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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보온병주식회사의 주방용품 광고.(1975년) 사진 출판사 <프로파간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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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주방용품
‘최규하 전 대통령 가옥’ 부엌 전시실
1970~80년대 밥솥 등 추억 돋는 제품 가득
전기밥솥 꽃무늬 유래는 보온병 무늬
외판원이 요리 강습하며 팔던 ‘쿠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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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보온병주식회사의 주방용품 광고.(1975년) 사진 출판사 <프로파간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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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주방이 입식 구조로 바뀌면서 다양한 조리 가전제품 출시가 늘기 시작했다. 전기밥솥, 전기 쿠커, 토스터, 주서기 등. 소리와 맛, 냄새로 기억하는 1970년대 주방의 추억을 거슬러 올라가기에 맞춤인 곳이 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최규하 전 대통령 가옥’(등록문화재 413호)은 최 전 대통령이 국무총리와 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잠시 주거지를 옮긴 때를 제외하고 30여 년간 거주한 사저로, 유족이 기증한 유품 500여점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있다. 지난 10월12일 해설사 김순옥(68)씨의 안내로 가옥을 돌아보고 추억 속 주방가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래된 주방 가전에 흥미가 있는 이라면 ‘최규하 전 대통령 가옥’의 지하 부엌 전시실에 발길이 멈출 것이다. ‘제너럴 일렉트릭’의 1960년대 스테인리스 토스터가 어찌나 예쁘게 전시돼 있는지 모른다. 일본 브랜드 ‘내셔널’의 하늘색 전기스토브는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복고풍) 디자인 가전제품 무리에 섞어놓으면 지금 출시 된 것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종류가 가장 많은 것은 전기밥솥이다. 한때 주부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일본 조지루시의 1970년대 빨간 꽃무늬 보온밥통과 흰색 바탕의 1980년대 모델을 비롯해 일본 브랜드인 ‘타이거’와 ‘내셔널’ 밥솥이 눈길을 끈다. 1976년에 출시된 금성사 전기보온밥솥 ‘RC-2810F’ 모델은 당시 현금가 1만5200원에 판매됐다. 제품엔 기재된 소비자가격은 1만309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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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온밥솥 ’홈점보’ 광고.(1976년) 사진 출판사 <프로파간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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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전기밥솥을 처음 샀던 때를 확실히 기억해요. 결혼하고 얼마 지나 딸 낳고, 1970년대 초 대원전기 전기밥솥을 샀어요. 그때도 금성사나 삼성전자니 하는 브랜드가 있었지만 전기밥솥이나 전기 프라이팬은 주부들 사이에선 대원전기 제품을 알아줬어요. 아폴로 전자밥통, 마마 전기밥솥이란 제품도 있었고요.” 대원 전기밥솥은 1975년 여성지 지면 광고에 ‘전기밥솥의 대명사’라고 표현될 정도로 주부들이 선호한 제품이었다. 김씨는 전기밥솥을 처음 사용하던 무렵의 재미있는 경험담도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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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대원전자보온밥통 광고.(1979년) 사진 출판사 <프로파간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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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전기밥솥은 밥 짓기와 보온 두 기능이 따로 있었어요. 대원 전기밥솥에 밥을 해서 아폴로 전기밥통으로 옮겨 담는 거지요. 온종일 밥이 따뜻하니까, 그게 어찌나 좋았는지 몰라요. 보온밥통에 밥을 퍼 담고 싶어서 밥을 많이 할 정도였지요. 전기밥솥 사고 나서 살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어요.” 1975년에 취사와 보온 기능을 결합한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전기밥솥은 몸체가 단색인 ‘밥솥’과 장미나 양귀비, 국화처럼 크고 화려한 꽃무늬를 두른 ‘밥통’으로 구분됐다. 밥솥은 2~3인용 소형부터 6~8인용까지 다양했던 한편, 아폴로와 유니버설 등 보온병을 생산하던 회사에서 출시한 가정용 보온밥통은 8인용이 기본이었다. 15인용 점보 사이즈를 선호한 이도 많았다.
밥통에 유독 꽃무늬가 많았던 이유가 뭘까? 1990년대 말, 성광전자(쿠쿠전자 전신)에서 일본 제품을 뛰어넘는 한국형 밥솥을 만들어 내기 전까지 국산 밥솥의 기술과 디자인은 일본에 크게 기대고 있었다. 도시바가 1955년 맨 처음 판매용 전기밥솥을 내놓은 데 이어, 보온병 브랜드였던 조지루시는 1970년에 전기보온밥통을 출시한다. 1967년부터 유행한 꽃무늬 보온병을 크게 키운 모양새였다. 보온밥통은 꽃무늬 찻잔과 찻주전자 곁에 놓이던 보온병의 후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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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마마전자보온밥솥 광고.(1979년) 사진 출판사 <프로파간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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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일본 여행을 다녀온 이들의 손에는 일제 ‘코끼리 밥솥’(조지루시는 코끼리표라는 뜻)이 들려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일본 밥솥의 인기는 높았다. 1983년 1월 일본 시모노세키 부인회와 교류를 목적으로 일본을 방문했던 부산 주부 모임 회원들의 쇼핑 풍경이 일본 신문에 실린 적이 있었다. 주부들이 구입한 물품에 조지루시 밥솥이 많고 여행사 직원이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다 보니 ‘코끼리 밥솥 사건’으로 불렸고,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국산 가전제품 품질 개선으로 이어졌다. “당시 국산 밥솥은 하루만 지나면 밥이 누렇게 되는 문제가 있었어요. 그래서 일본 코끼리 밥솥이 주부들 로망이 된 거지요. 동네에서도 코끼리 밥솥 쓰는 이가 으쓱거리던 시절이었지요. 외국 여행 가는 사람에게 코끼리 밥솥 사달라고 부탁도 많이 했던 시절이었죠.”
