기 전에 말해 봐요. 그러고선 그 사람과 내가 말한 걸 비교해보는 거죠. 그 말을 똑같이 해보기도 하고, 내 멘트는 웃긴가? 평가도 해보고요. 저도 20대 땐 레퍼토리를 빼곡히 적어 놓은 노트가 있었어요. 형빈이 형도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할 때 ‘안녕하세요? 초롱이(당시 예명)입니다’부터 ‘안녕히 계세요’까지 다 적어둔 적이 있었고요.” (김지호)

‘윤형빈 소극장’의 <관객과의 전쟁> 공연 모습. 사진 ’윤형빈 소극장’ 제공
■ 아이디어는 ‘포켓몬 고’…‘안테나’를 켜고 다양한 사회?문화를 접하라

“영화, 드라마, 만화, 유튜브 같은 영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요. 책도 보고요. 책은 자기 전에 보면 잠이 쏟아지거든요.(웃음) 기사랑 댓글도 챙겨 보는데, 요즘은 댓글 보다가도 빵빵 터져요. 재밌는 분들이 많아요. 시사와 시류를 알면 차별화된 유머를 구사할 수 있어요. 단순히 ‘너 지금 치고 들어오는 거야?’ 하기보단 ‘어, 탄도미사일 날리네?’라고 하면 같은 농담이어도 좀 더 고급스러워지죠.” (김지호?윤형빈)

“아이디어는 ‘포켓몬 고(증강현실게임)’ 같은 거예요. 어디에 뭐가 있을지 몰라요. 길에서 부딪힌 사람이랑 대화하다가, 버스 방송 듣다가, 술 먹다가, 영화나 드라마 보다가 ‘어, 이거 재밌는데?’ 싶으면 냅다 저거나 암기해요. 안테나를 계속 세우고 있어요. 평소 민기 오빠(홍윤화의 연인이 김민기)랑 장난을 많이 치는데, <에스비에스>(SBS)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코너 ‘민기는 괴로워’도 오빠와 장난치다 구상한 거였어요.” (홍윤화)

■ 상대와의 친밀도를 고려하라

“똑같은 말이라도 서로 얼마나 친밀한지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어요. 평소 동료들이 저한테 ‘야, 너 떡볶이 2인분 시켜야 하는 거 아냐?’하면 ‘뭔 소리야! 난 3인분은 시켜야지. 어묵도 시켜!’ 이렇게 되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 와서 갑자기 ‘2인분은 먹어야 하는 거 아녜요?’ 하면 저도 모르게 ‘예?’하고 놀라요.

제삼자가 볼 때도 마찬가지예요. 농담을 주고받는 두 사람의 호흡이 좋고 짝짜꿍이 착착 맞으면 그걸 보는 제삼자도 불쾌하지 않아요. 근데 둘 중 하나라도 불편해하는 기색이 보이면 제삼자 입장에서도 그게 불편하게 느껴지거든요. 그런 걸 고려해야 센스 있는 유머를 구사할 수 있겠죠.” (홍윤화)

“개그 무대는 놀림 받고 당하는 역할도 있지만, 일반적인 자리는 다르죠. 모든 사람이 웃을 수 있는 농담이어야 합니다. 누구 하나 기분 나쁜 농담이어선 안 돼요. 남을 불쾌하게 하면서까지 놀리는 건 재밌는 게 아니에요. 만약 험상궂은 사람이 누굴 놀려서 웃기면, 그건 웃기는 게 아니라 겁주는 거잖아요?”(김영?김민기)

‘제이디비(JDB)스퀘어’의 <투깝쇼>에 출연한 개그맨들.(사진 왼쪽부터 김승진·홍윤화·김민기·김영) 사진 강나연 객원기자
■ 고정관념 없이 관찰하고, 상상하고, 비틀어라…‘낯설게 하기’의 습관화

“유머는 ‘의외성’, ‘반전’이잖아요. 똑같은 것도 남들과는 다르게 봐야 하니 관찰력이 필요하죠. 일상생활이건 개그프로그램이건 유심히 보면서 저게 왜 재밌는지 고민해보고, ‘저런 말은 저렇게 바꾸면 재밌겠다’거나 ‘저런 상황에서는 보통 저렇게 행동하지만 반대로 해보면 어떨지’를 생각해요. 영화를 볼 때도 그래요. 그냥 보면 ‘저런 게 있었나?’ 싶을 정도로 대수롭지 않은 장면인데, 개그맨의 눈으로 보면 유독 꽂히는 장면이 있어요. 그걸 흉내 내보거나 외워둬요.” (김승진?김민기)

“상상력과 어휘력이 중요해요. 우리 공연 <관객과의 전쟁>에서 상대 개그맨이 빨간색인 제 옷을 보고 ‘빨갱이구먼!’이라는 대사를 할 때, 빨간색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어, 넌 얼굴도 빨가네’ 정도로밖에 못 받아치죠. 하지만 상상력을 조금 더 발동시키면, ‘새누리당’에서 ‘최순실’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듯 연상되듯이 더 재밌는 애드리브를 칠 수 있겠죠.” (윤형빈)

강나연 객원기자 nalotos@gmail.com

꿀잼&농담: 남을 웃기려는 말, 유머가 섞인 말을 뜻한다. 유머의 라틴 어원은 ‘수액, 흐르다’로 상황을 유연하게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 시의적절한 농담은 딱딱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하지만, 부적절한 농담은 오히려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재미있는 농담은 ‘꿀잼’, ‘유잼’, ‘빅잼’, ‘레전드’로 표현하며, 채팅식 반응은 주로 ‘ㅋㅋㅋㅋㅋㅋㅋㅋ’다. 문화권마다 비슷한 형태의 채팅 용어가 있다. 영미권은 ‘lololoololololo’, 'kekekekekekeke', 타이(태국)는 ‘5555555555', 인도네시아는 ‘wkwkwkwkwkwk’, ‘kwkwkwkkwkw’, ‘hahahhahahaha'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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