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31 19:24
수정 : 2018.10.3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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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사진전시 <거대한 잠>에서 선보인 오레오 작가의 작품. 잠에 빠져든 이들을 오 작가가 찍었다. 사진 오레오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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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수면
최근 숙면 욕구 느는 이들 많아져
수면 산업 ‘슬리포노믹스’도 매년 성장세
대학병원 등의 수면센터 문전성시
숙박업소에선 맞춤형 잠자리 제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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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사진전시 <거대한 잠>에서 선보인 오레오 작가의 작품. 잠에 빠져든 이들을 오 작가가 찍었다. 사진 오레오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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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행복은 수면에서 출발한다.” 세계적인 인터넷 미디어 <허핑턴포스트> 창립자 아리아나 허핑턴이 한 말이다.
2005년 과로로 쓰러진 허핑턴은 병상에서 모처럼 ‘꿀잠’(숙면)을 잔 뒤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푹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근심이 사라지고 막혔던 일이 수월하게 풀렸다. 대외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원인 모를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허핑턴은 그 원인이 부족한 잠에 있었던 것을 깨닫고 ‘수면 전도사’로 변신해 현재 미국 전역에서 ‘잠 잘 자기’ 운동을 이끌고 있다.
우리에게도 ‘잠이 보약’이라는 옛말이 있다. 최근 이 말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월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워라밸’(Work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문화 확산되면서 숙면 욕구가 더 커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동안 과중한 업무로 미뤘던 잠을 제대로 자보려는 이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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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사진전시 <거대한 잠>에서 선보인 오레오 작가의 작품. 잠에 빠져든 이들을 오 작가가 찍었다. 사진 오레오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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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등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발 맞춰 ‘자율 출퇴근제’를 실시하고 있다. 넥슨 이해윤(29) 프로젝트 매니저는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보니 밤에 작업하고 아침잠을 충분히 자고 오는 프로그래머들이 늘었다”며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잠을 충분히 자고 온 이들의 업무 성과가 더 높다”고 말한다.
최창호 심리학자는 사람마다 잠이 오는 시간대가 다르다고 말한다. “기상 시점과 관계없이 새벽 2∼3시 즈음 잠이 오는 이도 있다”며 “자고 싶을 때 자면 수면의 질도 좋아진다”고 설명한다. 대중의 수면 욕구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곳은 대형 병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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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사진전시 <거대한 잠>에서 선보인 오레오 작가의 작품. 잠에 빠져든 이들을 오 작가가 찍었다. 사진 오레오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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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 대학병원 등은 ‘잠을 잘 자고 싶은 이들’로 문전성시다.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수면센터,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수면센터, 코슬립수면의원 등에는 수면 장애를 검사하는 ‘수면다원검사’를 받기 위해 한두 달 대기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수면센터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 간 수면센터를 방문한 환자 수가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약 50% 늘었다고 한다. 지난 7월부터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 질환에 대한 표준 검사인 수면다원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환자 수 증가의 한 요인으로 병원은 얘기한다. 환자의 자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전문 의료인이 분석한 뒤 이비인후과·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 등과 협업해 맞춤식 교정 치료를 환자에게 제시한다.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수면센터 송기재 교수는 “자는 시간을 늘리는 것만큼 숙면하기 위해서는 수면 장애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코골이 등 수면 장애가 있다면 자는 도중 산소가 뇌에 충분히 전달이 안 돼, 긴 시간 자도 몸이 개운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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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사진전시 <거대한 잠>에서 선보인 오레오 작가의 작품. 잠에 빠져든 이들을 오 작가가 찍었다. 사진 오레오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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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Sleep+Economics. 수면 산업)도 뜨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선 1990년대 이미 슬리포노믹스가 발달하기 시작했고, 그 성장세는 매년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업계에선 이제 태동하기 시작한 한국도 향후 2조원 시장이라고 추정한다. 수면과 밀접한 침구 산업이 대표적이다. 침구회사 이브자리 등은 숙면 컨설턴트의 조언에 따라 체형에 맞는 기능성 베개와 침구 매트리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직장인들을 위한 수면카페들도 인기다. 수면 카페 ‘미스터 힐링’은 2년 만에 매장 100개를 돌파했다고 한다.
아이티업계도 숙면을 돕는 ‘슬립테크’ 제품을 최근 속속 출시하고 있다. 지난 7월 엘지유플러스는 사물인터넷(IoT) 기기인 ‘IoT 숙면알리미’를 출시했다. 이 제품을 깔고 자면 호흡, 맥박, 뒤척임 수 등 자신의 수면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 지난 9월에는 오디오 브랜드 보스가 사용자의 수면을 돕는 초소형 무선 이어폰 ‘노이즈-마스킹 슬립버드’를 내놨다. 이어폰을 착용하면 수면을 유도하는 파도, 낙엽 소리 등 자연 친화적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호텔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신라호텔은 숙면을 위한 ‘맞춤형 베개 서비스’를 선보이고, 강원도 정선에 있는 ‘파크로쉬 리조트 앤 웰니스’는 에이스침대 수면 과학연구소와 협업해 고객의 척추 등을 고려한 맞춤형 베개와 침대 매트리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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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사진전시 <거대한 잠>에서 선보인 오레오 작가의 작품. 잠에 빠져든 이들을 오 작가가 찍었다. 사진 오레오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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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관련 전시도 열렸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사진 전시 공간 ‘시티카메라’에선 지난 9월 <거대한 잠>이 전시돼 오레오 작가가 찍은 40여장의 잠자는 사람들의 표정이 관람객을 맞았다. 오레오 작가는 “삶의 절반이 잠이다. 그동안 간과해왔던 잠의 의미를 카메라에 담아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일생의 적지 않은 시간을 우리는 잠을 자면서 보낸다. 이왕이면 제대로 자는 게 행복한 삶을 이어가는 방법이다. 더는 잠 못 이루는 밤이 없도록, ESC가 숙면의 세계로 초대한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수면
잠자는 일. 의학적으로는 피로가 쌓인 뇌를 회복해주기 위한 생리적 의식상실 상태. 폭염·직장 스트레스 등으로 불면의 밤을 보내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숙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 결과 최근 기능성 침구·수면카페 등 ‘슬리포노믹스’(수면산업)가 뜨고 있다. 아이티업계도 이에 뒤질세라 숙면을 돕는 ‘슬립테크’ 제품을 내놓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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