전시실에서 손때 묻은 살림을 돌아보며 1970~80년대 정취에 흠뻑 젖다 보니 옛 기억이 떠올랐다. ‘파티 쿠커’로 불리던 전기 프라이팬을 할부로 산 엄마가 외판원에게 배운 조리법으로 해준 카스텔라의 굽는 냄새다. 설탕과 달걀노른자가 익는 냄새는 달콤하고 살짝 비릿했다. 그 시절 집에서 만드는 카스텔라는 달걀 비린내를 잡는 바닐라 등의 향신료를 넣지 않았다. “동네마다 외판원이 돌아다녔어요. 사람들을 모집해서 조리 기구로 실습을 했지요. 카스텔라 빵 같은 것을 전기 프라이팬에 찌면 정말 맛있더라고요. 달걀과 설탕, 소다, 밀가루가 들어가는데, 그때는 우유 대신 전지분유를 밀가루 못지않게 많이 넣어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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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아폴로전자밥통 광고.(1976년) 사진 출판사 <프로파간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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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중반 출시된 전기 프라이팬이나 주서기는 제품 시연을 겸한 방문 할부 판매를 통해 팔렸다. 한 일간지 1987년 9월4일치 기사를 보면 ‘요리 강습을 받는 사람에게만 판매한다는 외판원의 말에 속아 전기 오븐을 시중가보다 비싸게 구입’했던 사례도 있었다. “그때는 할부가 아니고 월부라고 했어요. 목돈이 들어가니까 한 번에는 못 사지요. 월부금 넣으려면 가슴이 두근두근했어요. 옛날에는 살림 장만을 그런 식으로 했어요. 신랑이 비싸게 샀다고 타박할까 봐 눈에 띄지 않는 데에 몰래 감춰놓기도 했어요.” 김씨의 이야기는 아끼느라 상자채로 다용도실에 모셔놓던 주방가전들로 이어졌다.
1980년대 후반 유행했던 녹즙기는 밥을 넣으면 떡볶이 떡을 뽑아내는 ‘만능’을 뽐냈지만, 채 열 번도 쓰지 않고 바자회로 보냈단다. 엄마표 카스텔라도 댓 번이나 먹었을까? 엄마에게 파티 쿠커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제사 때 전 부치는 용도로 바뀌었고 이후로 행방을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말해줘야겠다. 그 파티 쿠커, 여기 있다고!
글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참고 자료 <칠십년대 잡지광고>, <일상과 감각의 한국 디자인 문화사>, <럭키 서울 브라보 대한민국>, 학술대회 자료집 ‘70년대 전기밥솥(밥통)의 디자인과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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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하 전 대통령 가옥’ 지하 부엌 전시실. 사진 출판사 <프로파간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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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주발 변천사
보온밥통을 통해 식기의 변화도 읽을 수 있다. ‘최규하 전 대통령 가옥’의 주방에는 영부인 홍기여사가 결혼 무렵 장만한 낡은 나무 찬장에 한자 ‘복’이 그려진 사기그릇과 스테인리스 밥주발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제철의 시대라 불리던 1970년대는 스테인리스 사용이 국가적으로 장려됐다. 보온밥통이 출시되기 전에는 늦게 귀가하는 식구를 위해 스테인리스 밥주발에 뜨거운 밥을 담아 아랫목에 두거나 이불 사이에 파묻어 두는 것이 평범한 가정집 풍경이었다.
보온밥통이 대중화되며 가정집 식기는 스테인리스스틸 소재에서 도자기로 바뀌었다. 금도금 테를 두른 디자인이 한식 밥그릇과 국그릇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밥이나 국을 전자레인지에 데우기 시작하면서, 도금이 된 식기는 불꽃이 튀는 등의 문제를 발생시켰다. 내열유리 용기인 ‘비전’이나 글라스 세라믹 재질의 ‘코렐’ 식기가 19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다.
글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
주방용품
음식을 만들거나 차릴 때 쓰는 물품으로 부엌에 둔다. 부엌은 주거 공간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 맺으면서 인간 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현대 부엌에는 사용자의 편의와 아름다움을 고려한 다양한 주방가전과 주방용품이 자리한다. 최근 고온의 공기를 빠르게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재료를 익히는 소형 주방가전인 에어프라이어의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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